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건 없는 신자는 미신에 빠진다”
조병수 교수_합신 신약신학
나는 수년 째 신학교의 신입생들에게 동계 그리스어 강좌를 지도하고 있다.
합격자들은 입학식도 하기 전에 고전어 강좌에 참석하려니 혹독한 대가를 치
러야 한다. 그 대가가 혹독한 이유는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 때문만은 아니
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히며 문장을 깨우치기 위해서 강좌가 막 끝난
오후시간부터는 개인적으로든지 삼삼오오 그룹으로든지 새벽까지 공부를 하
면서 머리에 쥐가 나는 고통을 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중에 한동안 사회생활을 하다가 신학교에 입학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비
싼 값을 치르게 된다. 기도와 각오 끝에 은혜를 받고 목회자가 되겠다는 감
격을 안고 신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부푼 꿈은 그 강좌기간에 산산이 깨진
다. 고전어 강좌에는 은혜가 없다. 그렇게 동계강좌를 지옥같이 보내는 동
안 나는 독일사람들의 짧은 격언을 자주 반복해서 말해준다: “연습이 대가
를 만든
다” (�ung macht Meister).
연습 외에 왕도 없어
“경건에 이르기를 연습하라”는 사도 바울의 권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
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도 저절로 경건해지지 않는다. 날 때부터 경건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며, 가만있어도 경건하게 되었다는 것은 속
임수이다. 경건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경건은 자연발생적인 현상과 거
리가 멀다. 만일에 누군가가 가만히 있었는데도 경건해졌다면 그것 자체가
불경이다. 경건은 단순히 마음속에 소원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경건을 소원하는 것과 경건 그 자체는 엄격하게 다른 것이다. 경건이란 심정
적인 무엇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건에 대한 사도 바울의 견해는 너무나도 명쾌하다. 사도 바울에 의하면 경
건은 연습의 결과일 뿐이다. 연습하지 않으면 경건은 없다. 경건에 도달하기
를 소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연습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경건
에 이르기를”이란 말보다 “연습하라”는 말에 더 강한 액센트가 있는 것으
로 생각할 수 있다. 사도 바울은 “경건하라”고 권면하지 않고 “경건에 이
르기를 연습하라
”고 권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건은 연습의 대가이다. 그
러므로 연습해야 한다.
경건 역시 연습이 필요하다
사도 바울이 의도하는 경건의 연습은 육체의 연습과 비교할 때 큰 차이점에
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흡사한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경건의
연습을 말하면서 육체의 연습을 대조시킨다. “육체의 연습은 약간의 유익
이 있다”(딤전 4:8). 우리가 다 잘 알다시피 육체의 연습은 단련, 연마, 훈
련 이런 것이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들은 육체의 연습을 통해서 근육을 강화
하고, 지구력을 향상시키며, 민첩성을 얻는다. 그런데 이 같은 소득은 엄청
난 육체적인 노력을 전제로 한다. 피땀어린 훈련을 통과한 훌륭한 운동선수
만이 세인의 주목을 받는 법이다.
이런 사실은 경건의 연습에도 마찬가지이다. 경건의 전제는 연습이다. 비
록 그것이 방식에 있어서 육체적인 연습과 다르다 할지라도, 연습에 임하는
사람이 자기절제, 규칙적인 생활, 끝없는 도전, 이런 요건들을 피할 수 없다
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경건의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잡다한 것들
에 대한 신경을 끊고 집중과 몰두를 필요로 한다. 최
소한의 생활시간표가 없
는 사람이 경건에 도달한다는 것은 거의 바랄 수 없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
다. 영적인 목적을 설정하지 않는 것은 처음부터 경건의 연습과 상관이 없
는 것이다. 경건의 연습도 연습이기 때문에 육체의 연습과 비슷한 요건을 채
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연습 없는 경건은 환상일 뿐
조금 뒤에 사도 바울은 경건의 연습과 관련된 몇 가지를 디모데에게 일러줄
것이다(딤전 4:13). 경건의 연습에 많은 사항들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예를
들면 틀림없이 성경연구, 기도, 전도와 같은 사항들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
야 한다. 이런 사항들에 전심전력으로 연습하지 않으면 결국 신자는 헛된 미
신 (신화)이나 따르는 한심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런 사람은 마치 경건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것처럼 생각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못할 것이다.
연습은 경건을 만든다. 칭찬 받을만한 경건은 칭찬 받을만한 연습의 결과이
다. 그러므로 연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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