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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임직 문화, 개혁해야 할 것은 없는가?

황원하목사(대구)

by 김경호 진실 2016. 12. 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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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임직 문화, 개혁해야 할 것은 없는가?

 

황원하 목사

(산성교회 담임)

1. 직분자 선거에 임하는 자세

직분자는 회중의 투표를 통하여 선출된다. 이것은 주님이 회중 가운데 역사하셔서 자신의 뜻을 드러내신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즉 주님은 직분자를 세우셔서 일하시는데, 아무나 직분자로 세우시지 않고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한해 회중의 선택을 받은 이들을 직분자로 세우신다. 이는 사도행전의 초반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도행전 1장에서 사도들은 주님을 배신하고 자살한 유다 대신에 맛디아를 사도로 선출했으며, 사도행전 6장에서 예루살렘 교인들은 구제하는 일을 맡기기 위하여 일곱 명의 일꾼을 선출했다.

사도행전은 물론이고 디모데전서와 디모데후서 그리고 디도서는 직분자의 자격에 대하여 상세히 말하는데, 직분자 곧 감독(목사와 장로)과 집사는 대단히 탁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따라서 회중은 성경이 가르쳐주는 직분자의 자질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평소 여러 교인들의 믿음과 행실을 유념해서 보다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후에 투표함으로 주님의 뜻을 이루어야 한다. 결국 이렇게 하여 권위 있고 능력 있고 신실한 사람이 직분자로 세워지면, 그는 교회에 덕을 끼치고 주님의 복음이 더욱 활발하게 전파되는 일에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직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정선거나 금권선거가 있는가 하면, 사사로운 정이나 친분 혹은 같은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직분자로 선출해 주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어떤 사람은 직분자가 되고 싶어서 찬양대원으로 봉사하거나 중고등부 교사(중고등부 학생들 상당수가 선거권자임)로 일하기도 한다. 이런 흑심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직분은 결코 개인의 명예나 이득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탐심이 있는 사람은 직분자가 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선거과정은 투명해야 하고, 공정해야 하며, 깨끗해야 한다. 선거에 어떠한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서 선거를 시행해야 한다.

2. 직분자 선거 이후에

직분자로 선출되고 나면 겸손해야 하며, 회중을 잘 섬겨야 하고, 교회에 유익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주님은 직분자에게 ‘충성과 헌신’을 요구하신다. 참으로 직분자는 사사로운 감정이나 이득을 내려놓아야 한다. 시간과 재능과 물질과 몸과 마음을 교회에 바쳐야 한다. 더욱이 직분자는 사람들의 칭찬과 세상의 상을 기대하지 말아야 하며, 오직 주님께서 친히 주실 하늘의 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할 때 직분자는 더욱 주님 중심으로, 그리고 교회 중심으로 일할 것이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계 2:10).

반면에 회중은 직분자와 함께 해야 한다. 직분자가 회중의 투표에 의해서 결정되었기에 직분자의 자질과 그 열매는 회중 전체의 의무와 책임과 연관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곧 이것은 회중이 직분자에게 순종해야 하며 직분자를 존경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필시 회중은 직분자가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여 직분을 잘 수행하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 오늘날 직분자를 선출해 놓고 직분자에게 협조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혹은 자신은 그 사람에게 투표하지 않았다면서 그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주님의 뜻을 거스르는 이들이다.

그런데 직분자 선거 이후에 문제가 생기고 잡음이 들리는 경우가 제법 있다. 즉 선거가 끝나고 나면 시험에 드는 이들이 많이 있다. 선거에 승복하지 못해서 분을 품거나, 상처를 받아서 의기소침해지거나, 선거 과정에 불만을 품거나, 심지어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교회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며, 즐거워해야 할 직분자 선거를 슬픔과 분노의 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목사와 장로는 직분자 선거를 앞두고 매우 긴장한다. 부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제발, 선출되었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고 탈락했다고 너무 섭섭해 하지 말자.

