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동체는 절반의 샬롬을 희구하고 있었다
다윗 왕조의 회복을 갈망하는 성전 중심의 공동체임을 잘 드러내
아래 글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황선우 교수(구약학)가 2016년 7월 4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Society of Biblical Literature International Meeting(SBL, 성경문학회 국제학회)의 Writings Section(성문서 분과)에서 발표한 논문, The Post-Exilic Period in Chronicles in Light of Shalom(샬롬의 관점으로 본 역대기의 포로기 이후)의 4장을 번역, 요약한 것이다. SBL은 1880년에 창설됐으며 연례 학술대회에는 1만여명이 넘는 세계 각국의 학자들이 참여하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대의 학회다.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학회는 로컬대회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37개국에서 500여명이 넘는 학자가 참여하여 4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총신대학에서는 박철현 김희석 정창욱 황선우 교수가 수준 높은 논문을 발표해서 주목받았다.<편집자 주>
I. 서론
히브리어 명사, 샬롬의 근원적인 의미는 온전함(wholeness)이다. 샬롬의 평안과 평화도 바로 이 온전함으로부터 오는 것이다.“샬롬”, 즉 “온전함”의 관점으로 본 역대기의 포로기 이후는 어떠한가? 주로 포로기 이전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는 역대기 본문은 포로기 이후의 온전함에 대하여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포로기 이후의 이스라엘의 온전함은 이스라엘의 회복에 달려있다. 이 글에서는 역대기 본문의 구성에 나타난 역대기 신학의 두 축, 성전과 다윗왕조의 회복을 살핌으로서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의 온전함에 대해 답하고자 한다.
II. 성전의 샬롬
역대기를 통해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공동체가 성전중심의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역대기가 포로기 이후 역사를 기록해서가 아니라 포로기 이전 역사를 기록한 것임에도 역대기의 구성에 성전이 강조되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역대기의 구성에서 성전이 어떻게 강조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레위 지파 족보
역대상 2장부터 8장까지의 이스라엘(야곱) 족보의 구성을 살펴보면 역대기 사가가 족보를 임의로 배치하지 않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배치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12지파 중 유다, 레위, 베냐민 세 지파를 기둥 지파로 삼아서 유다 지파(2:3~4:23)와 베냐민 지파(8:1~40)를 처음과 끝에 배치시키고 가운데에 레위 지파(5:27~6:66(6:1~81))를 배치시켰다. 역대기 사가는 12지파의 족보를 균등히 소개하지 않고 더 중요한 지파와 덜 중요한 지파로 나누어서 기록하였는데 이는 족보의 분량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유다 지파의 족보는 2장 3절부터 4장 23절까지 100절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되었고 레위 지파도 81절의 상세한 족보를 가지고 있는 반면 잇사갈 지파의 족보는 다섯 절(7:1~5), 납달리 지파는 한 절(7:13)에 기록되어 있고 단과 스볼론 지파의 족보는 아예 기록되지 않았다. 역대기 사가는 본격적인 내러티브가 시작되기 전에 이스라엘 지파의 족보를 기록하면서 레위 지파의 족보를 중앙에 배치하여 상세하게 기록하였는데 이는 레위지파가 성전을 섬기는 지파이기 때문이다.
