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신학도 성경 본질 벗어날 수 없다”
[20세기와 21세기 접점에서 보는 신학]국제신대 이승구 교수
21세기는 인류문명이 새롭게 털갈이 하듯이, 20세기부터 시작된 문명의 세계관적 변화가 완전히 이루어질 중대한 전환기이다. 20세기 자유주의 신학이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자유주의 신학에서 흘러나온 많은 신학들이 다원화의 물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신학자들과 기독인들은 21세기에는 신학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또한 새로운 어떤 신학이 나올 것인가라는 것에 궁금해 하며 주목하고 있다.
본지는 '20세기와 21세기의 접점에서 보는 신학'이란 기획을 마련, 한국의 저명한 신학자들을 인터뷰하여 20세기의 신학을 정리하고 21세기 신학의 방향성을 모색, 전망하려 한다. 그 다섯 번째로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구 부총장을 만나봤다.
-한 세기가 종료되고, 또 다른 세기가 시작되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보며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방대하지만 지난 20세기의 신학을 되돌아본다면.
20세기를 설명하자면 먼저 칼 바르트를 빼놓을 수 없다. 60년대까지 바르트의 신학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신학계를 주도했다. 20세기를 세 입장으로 나누어 본다면, 고전적인 정통주의와 칼 바르트가 대항했던 자유주의 사상, 그리고 칼바르트의 신 정통주의를 들 수 있다.
먼저 자유주의는 18세기에서부터 시작되어 성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을 지니고 있다. 즉, 성경을 비판해서 실제에 있던 역사를 재구성해 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바르트는 실제 그 일이 있었는가보다는 성경의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가에 더 관심을 가졌다.
한편, 정통주의는 성경에 나오는 모든 사건들이 실제에 있었던 사실이라고 여긴다. 성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말씀의 현대적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정통주의는 17~18세기까지 존재하다가 19세기에 자유주의, 20세기에 신 정통주의에 의해 사라진 게 아니라, 19, 20세기에도 정통주의 입장을 고수하고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은 계속 있어왔다.
-현대신학은 현대 사상의 도전에 직면하여 기독교 생존 전략의 하나로 시작되었으며, 현대에 대한 적응문제가 그 중심과제였다. 현대인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은 신학자들이 고심했고 그에 따른 많은 신학들이 전개되었다. 21세기에도 이러한 고민들은 계속될 것이라 생각된다.
21세기도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계속 우리 주변에 있을 것이다. 즉, 21세기에도 전통적 기독교와 그 가르침을 포기하고 버리라는 입장에서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을 것이며, 전통적 입장을 새롭게 수정하려고 하면서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을 것이고, 후-현대주의적 상황(post-modern context)이라는 이 새로운 맥락 가운데서도 계속해서 특별 계시의 내용에 충실하려는 입장에서 신학의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입장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이전의 신학적 입장과 방향을 수정하고 전혀 새로운 입장에서 신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들리기 쉽다. 그리고 사실 그런 입장에서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는 일들이 많이 있어 왔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주장은 반드시 이전 신학을 부인하고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 신학이 참으로 기독교 신학이고 그 기독교 신학적 성격에 충실하려면, 특별 계시를 강조하는 기본적 입장에 더 충실할 것을 주장하는 패러다임의 주장이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 신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장이 될 수 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21세기의 사회와 이와 함께 신학의 모습을 그려주신다면.