3. 직분자 임직식 문화

교회는 직분자를 선출한 후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임직식을 거행한다. 직분자 임직식은 축제의 시간이 되어야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격려’와 ‘위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는 직분을 맡는 것이 하나님 앞에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또한 매우 무거운 짐을 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분자는 축하를 받아야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위로를 받아야 한다. 임직식을 통하여 직분자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충실히 감당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하고, 회중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직분자에게 순종하고 협력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그러할 때 임직식은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예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임직식을 앞두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주로 돈과 관련되어 있다. 어떤 교회는 임직 대상자들에게 일정한 금품을 요구한다. 장로는 얼마, 집사는 얼마, 권사는 얼마 식으로 정해 놓고 돈을 내라고 한다. 그들은 대체로 부담스러운 액수를 제시한다. 비록 ‘헌금’이라는 명목을 내세우지만 ‘돈’을 내라는 것 다름 아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상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돈을 내라는 측과 내지 못하겠다는 측이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액수 가지고 흥정을 하거나 다툰다. 결국 임직 대상자들은 ‘헌금’을 내면서 기쁨과 자원함으로 내는 것이 아니라 인색함과 억지로 낸다. 시험에 들어서 직분을 포기하거나 교회를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필시 헌금이란 스스로 알아서 내는 것이지 남이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임직식도 바람직하지 않게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웃교회 목사들(간혹 장로들 포함)이 순서를 맡는데, 소위 ‘나눠먹기’ 식으로 순서를 맡는 일이 보편화되어 있다. 필자가 참석한 어떤 임직식의 순서는 30개가 넘었는데, 순서를 맡은 목사와 장로의 숫자가 15명 정도 되었다. 그렇게 순서 맡은 이가 많다는 것은 ‘여비’(사례비)도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교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권면들과 축사들, 심지어 성경봉독을 맡은 이들에게까지 여비를 주어야 하기에 그 액수가 적지 않다. 한 번은 작은 미자립 교회의 목사 위임식 순서를 맡은 큰 교회 목사들과 장로들이 봉투를 받아가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헌금을 두둑이 하고 가지는 못할지언정 돈을 받아가다니!!

4. 임직 문화를 개혁하자

이제는 한국교회의 임직 문화를 개혁하자. 필자는 이를 위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1) 무엇보다도 직분에 대한 개념을 바로 세워야 한다. 직분자로 선출된 것은 세상적인 승진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목사는 직분에 관한 성경의 교훈과 교회의 전통을 자주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직분자는 한 없이 겸손하고 충성해야 한다. 자신이 과연 성경이 말하는 직분자의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실로 전 교인이 직분에 대해서 바로 이해할 때 다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2) 회중들은 직분자 선거 후에 당락에 따라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 후에 교회 안에 갈등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선거가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선거결과에 순종해야 하며, 떨어진 이들을 위해서 기도해 주어야 한다. 선거 이후에 진심어린 축하와 위로가 있고, 더욱 하나가 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은혜로운 교회가 될 것이다.

3) 교회는 선출된 임직 대상자들에게 어떠한 명목으로도 돈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필시 직분을 맡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직분은 결코 돈으로 사거나 흥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헌금이란 직분자가 알아서 하면 되지 누가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제발 교회 안에서 돈 때문에 상처를 받거나, 고통을 당하거나, 서러운 마음이 들지 않게 하자.

4) 교회(당회)는 임직식을 짧고 깔끔하고 단정하게 진행하기를 바란다. 임직식 순서를 대폭 축소해야 하고 이에 맞추어서 순서 맡은 이들도 많이 줄여야 한다. 특히 순서자들에게 드릴 여비를 합당하고 적절하게 책정하거나, 아니면 정성스러운 선물을 드리면 좋겠다. 하여튼 임직식을 돈 들지 않는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주님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이들이 기뻐할 것이다.

5) 마지막으로 임직식을 주일에 할 것을 제안해 본다. 현재 많은 교회가 임직식을 주일에 하지 않으며, 일부 교회의 규정에도 주일에 못하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직분자를 세우는 일은 그 교회의 행사이자 교인 전체가 참여해야 할 일이기에 주일에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리고 이것은 개혁교회의 전통에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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