2. 다윗과 솔로몬 기사의 초점
총 65장으로 구성된 역대기에서 다윗(대상 11~29)과 솔로몬(대하 1~9) 기사는 28장(대상 11~대하 9장)으로 역대기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역대기가 인류 최초의 인간 아담으로부터 주전 538년 고레스 칙령까지 기록한 역사서인데 두 인물의 시대가 전체 분량의 43%를 차지한다는 것은 불균등한 할당이다. 역대기 사가가 두 인물에게 역대기 전체 분량의 43%를 할애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 두 왕이 성전건축의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한 왕이기 때문이다. 다윗은 자신이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지 못하게 되었지만(대상 17, 삼하 7) 그의 아들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해 준비하였다. 역대기의 다윗 기사(대상 11~29) 중 22장 1절부터 29장 19절까지는(27장 제외) 모두 다윗의 성전건축 준비에 관한 것이다. 솔로몬의 통치시대를 기록한 역대하 1~9장의 초점도 솔로몬의 성전건축이다. 역대하의 솔로몬 내러티브 중 2장부터 7장 10절까지 솔로몬의 성전건축 준비와 성전건축, 성전봉헌까지 집중적으로 성전에 대한 기사를 기록한다. 결국 역대기에서 다윗은 성전건축 준비자로, 솔로몬은 성전건축 완성자로 묘사된다. 무엇이 역대기 사가로 하여금 이렇게 성전에 대하여 집중하게 하였는가? 해답은 포로기 이후 성전 중심의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
3. 역대기 사가의 고유기록(Sondergut)
역대기에는 사무엘-열왕기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역대기 사가의 고유한 기록(Sondergut)으로서 역대기 신학을 잘 드러내 주는 부분이다. 역대기에서 사무엘-열왕기에 기록되지 않은 역대기의 고유한 기록으로 가장 긴 부분은 역대상 22장 1절부터 29장 19절에 이르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는 다윗의 성전건축 준비(22:1~23:1), 레위인과 제사장의 직무(23:2~24:31), 찬양대원들(25:1~31), 성전문지기들/곳간지기들/그 밖의 감독들(26:1~32), 가문과 지파의 지도자들(27:1~34), 다윗의 성전건축 격려와 기도(28:1~29:19)가 기록되어 있다. 이 중 27장(가문과 지파의 지도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성전 종사자들과 성전 건축에 관련된 기사이다. 즉 사무엘-열왕기 자료 이외에 역대기 사가가 가장 관심 있게 보강한 자료는 성전 종사자와 성전건축 관련기사이다. 이는 포로기 이후의 이스라엘 공동체가 다름 아닌 성전 중심, 제사장, 레위인 중심의 사회였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III. 다윗왕조의 샬롬
역대기의 구성에서 성전과 함께 강조된 또 하나의 주제가 다윗 왕조이다. 역대기에서 성전이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진 것은 포로기 이후의 성전 중심의 이스라엘 공동체를 반영하는 것임을 앞에서 확인하였다. 그렇다면 아직 회복되지 못한 다윗 왕조가 강조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공동체에 다윗 왕조가 든든하게 재건되어서가 아니라 그 재건을 강력하게 염원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역대기 사가가 포로기 이후 다윗 왕조의 회복과 샬롬을 갈망했음은 다음 세 가지 구성적 특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 유다 지파 족보
이스라엘 12지파의 족보 중 가장 먼저 기록된 지파는 장자 르우벤 지파가 아니라 2장 3절에서 4장 23절까지 100절에 걸쳐 상세하게 기록된 유다 지파이다. 유다 지파의 족보가 12지파 중 가장 우선적으로 기록되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상세하게 기록된 것이다. 특별히 3장에서 다윗의 족보를 집중적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왜 유다 지파가 역대기 사가에게 중요한 지파인가를 보여준다. 유다 지파는 다름 아닌 다윗을 배출한 지파이기 때문이다. 베냐민 지파가 유다와 레위 지파와 더불어 기둥지파로서 맨 마지막에 위치하여 그 족보가 40절에 걸쳐 상세하게 기록된 것도 베냐민 지파가 다윗 왕조인 남유다에 속한 지파이기 때문이다. 상세하고 길게 기록된 레위 지파의 족보(5:27~6:66(6:1~81))가 포로기 이후의 사회가 성전 중심의 사회임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다윗 왕조가 재건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윗이 속한 유다 지파의 족보가 상세하게 기록된 것은 아직 회복되지 못한 다윗왕조의 회복을 염원하는 표현일 것이다.