21세기에도 20세기에 나타난 모습들이 계속 나타날 것이다. 20세기 후반에 나타났던 여성주의 관점에서의 여성신학, 흑인과 억압받는 사람들의 관점에서의 해방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의 문제제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과 함께 하나님의 절대성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하나님의 절대성을 손상시키고 제거하는 신학들이 나타난다. 기독교의 밖에서 기독교 이름으로 나타나 상황과 성경을 대립시키고 성경에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는다. 이는 지금도 우리 주위에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하나님의 절대성을 높이지 않고 보호하지 않는다. 20세기 과정신학은 하나님께서는 절대적이기도 하고 상대적이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우리를 위해 당신의 절대적인 자유를 양보하셨다고 주장한다. 하나님은 역사의 과정에 영향을 받으신다고 말한다. 이 신학의 문제는 하나님의 절대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역사의 과정 속에서 변해 가신다는 것은 성경과 일치하지 않는다. 인간을 위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잘 내기 위해서 하나님을 어느 정도 제한해야 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오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
-신학은 그 기초가 되는 '성서의 메시지(text)'와 '시대적 상황(context)'이란 두 개의 극(pole)을 가지고 있다. 이 양 극 중에서 어떤 것을 더 먼저하고 중요시 여기냐에 따라 신학적인 노선과 입장이 달라지는데 결국 신학의 흐름을 본다면 이 양 극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이 양 극에서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어떤 것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정황에서 성경을 변형시키면 안 된다. 성경의 절대성을 드러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현대인에게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 텍스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불변하게 전달되어야 할 성경의 본질적인 메시지에 대해서 철저하게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에 잘 따르는 신학과 교회의 모습을 제시하기 위한 기준으로 전통, 경험, 이성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최종적이고 궁극적 판단 기준이 성경이어야 한다.
우리의 믿는 바와 구체적인 교회와 개인의 삶에서 궁극적인 판단의 기준은 오직 성경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직 성경'의 원리에 가장 충실할 것을 주장하고, 그렇게 하려면 결국 '성경 전체'의 가르침에 유의하고 그런 입장에 선 해석을 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정황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 둘의 지평적 융합을 이뤄야 한다. 지평을 어떻게 융합시킬 것인가. 일단 각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본다. 그 뒤 융합을 해 나가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21세기를 시작하는 한국 신학이 가야할 방향은 어디인가.
성경의 본질적인 메시지를 잘 아는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과 대면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들을 어떻게 기독교 안에서 하나로 만들 것인가. 사람들의 의견 대립을 어떻게 일치하게 할 것인가.
또한 통일문제는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의 하나이다. 통일문제에 대해 이 땅에 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우리의 단기적 시대적 사명은 통일된 조국의 모습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궁극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는 이들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우리에게 임하여 온 하나님 나라가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극치에 이를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그 무엇을 하든지 궁극적으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통일을 위한 노력도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그 동기와 목적에 있어서는 하나님 나라를 위한 활동이라는 의미에서 작업해 나가야 한다.
다른 이들의 통일 노력과 그리스도인들의 통일 노력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하나님 나라를 위한 동기로 전개하는 모든 노력 자체와 그 산물이 그대로 하나님나라적인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노력과 산물에 대해서도 우리는 한없는 비판의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통일 노력을 하는 이들은 일정한 부분에서는 믿지 않는 이들과 함께 통일을 위해 노력할 수도 있고, 또 그런 노력에 대해서 비판적 거리를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부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이런 의식을 가지고서 하나님 나라를 위해 통일 노력을 감당해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환경, 인간 생명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환경과 생명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것은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문화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땅의 문화를 조금이라도 더 하나님의 뜻에 가까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며 변혁시키려는 문화적 노력에 좀 더 힘써야 한다. 그동안 개혁신학의 문화 변혁적 사상에 근거하여 이 땅의 문화를 변혁시켜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은 그래도 학계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나왔으나, 그것을 실제로 우리 문화계 각 부분에서 실천하여 변혁을 이루는 일에서는 많은 성과가 없었고, 그런 현장에 있는 이들의 고통과 포기의 소리가 더 많은 나타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이 한국 땅의 문화를 좀 더 하나님의 뜻에 가까운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일에 힘써 나가야 한다.
이승구 교수
[출처] 20세기와 21세기 접점에서 보는 신학-이승구|작성자 이레
복잡한 현실 가운데서 그리스도인은? (0) | 2016.12.06 |
---|---|
톰 라이트 신학에 대한 이승구 교수의 평 (0) | 2016.12.06 |
“성지 순례”라는 용어를 사용하도 될까요? (0) | 2016.11.23 |
'말씀 뽑기' 논란 이어지나…이번엔 "반기독교적" 주장 (0) | 2016.11.04 |
동성애에 대해서 성경은 무엇을 말하는가 (0) | 2016.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