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주일성수 의식에 대한 선교학적 이해
김학유 목사
합신교수 선교학
“주일성수는 성도들이 자기의 신앙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쳐온 기독교적 전통”
“율법적인 주일성수가 아니라 주님이 베푸신 자유안에서 보다 적극적이며 참여적인 주일성수 되어야”
시작하는 말
기독교 신앙은 주일성수를 통하여 전수되어 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신앙 교육과 신앙 전통들이 성도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앙을 지키고, 자기의 신앙을 후대에 전수케 하는데 매우 요긴하게 사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 어떤 기독교적 교육과 전통도 주일성수 만큼 성도들의 영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성도들이 자기의 신앙을 유지하고 성장시키는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쳐온 기독교적 전통이 바로 주일성수라고 생각한다. 만일 주일성수라는 건강한 기독교 전통이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면 기독교는 이미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주일성수야말로 타협할 수 없는 성경적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성도들의 신앙을 유지, 성장, 발전시키기 위해서 나아가 후세들에게 기독교 신앙을 전수해주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실천사항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 주일에 담긴 신학적 의미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주일의 신학적 의미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하나님의 구속 사역과 연관된 주님의 부활과 성도들의 영원한 안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이웃을 위한 선한 일들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일성수에 대한 학자들의 주장과 해석들 사이에 분명한 차이점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개혁주의 신학자들이나 신앙고백서들은 주일성수의 의미를 종교적인 것에 두고 있다. 그들은 주일과 안식일을 구별하면서도 실천적인 면에 있어서는 거의 안식일 수준의 종교적 행위를 요구한다. 그들은 ‘바리새적 결의론’(Pharisaic Casuistry)은 배격하지만 ‘실천적 안식일주의’(Practical Sabbatarianism)를 주창한다. 주일성수를 준행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영적인 일, 즉 하나님을 예배하고 영원한 하늘나라의 안식을 누리는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그들은 주일이 예배를 통한 하나님과의 교제, 신앙 교육, 찬양과 기도, 일상적인 육체적 노동으로부터의 해방 등을 위해 사용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한마디로 주일에는 모든 성도들이 가능하면 영적인 일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그들의 몸과 시간을 전적으로 영적인 일에 드려야한다고 가르친다.
주일성수가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주님께서 모범을 보이셨던 것처럼 소외되고, 버려지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고 보듬어주는 구별된 날이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친히 자신의 삶을 통하여 우리에게 계시하셨듯이 주일은 구제와 이웃을 돌보는 일에 드려져야하는 날이다.
예수님은 안식일을 소극적으로 지키신 분이 아니다. 그 분은 안식일을 매우 적극적으로 지키셨다. 주님은 안식일에 18년간 귀신들려 꼬부라진 여인을 고치셨고, 바리새인의 집에서 고창병 걸린 환자를 치유하셨고, 베데스다 연못에서 38년 된 환자를 고치셨고, 소경의 눈을 뜨게 하셨고, 손 마른 환자를 치유하셨다.
바울은 성도들에게 주일날 가난한자들을 돕기 위한 구제헌금을 규칙적으로 할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주일은 하나님께 적극적으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 날 일 뿐 아니라 소외되고 버려진 인간들을 위해서도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펼쳐야하는 날이어야 한다.
2. 한국 교회의 주일성수 실태와 문제점
지금까지 한국 교회 교인들의 주일성수와 연관된 연구나 논문들이 매우 제한적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연구를 통해 한국 교회 교인들의 주일성수 문제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행이 ‘한미준’과 ‘한국갤럽리서치’가 공동으로 시행한 “한국 교회 미래리포트”가 2005년에 발표되어 한국 교회의 주일성수 현황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필자는 그 연구를 토대로 한국 교회의 주일성수 현황을 분석해보고, 문제점과 간단한 대책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2005년 발표된 보고서에 의하면 교인들 가운데 반드시 주일에 예배를 드려야 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77.5%였고, 주말(금요일 혹은 토요일)에 드려도 된다는 비율이 13.7%, 평일에 드려도 된다는 비율이 8.8%였다. 이러한 통계는 한국 교인들이 지니고 있는 주일성수에 대한 의식을 잘 드러내준다.
