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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력서 (딤전 3:1)

조병수박사

by 김경호 진실 2014. 6. 2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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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진실은 일상에서 증명된다. 어느 교회의 현관 한 쪽 벽면에 여러 장의 종이
가 줄을 맞추어 가지런히 붙어있었다. 장로를 비롯하여 안수집사와 권사를 선
출하기 위해서 후보자들의 이력서를 붙여놓은 것이었다. 거기에는 그들이 주
일학교 부장, 성가대 대장, 전도회 회장, 구역장 등등으로 봉사했다는 내용
이 가득하게 적혀 있었다. 종이들을 바라보면서 이들이 참으로 큰 일, 많은
일을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뭔가 씁쓸한 맛을 지울 수가 없었
다. 왜냐하면 바로 얼마 전에 나의 지도를 받아 신학교 졸업논문을 쓴 목사
님 한 분에게서 오늘날 교회마다 장로나 권사 같은 직분자들을 선출할 때 제
시하는 자격조건을 보면 별로 성경적이지 않다는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요새는 목사를 청빙할 때도 외국에서 얼마나 살
았느냐, 무슨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느냐를 따지는 세상이니까 이 정도는 약과
일 것
이다.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진실이 크고 많은 일에 의해서만 증명되는
것처럼 생각을 한다.

사도 바울이 "사람이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하면 선한 일을 사모한다"고 말
하면서 이것을 믿을만한 말 ("미쁘다 이 말이여")이라고 설명한 것을 보면,
사도 바울은 진실이 일상에서 증명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음에 틀림
없다. 감독의 직분은 얼마나 귀중한 것인가? 감독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하
나님의 집을 경영하는 사람이다 (딛 1:7). 다시 말하자면 감독의 직분은 하나
님께서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목양하는 것인데,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기 때
문에 감독은 성령에 의하여 세움을 받는다 (행 20:28). 그런데 사도 바울이
이렇게 막중한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하는 사람에게 제시한 자격조건을 살펴
보면 언뜻 보기에 너무나 막연하여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사도 바울이 제시
하는 감독직분을 위한 자격조건은 "선한 일을 사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이 말하는 선한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결코 막연한 것이 아니
다. 왜냐하면 사도 바울은 이하에서 선한 일이 무엇인지 하나 씩 하나 씩 구

적으로 나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한 일이란 인격, 성품, 재능, 가정, 사
회생활 그리고 신앙경륜 같은 일상적인 내용을 가리킨다. 여기에 조목조목 열
거된 사항들을 천천히 읽다보면 가슴이 뜨끔해진다. 사도 바울이 감독직분을
위하여 제시한 자격조건은 정말로 색다른 이력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무슨 위원장이니 부서장이니 하는 형식과 조직으로 위장된 가짜
이력서가 아니라 인격과 생활로 표출할 수 있는 진짜 이력서를 요구하고 있
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내민 백지에 적어야 할 이력은 큰 일이 아니라 선한
일이며, 많은 일이 아니라 바른 일이다. 감독이라면 엄청난 직분인데 그에게
요구되는 자격은 크고 많은 일이 아니라 선한 일이다. 사도 바울은 진실이 일
상에서 증명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사도 바울에 의하면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하는 사람은 선한 일,
곧 일상적인 일을 "사모한다". 여기에 언급된 "사모한다"는 단어는 많은 경우
에 정욕과 같은 아주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될 정도로 무엇인가를 너무나 강렬
하게 추구하는 모습을 설명할 때 사용된다. 사도 바울은 이 단어를
채용하여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하는 사람은 일상적인 일을 사모한다고 말한다. 무슨
말인고 하면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하는 사람은 일상적인 일을 절대로 소홀
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성품을 드러내고, 사람을 대접하고, 가정
을 사랑하고, 경건을 연습하는 것을 경시하지 않는다. 그는 일상을 무심코 흘
려보내지 않는다. 그는 일상에서 사람됨을 위한 그리고 신자됨을 위한 진실
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는 매일 생활에서 인격을 더 잘 갖추려고, 재능을 더
잘 활용하려고, 가정을 더 잘 세우려고, 경건을 더 잘 습득하려고 강렬하게
추구한다. 그는 진실이 바로 이 같은 일상에서 증명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
다.

일상 이력서만이 교회를 속임수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진실은 일상에
서 증명된다는 것을 보여줄 교회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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