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론 목회자 인터뷰 열한 번째 인터뷰
서울 시광교회 이정규 목사.
2월 13일. 제6회 개혁정론 정기 포럼이 있는 날이다. 이번 주제는 “성화와 회개”이다. 발제자는 이전과 다르게 아주 젊은 학자와 목회자이다. 이런 기회를 “목회자 인터뷰” 코너가 놓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포럼 홍보 및 발제자 소개를 연속해서 진행하려고 한다. 먼저 인터뷰 한 사람은 “회개” 주제를 맡은 서울 시광교회 이정규 목사이다.
#강의 중인 이정규 목사.
Q 목사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개인적인 신앙 이력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A 이정규 목사: 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교회를 처음 다녔습니다. 하나님에 대해 인식을 시작한 것은 대학교 때입니다. 좀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한데요. 원래 다녔던 교회는 서울 성락교회입니다. 김기동, 배뢰아로 유명한 곳이지요. 방언 체험, 은사 체험을 충만히 했습니다. 웃음. 열심이 굉장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성경을 알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책이라고 부르는 그 책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생 때부터 성경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많이 읽을 때는 1년에 10번도 읽을 만큼이요. 그만큼 알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그 교회의 목사님 설교는 본문을 읽었어도 그것을 설명해 주지 않았고, 따라서 본문을 왜 읽나 싶었었습니다. 그래서 갈등과 방황이 계속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박영선 목사님 설교집을 읽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열심”이란 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렴풋하게나마 강해설교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죠. 그러나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성경을 깊이 공부해보고 싶었습니다. 방황과 갈등을 10년 가까이 한 셈입니다.
갈등이 있으면서도 열심은 있어서 20대 후반에는 대학부 간사를 했습니다. 선교사라 불렀는데요, 선교단체 간사 같은 역할이었습니다. 파트타임 선교사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캠퍼스별로 있는 예배를 인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이었습니다.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 책을 읽고 박살이 났습니다. 제 구원을 의심하기 시작했지요.
Q 엄청난 과거군요! 목사님을 박살 낸 로이드 존스 목사님 책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박살난 다음은 어떻게 되었나요?
A 이정규 목사: 부흥, 시편51편 설교, 구약을 사용한 복음 설교. 세 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마침 교리강좌 시리즈 3권이 나왔었고 모두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회심을 했습니다.
성락교회에서 가르친 것을 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서도 조직신학 같은 것이 있는데, “베뢰아 원강”입니다. 그래서 교리강좌 3권, 원강, 성경을 두고 3개월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이때까지 배운 것이 잘못된 것이란 걸 깨닫고 버렸습니다.
사실 신학을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은 그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읽은 책이 워치만 니, 칼 바르트 등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로이드 존스를 통해서 광명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성락교회를 떠나 열린교회를 출석했습니다.
Q 열린교회로 이동한 뒤 어떻게 목사로 부르심이 있었나요?
A 이정규 목사: 열린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전에 있던 성락교회 인간관계가 있으니까 그 사람들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알던 사람들과 함께 토요일마다 집에서 성경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던 사람들이 성락교회를 나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근데 문제가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나와서 갈 교회가 없었습니다. 당시에 신천지가 날 뛸 때여서 이단에서 왔다고 하면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때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모이던 사람들이 “너라도 신학교 가서 우리 목사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죠. 그래서 개척 모임으로 이어졌고 저는 2011년에 신학교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참 복잡 미묘한 사연입니다. 웃음. 박영선 목사님 책을 초기에 읽으셨으면 합동신학교로 진학할 법도 한데 고려신학대학원에 입학하셨는데요.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A 이정규 목사: 합신에 갈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직장생활 하던 때라서 주중 면접날에 출장이 잡히는 바람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백석에 입학하게 되었죠. 한 학기를 공부했는데 개혁신앙을 더 깊이 맛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당시 이성호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고신으로 갈까 생각을 했습니다. 박영돈, 이성호, 유해무 교수님께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고신으로 편입을 했습니다.