이것은 한국 교인들의 주일성수 개념이 전통적이고 개혁주의적인 전통으로부터 많이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교인들 가운데 3/4만이 바른 주일성수 개념을 지니고 있고, 나머지 1/4는 매우 자유로운 주일성수 개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한국 교회가 평신도들에게 더욱 철저한 주일성수 개념을 가르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교회 미래 리포트”에 의하면 개신교 교인들이 매주 교회에 출석하는 비율이 66.3%이고, 한 달에 두세 번 출석하는 비율이 15.4%, 한 달에 한 번 출석하는 비율이 4.2%, 그 이하 및 다니지 않는 교인들이 14.1%였다. 한 달에 두 번 이상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의 비율이 81.7%이고, 한 달에 한 번 이하로 출석하는 교인들이 무려 18.5%나 된다. 이러한 통계는 다섯 명의 교인들 가운데 약 한 명 정도가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주 출석하는 교인들을 성별로 분석해 보면 남성의 참석률(59.1%)이 여성의 참석률(72.4%)보다 다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별로 보면 50세 이상 된 교인들의 출석률이 77.3%인데 반해 30세 미만 교인들의 출석률은 60.4%로 매우 큰 편차를 보인다. 이러한 통계는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있어서 젊은 세대가 중년이나 노년 세대에 비하여 훨씬 게으르거나 열정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젊은 세대일수록 주일성수의 핵심이 되는 주일 예배에 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일에 더 많은 힘과 노력을 기우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젊은 세 대에게 주일성수의 핵심인 주일예배 참석을 독려하고 가르치는 일이 교회 교육의 최우선적인 교육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단 별로 보면 매주 예배에 참석하는 비율이 장로교가 66.7%로 순복음 교회(65.3%)보다 다소 높지만 성결교(76.6%)보다는 낮은 편이다.
신급 별로 보면 세례교인이나 입교인들의 출석률(72.9%)이 무급 교인들(38.0%)보다 월등히 높지만, 세례교인들이나 입교인들의 상당수(27.1%)가 주일 예배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각 교회들이 세례교인들이나 입교인들에게 주일성수에 관해 더 철저하고, 치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회 출석률을 신앙 기간 별로 분석해 보면 4대 이상 신앙생활을 해온 집안의 교인들이 그렇지 않은 교인들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는데, 4대 이상 신앙의 전통을 지닌 가정에서 자란 교인들이 예배에 출석하는 비율은 89.3%인데 반해 당대부터 신앙생활을 하는 교인의 경우 주일 예배 참석 비율이 60.1%다.
이러한 통계는 주일성수에 관한 가정의 전통, 즉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주일성수의 모범과 가정에서의 신앙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통계를 통해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주일성수 전통과 주일성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다시 한 번 깨닫고, 각 교인들에게 가정에서부터 주일성수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실시할 뿐 아니라 부모들이 친히 매 주일 주일성수의 모범을 보일 것을 요구해야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1,000명 이상 모이는 대형 교회 교인들의 예배 출석률(70.4%)이 300명 이하 교인들이 모이는 중소형 교회 교인들의 예배 출석률(64.4%)보다 다소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형 교회들이 중소형 교회들보다 교인들의 필요를 더 잘 채워 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대형 교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이로운 프로그램들을 보고 몰려드는 교인들의 이기심도 문제지만, 중소형 교회들이 교인들의 다양한 필요를 채워주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3. 주일성수의 실천 과제와 방향
1) 주일예배의 활성화
주일성수의 핵심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라고 할 수 있다. 예배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하지만 예배의 핵심에는 말씀 선포가 자리 잡아야 한다. 말씀 선포를 통해 죽었던 영혼들이 살아나고, 성도들을 영적으로 성장 시킨다. 바른 예배를 드리고, 바른 말씀을 선포하고, 바른 생활을 가르치는 것이 주일성수의 중심이 되어야한다고 본다.
건강한 주일 예배가 교인들로 하여금 신앙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공고히 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속으로부터 교인들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영적인 훈련 도구가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일 예배는 예배 의식을 통하여 구원 받은 백성으로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차원을 뛰어넘어 성도들이 세속에 물들지 않도록 도와주는 분리의 역할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세속주의의 공격과 유혹으로부터 성도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역할이 주일 예배의 또 다른 기능이라고 본다.