2. 출애굽, 시내산 언약, 가나안 정복기사의 생략
역대기의 구성에서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는 출애굽과 가나안 정복기사가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역대상 1장부터 9장까지의 이스라엘 민족의 족보와 명단 이후에 역대상 10장에서 곧바로 사울 왕의 죽음 기사로 연결된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스라엘 역사를 기술하는데 있어서 이스라엘이 한 민족을 이루는데 근간이 되었던 출애굽 사건은 생략되어서는 안 되는 역사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언약백성으로서 체결한 시내산 언약은 또 어떠한가? 아브라함과 맺은 땅의 언약이 성취되는 가나안 정복기사도 이스라엘 역사에서 생략될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역대기에서 이러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생략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역대기는 단순히 지난 역사서들을 요약하여 반복하려는 책이 아니라 포로기 이후의 이스라엘의 시대정신으로 포로기 이전의 역사를 선택적으로 서술하는 것이었다. 그 시대정신 중의 하나가 앞서 말한 성전이었고 다른 하나가 다윗 왕조이다. 역대기 사가는 다윗 왕조의 회복, 다윗 왕가의 샬롬을 열망하였고 역대상 1~9장의 족보와 명단 이후에 이스라엘 역사의 뼈대를 이루는 출애굽, 시내산 언약, 가나안 정복을 모두 뛰어 넘어 사울의 죽음 기사를 다리로 하여 곧 바로 다윗기사(대상 11장)로 넘어간 것이다.
3. 남유다 중심의 역사서술
열왕기서는 남유다와 북이스라엘의 역사를 교차적으로 모두 기록한 반면 역대기는 솔로몬 이후부터 남유다의 역사만 기록하고 북이스라엘의 역사는 남유다와 관련이 있을 시에만 언급한다. 이는 역대기 사가가 북이스라엘을 이스라엘 민족으로 보지 않고 남유다만 이스라엘 민족으로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남유다만을 다윗왕조를 이어온 적법한 왕조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역대기 사가가 남유다뿐만 아니라 북이스라엘도 하나님의 백성으로 보았음은 역대기에 나타난 “이스라엘”용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이스라엘”과 관련하여 역대기 사가가 즐겨 사용한 포용적 표현이 있는데 그것은 ‘모든 이스라엘’이다.“윌리암슨(H. G. M. Williamson)이 논증했듯이 이스라엘이 남왕국과 북왕국으로 나뉠 때에도 역대기 사가는 남왕국(대하 10:17; 11:3; 12:1, 6)과 북왕국(대하 10:16, 18, 19; 11:1, 13)을 차별 없이“이스라엘”로 불렀다. 역대기 사가가 북이스라엘을 남유다와 같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인정하면서도 열왕기와 달리 남유다의 틀로 역사를 서술한 것은 다윗왕조만이 적법한 왕조이고 더 나아가 포로기 이후 시대에 그 적법한 다윗왕조의 회복(샬롬)을 소망했기 때문이다.
IV. 결론
역대기 사가가 바라보는 포로기 이후의 샬롬, 온전함에 대한 단서는 역대기의 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역대기는 역대기 사가의 포로기 이후의 관점으로 선택적으로 기록한 역사로서 역대기의 구성은 포로 후기 사회를 반영한다. 역대기의 구성적 측면을 살펴본 결과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주제는 성전과 다윗 왕조였다. 레위 지파족보의 위치와 분량과 다윗과 솔로몬이 각각 성전건축 준비자와 성전건축 완성자로서 묘사된 점과 역대기 사가의 고유한 기록이 주로 성전관련 기사인 점은 역대기 사가의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공동체가 성전 중심의 공동체임을 잘 드러내었다. 그러나 역대기에서 강조된 두 번째 주제인 다윗 왕조는 포로기 이후에 샬롬을 이루지 못했다. 유다 지파 족보의 위치와 분량과 역대상 9장의 족보 후에 출애굽, 시내산 언약, 가나안 정복이 생략되고 곧 바로 사울의 죽음을 거쳐 다윗 내러티브로 연결된 점과 다윗왕조인 남유다 중심의 역사 구성은 포로기 이후 역대기 사가가 다윗 왕조의 회복을 갈망했음을 보여준다. 성전과 달리 다윗 왕조는 아직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레스 칙령으로 예루살렘으로 귀환해 성전을 재건한 역대기 사가의 포로기 이후 이스라엘 공동체는 절반의 샬롬을 이룬 공동체로서 나머지 절반의 샬롬을 희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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