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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가치

정요석목사(서울)

by 김경호 진실 2014. 3. 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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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탁구 고수이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은 탁구는 로 실력을 구분하는데 나는 1부이기 때문이다.
교회나 직장에서 탁구를 잘 친다는 사람들이 7부 정도이다.
7부는 나와 11점 경기에서 7개를 잡고 친다.
나에게 4점만 따면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4점을 못 따고 지고들 만다.

탁구장에 나와 전문적으로 레슨을 받으며 열심히 탁구를 1년 정도 치면 6부가 된다.
그것도 운동신경이 받쳐줘야 가능한 일이다.
6부에서 5부로 가는데 1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5부에서 4부로 가는 데는 1년이 더 걸린다.
위로 갈수록 더욱 힘들어진다.
대개의 사람들은 4부 전후로 끝난다.

2부는 아무나 되지 못한다.
집념과 체력과 시간과 돈과 운동신경이 있어야 가능하다.
탁구공은 2.5g으로 가벼워 조그마한 차이로 변화가 심하여 기술이 많은 편이다.
아마 운동 종목들 중에서 탁구처럼 섬세하고 기술이 많은 종목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습으로 2부 되기는 거의 힘들고, 코치에게 전문 레슨을 받아야 한다.
레슨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꾸준히 연습을 해야 한다.
다양한 유형의 고수들과 시합도 많이 해야 한다.
탁구 2부가 되었다면 레슨을 받을 수 있는 돈과 시간이 있다는 소리이고,
그러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 인내하며 실력을 쌓는 집념이 있다는 소리이고,
레슨과 연습을 버티는 체력이 있다는 소리이다.
이렇게 투자와 연습을 해도 운동신경이 없으면 대개 4부 정도에 머문다.

나는 주변에서 탁구 3부와 2부가 되려고 탁구에 빠져 직장생활과 사업을 등한히 하는 분들도 봤고,
밥과 청소를 잘 하지 못해 남편과 아이들에게 원성을 사는 주부들도 봤고,
대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종종 봤다.
탁구가 이렇게 재미와 중독성이 강하다.
탁구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인생에 있느냐는 말도 들어봤다.

그렇다면 내가 어떻게 1부가 되었을까?
간단히 말하면 스승을 잘 만났기 때문이다.
1때 우연히 동네 탁구장에 갔는데 그 주인이 김승례라는 제주도가 고향인 여자 국가대표 출신이었다.
1970년대는 돈을 받고 레슨을 하는 개념이 별로 없었다.
그냥 정으로 가르쳐주고 배우고 그랬던 시절이다.
배고프면 라면을 끓여먹으며 맛있게 먹던 시절이다.
주인께서 나를 따스한 정으로 받아주시고 돈도 별로 받지 않으시면서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그리고 2년 선배되는 황욱이라는 형이 꽤 잘 쳤는데 열심히 나를 가르쳐주었다.
그렇게 1년이 안 되게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중3이 되었을 때 그 탁구장은 없어졌고, 다른 탁구장에서 겨울방학 때 배우지는 않고 몇 달간 쳤다.

그런데 이것이 훌륭한 탁구 기초가 된 것이다.
대학교에 가서 축제 때 탁구시합이 있었는데 2,3학년 때 출전하여 탁구부원들까지 이기고 단식 2연패를 했다.
나에게 진 탁구부원 중 한 명이 정말 절치부심하며 칼을 갈아서 마지막 4학년 때는 그에게 져서 3등을 했다.
나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특별히 탁구를 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축제 때 우승을 2번씩이나 했다.

내가 탁구를 잘 배운 것을 더 깨닫게 된 것은 목회를 하면서이다.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탁구장이 있었는데 이사를 가기까지 10년 동안 그 탁구장에 나갔다.
서초3동에서 교회를 개척하고 그 탁구장에 간 첫 날에 그 탁구장의 회원들을 모두 제압하였다.
그때부터 나는 그 탁구장의 일장으로서 탁구비를 내지 않고 탁구를 쳤고,
그 회원들은 나를 이기기 위해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하며 탁구 실력을 쌓았다.
그런데 나를 이기지 못했다. 오히려 격차가 벌어졌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많아야 두서너 번 정도 가서 1시간 정도 쳤다.
그들은 매일 서너 시간을 넘게 쳤다.
그래도 나를 이기지 못하고 오히려 격차가 벌어졌다.
처음에는 이러한 현상을 그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를 불쾌하게 여기고 째려보곤 했다.

하지만 삼사 년이 지난 후에는 어쩔 수 없는 격차를 인정하며 나를 고수로 대우해주었다.
그들은 내가 발놀림, 임팩트, 파워 등 탁구의 기초가 몸에 완전히 배어있다고 평해주었다.
탁구장의 코치도 인정해주었고, 나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무척 만족해했다.