건강한 주일 예배는 불신자 전도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자들의 전도를 통해 교회에 처음 발을 디디는 사람들 가운데 87.8%가 주일 예배에 참석한다. 이러한 통계는 주일 예배가 신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식임과 동시에 불신자들이 교회에 입문하는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구도자들(seekers)이 신앙생활에 입문하는 과정을 드려다 보면, 그들 중 3.8%가 구역 모임과 같은 소그룹을 통해 입문하고, 3.4%가 총동원 주일이나 사경회, 부흥회 등을 통해 입문하고, 3.0%가 개인 또는 그룹 성경 공부를 통해 입문한다. 이 같은 통계는 구도자들이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요소가 바로 주일 예배라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교회 지도자들은 주일 예배가 기존 성도들의 성장과 성숙뿐 아니라 구도자들의 성장과 성숙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다 더 성경적이고, 말씀 중심의 순수한 예배가 드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주일성수 교육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기존 교인들 가운데서 77.5%를 제외한 나머지 교인들이 지니고 있는 주일성수 개념은 지나치게 유연하거나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세례교인들 중에서 조차 72.9%만 주일성수에 민감하거나 주일을 제대로 지키는 편이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교회 교육 프로그램에 “주일성수”와 연관된 교육 과정을 반드시 삽입할 필요가 있다.
주일성수의 성경적, 신학적 이해와 더불어 가능하면 구체적인 실천적 방법까지 가르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각 교회에서 개발되고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각 지 교회 차원의 교육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교단에서 ‘주일성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교인들로 하여금 주일성수를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들을 상세히 분석하여 미연에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인들이 주일성수를 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해 보면 여가(7.5%)나 교통 문제(4.5%)보다 믿음 없음(26.9%)과 직장 문제(26.9%)가 더 큰 이유임을 알 수 있다.
많은 성도들이 직장과 연관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주일성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차적으로 성도 자신의 연약한 신앙의 문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정부나 연관 기관의 구조적인 제도 문제로 인하여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범 교단 차원에서 연관 기관에 지속적으로 조직적인 건의와 수정을 요구하는 일들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일례로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성도들의 주일성수를 돕기 위하여 정부와 기관들을 향해 제도 수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오고 있다. 교회들은 성도 개개인을 위한 주일성수 교육 뿐 만 아니라 정부, 기업, 학교 등 다양한 기관들의 제도 수정과 개선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3) 봉사 활동 프로그램 강화
주일은 성도들이 예배와 더불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봉사 활동들을 펼치는 날이어야 한다. 주님께서 안식일에 선한 일들을 행하셨듯이 교인들도 주일에 매우 적극적으로 선행들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주 중에 할 수 없는 다양한 봉사와 헌신을 주일날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은 지 교회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가난, 소외, 질병, 자살, 성 폭행, 살인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들은 국가가 단독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교회들의 대 사회적인 책임 의식이 살아나야 한다. 한국 교회들이 지역 교회로서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발휘 할 수 만 있어도 적지 않은 사회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크고 작은 사회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교회들이 지역 교회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데서부터 기인한다고 본다. 각 교회들이 주일날을 활용하여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적극적으로 돌본다면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주일에 육체적인 안식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을 위한 봉사를 통해 영적인 기쁨을 맛보는 것도 성도로서의 또 다른 안식이 될 수 있다. 주일에 성도들로 하여금 봉사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것도 영적 지도자들의 또 다른 책무가 아닐까 한다.
마치는 말
오늘날도 주일성수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반드시 지키고, 후대에 전수해야만 하는 신앙생활의 표준이 되어야한다. 기독교 신앙은 주일성수를 통해 전달되고 이어져왔다. 성도들을 성도답게 살게 하고, 후대들에게 신앙을 가르치고 전수하는 역할을 “주의 날”이 맡아왔다.
“주의 날”이 무너지면 기독교도 사라지고, 성도들도 사라진다. “주의 날”은 다른 어떤 신앙 프로그램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날로 지켜져야만 한다. 단지 우리는 주일날 무엇을 하지 말 것인가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주님을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우리의 시간과 정성을 드려야 할 것이다. 바리새적인 율법주의를 극복하고, 주님이 허락하신 영적인 참 자유 안에서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이웃을 위한 봉사가 살아나는 주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배 시간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 하나님을 더 적극적으로 예배할 수 있는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일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기 전에, 이웃을 위하여 어떤 사랑과 봉사를 베풀 것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소극적이고, 율법적인 주일성수가 아니라 주님이 베푸신 자유 안에서 보다 적극적인 주일성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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