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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영혼의 친구, 고전(古展)

김성봉목사(서울)

by 김경호 진실 2012. 2. 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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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한 영혼의 친구, 고전

 

김 성 봉 목사(신반포중앙교회)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수천 년 세월을 넘나들며 호흡하는 것과도 같다. 성경을 읽을 뿐 아니라 때때로 기독교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수백 년 혹은 천수백 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호흡하는 것과도 같다. 신학자로서 혹은 설교자로서 우리 시대를 보다 잘 알기 위해 신문, 잡지 혹은 우리 시대의 명저들을 손에 잡는 것도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수백 혹은 천수백 년의 세월 속에 검증되고 살아남은 기독교 고전들을 정독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까이 두고 언제나 즐겨 읽는 고전은 어거스틴, 칼뱅 그리고 17세기 신학자들의 글이다. 특히 종교개혁자 칼뱅의 「기독교 강요」와 성경강해 및 주석들은 성경과 함께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는 책들이다. 칼뱅 때문에 어거스틴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고, 칼뱅 때문에 그의 정신을 잇는 17세기 신학자들을 다시 살피게 되었다. 왜 하필 17세기인가? 그 이유는 17세기가 우리 교회 신앙고백의 표준문서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낸 세기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대한 진지함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신앙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세기가 바로 17세기인 것이다.

이런 고전을 읽을 때마다 대조적으로 나를 비롯해 우리 시대 전반이 영적으로 어떤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선명하지 않고 뿌연 안개 속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고전들 특히 종교개혁자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신앙정신이 비온 후의 청명한 햇살처럼 밝고 환하게 드러나는 것을 실감한다. 그 시대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던 영적 예민함을 우리 시대는 이미 상당 부분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학문으로서의 신학은 우리 시대가 이전보다 더 발달되었다고 말할는지 모르나 신앙에 있어서의 영성은 오히려 더 무디고 어두워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전을 읽는 것이 나의 목회와 신학에 미친 영향은 아주 결정적이라 할 수 있겠다. 종교개혁 전통에 서 있는 장로교단의 목사로서 나의 신앙 정신, 신학 사상을 굳건히 받쳐주는 것이 바로 이러한 고전들이다. 이미 너무 멀리 나간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현대 신학적 논의로 인해 메마를 대로 메말라버린 영성에 마치 오아시스의 맑은 생수처럼 진리를 드러내 주고, 설교할 의욕을 북돋아주는 것이 바로 이런 고전들이다.

성경에 적당히 비판적이며, 성경의 주요 교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양보하거나 타협해 버린 교회 현실 속에서 성경대로 믿고 가르치고 설교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전을 읽노라면 성경을 성경대로 믿고 그 믿음 때문에 온갖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걸음들을 보게 되어 성경을 묵상하고 성경의 내용을 가르치고 설교할 의욕을 새롭게 얻게 된다.

매주일 설교를 해야 하는 설교자로서 설교를 준비할 때 칼뱅의 성경강해서와 주석들은 상당히 중요한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일단 성경을 읽고 분석하고 묵상하고 정리한 결과들로 초안을 잡았어도 그 내용이 성경의 정신을 제대로 드러내었는지 여부는 칼뱅의 주석들을 대조하여 읽음으로 확인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느끼는 것이 바로 앞서 말한 그런 느낌, 즉 우리 시대가 전반적으로 영적으로 무디고 어두운 상태에 있구나 하는 느낌이다. 바로 이러한 느낌이 필자로 하여금 더욱 신중하게 고전을 살피게 만든다. 특히 종교개혁의 전통 위에 서 있는 장로교회 목사로서는 신앙 정신에 변질 없이 설교하고 목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고전을 읽으면서 설교를 위한 설교가 아니라 삶에서 우러나는 설교를 만나게 되고, 목회하기 위한 목회가 아니라 생의 가치 전부가 목회로 나타나는 목회를 보게 된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거의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고, 돈으로 환산될 때에 비로소 그 적절한 자리를 가지게 되는 듯하다. 거의 모든 직업이 그러하고 심지어 의사, 판사, 교수, 목사의 일도 그러하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그 일들의 본래 의미와 가치를 회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럴 수 있도록 자극하는 힘이 있어야 하며, 고전 속에 그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는 목사의 목회 사역마저도 교회 부흥이라는 실용적인 성취를 위한 수단이라는 인식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인데,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도록 하는 힘이 고전에는 있다. 설교, 기도, 전도, 구제, 봉사 등이 교회 부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특한 가치를 가지는 것임을 바로 보게 하는 안목을 이러한 고전이 제공해 준다. 성공적인 목회에 걸맞은 부(富)를 획득하고 누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비록 적절한 부를 획득하지 못하고 누리지 못할지라도 목회적인 삶 자체가 갖는 영원한 가치를 확신하게 하는 힘을 고전은 제공한다.

우리 시대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을 고전의 거울에 비추어 보면 타락하고 속물화된 것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앙이 주는 세속적인 유익을 자연스럽게 복(福)이라고 말하는 시대에 신앙 때문에 손해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글들을 읽는 것은 시대를 거슬러 살도록 하는 힘을 공급받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인생길에 좋은 친구가 곁에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하여 곁에 둘 수 있는 친구다. 영적으로 어둡고 혼탁하여 좋은 친구를 가까이 둘 수 없는 시대에도 영적으로 맑고 깨끗한 친구를 찾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전이다. 지난 2000년 교회 역사 속에서 하나님께서 귀하게 쓰신 인물들이 결코 적지 아니하다. 그들이 남긴 글들을 읽으면서 인생길을 더욱 풍요하게 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열려 있는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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