나는 그때서야 내가 중1 때 탁구를 잘 배운 것을 깨달았다.
비로소 스승의 가치를 안 것이다.
1이란 다소 어린 나이에 탁구를 배우면서 짧은 시간에 탁구의 기초를 자연스럽게 획득해버린 것이다.
그때서야 그 탁구장 주인과 선배가 애정을 갖고 돈도 거의 받지 않고 열심히, 잘 가르쳐 준 것을 안 것이다.
1년 안 되게 배웠지만 2,3년에 버금가는 것들을 배운 것이다.
그 때 이미 나는 그분이 국가대표로서 여러 경기를 통해 체득한 게임을 풀어가는 노하우와 정신 자세까지 그분으로부터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은 탁구만이 아니라 인생까지 가르쳐주셨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말들이 많다.
나는 감사한 마음에 그 분들을 수소문하여 찾아냈다.
25년 만에 다시 연락을 하고, 탁구를 잘 가르쳐 준 것에 깊은 감사와 성의를 표시하였다.
다시 한 번 뵙고 다시 한 번 표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동영상(제 페이스북 사진 첩에 있어요)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내 아들이 탑스핀(드라이브)을 연습하는 장면이다.
나와 연습하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이 정도 배우는데 1년 반 정도 걸렸다.
이것도 초 6년이라 이런 깨끗한 폼과 파워가 나오는 것이지 어른들은 몇 년을 배워도 이렇게 나오지 못한다.
그런데 내 아들이 지금 7부이다.
오늘도 나와 게임을 했는데 7점을 잡히고 나를 이기지 못했다.
그러니 1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내 실력이면 탁구장에서 대강 코치를 하며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나는 탁구를 내 아들에게 직접 가르치지 않는다.
5명의 자녀를 키우는 작은 교회의 목사가 돈이 어디 있겠는가?
나는 아이들을 돈이 없어서도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그런데 아들은 정식 코치에게 탁구를 배우게 한다.
내가 가르치면 짝퉁이기 때문이다.
내가 고수라고 하지만 이것은 아마추어 고수일 뿐이다.
선수 출신의 코치야말로 정통의 고수이고, 탁구를 제대로 아는 이들이다.

나는 아들을 레슨비가 저렴한 그룹 레슨도 시키지 않는다.
이것도 역시 짝퉁이 되기 때문이다.
기초와 기술을 제대로 배워야 고수가 된다.
자기의 눈썰미와 견해로 탁구를 치면 3부 정도가 최고이다.
그때부터는 아무리 탁구를 쳐도 더 늘지 않는다.

신학을 하면 할수록 스승의 가치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칼빈과 바빙크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등은 좋은 스승이다.
그런데 이것들을 읽고 독해하려면 이것들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좋은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가르침 없이 독학으로 깨닫는 데는 한계와 더딤이 있다.

신앙의 스승들을 잘 만나야 한다.
그리고 겸손히 배워야 한다.
탁구를 잘 모르는 이들은, 대개 7부나 6부들이 범하는 실수인데, 내가 탁구 치는 것을 보고도 자기들과 비슷한 실력인 줄로 안다.
실제로 맞붙어 시합을 해서 크게 깨져도 자기들 컨디션이 나빠서 진 줄로 안다.
아니면 조금만 자기들이 노력을 하면 이길 줄로 안다.
그런데 그들이 일이년 배워 5부가 되면 고수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가를 알고 겸손해지고 정말이지 존경심까지 표한다.
1부가 치자고 하면 더 할 나위없는 기회로 알고 진지하게 하나라도 배우려는 자세로 임한다.

탁구의 깊이가 깊다 하지만 어찌 신학에 비유하겠는가?
탁구도 하나님의 진리가 일반계시로서 풍성하게 담겨져 있지만,
신학은 특별계시로서 하나님의 진리가 더욱 명백하고 심오하고 깊게 담겨있다.
신학이야말로 오랜 시간 속에 축적된 책이란 스승들이 있고,
이것들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살아있는 스승들이 있다.

좋은 스승이 있는 좋은 교회에서 각 성도들은 잘 배워야 한다.
올바른 말씀이 선포되고 가르쳐지고,
올바른 성례가 이루어지고,
올바른 권징이 있는 교회에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
잡스런 기술과 현란한 몸짓이 아닌 정통 기술을 배워야 한다.
다른 잡스런 것들이 아닌 성경 자체를 배워야 한다.
그런 목사가 누구인지를 분별하는 눈을 성도들은 가져야 한다.

신학생은 더욱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
신학은 목회를 하는 동안 평생 하는 것이다.
목사는 목회하는 내내 배울 수 있는 스승을 책이든 사람이든 가져야 한다.
목사는 끊임없이 높은 부수로 올라가야 한다.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한 목사는 절대로 1부가 되지 못한다.
어설픈 아마추어 스승을 만나면 아무리 배워도 짝퉁이 된다.
배우지 아니한 만 못하다.
강한 의지를 갖고 스승을 찾아 나서야 한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배워야 한다.
성도들은 목사를 통해 꼴을 먹지 않는가?
목사는 계속 배워야 한다.
몇 년, 때로는 25년이 지나서야 밝혀지는 참된 스승의 길을 묵묵히 갈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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