Q 그렇게 개척한 교회가 시광교회군요! 시광교회를 소개해주시겠습니까?
A 이정규 목사: 저는 다른 분들처럼 공부가 된 상태에서 개척한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새벽에 예배처소에서 모입니다. 10-13명 모이는 공간이었죠. 지금은 그 공간을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아침 기도모임을 하고 난 뒤 저는 학교로 내려가 수업을 듣고 다시 교회로 올라왔습니다. 사실 고신은 전원 기숙생활을 해야하는데, 교수님들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고신이 아니었다가, 2012년도에 가을 노회 때 고신교회에 가입했습니다. 경기노회 소속입니다. 훌륭한 목사님들이 많으셔서 참 좋습니다. 주로 돌봐주신 목사님이 유해신 목사님이세요. 마침 같은 시찰이라서 파송 당회장이셔서 성찬 집례도 해주시고 많이 지도해주셨습니다.
Q 그렇게 바쁜 신학교 시절을 보내고 드디어 졸업을 맞이하셨을 때 무척 기뻤겠습니다. 졸업 이후 풀타임 사역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A 이정규 목사: 저의 치명적인 약점이 바로 부교역자 사역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도 모릅니다. 앞으로 많이 배워야 합니다. 저는 책으로 목회를 배웠습니다. 리처드 백스터의 “참된 목자(The Reformed Pastor)” 원본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대로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백스터 목사님은 아침에 일어나서 공부하고, 점심 먹고 난 뒤 심방하고, 저녁에는 가정예배를 드리고 쉬었습니다. 그래서 저도출근한 뒤 기도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점심때는 직장인이 아닌 분들을 심방하고 저녁 시간에는 직장인 심방을 합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옵니다.
사실 저는 목회를 진짜 모릅니다. 그래서 목회 비전이랄 게 없습니다. 비전이 없거나 목회에 대해서 몰라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부끄럽지만 진짜 잘 모릅니다.
Q 예배와 주일 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주중모임 같은 것은 있나요?
A 이정규 목사: 시광교회는 오전 예배에 매주 성찬을 합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소그룹 모임을 15-16개로 나누어서 설교 나눔을 합니다. 그때 저는 새가족 공부를 인도합니다. 오후 예배는 소요리문답 설교를 합니다.
주중모임으로는 화요일, 목요일 성경공부 모임이 있습니다. 낮 시간이다 보니 여성들 중심으로 성경공부 모임을 가집니다. 직장 다니는 남성 성도들을 위해 토요일 오전에 모임을 가집니다. 책 나눔 모임도 있고요, 그 외에는 자율적으로 모입니다. 주님께서 젊은 청년들을 교회에 보내주셨는데 그러다보니 청년들끼리 독서 모임을 가집니다. 사실 저도 자세한 현황 파악을 못하고 있습니다.
Q 세례를 시행한 적이 있습니까? 세례, 입교 교육은 어떻게 하시나요? 또 혹시 직분자 교육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A 이정규 목사: 2차례 있었습니다. 교회에 처음 믿는 사람이 오면 제가 1대 1 성경공부를 합니다. 그리고 따로 기간은 없습니다. 헌법에 정한 기간을 최소한으로 지키지만 신앙이 생겼다고 판단이 들어야 세례를 베풉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입교를 할 나이 때 학생들이 없어서 입교교육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녀들 경우 아이들 예배가 소그룹 모임 때 있습니다. 아이들 교육은 교리문답으로 하는데, “꼬마교리문답”입니다. 제가 번역한 건데요(http://jinzzabegi.com/?p=3069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취학 자녀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직분자는 현재 안수 집사는 1명, 피택 받은 집사는 2명입니다. 지금 임시로 집사회를 구성해서 모이고 있습니다. 아직 장로로 세울 수 있는 40세 이상된 성도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남성 성도들 중심으로 토요일 오전에 바빙크의 개혁교의학 개요를 함께 읽으면서 직분자 교육을 겸 하고 있습니다.
#이정규 목사의 책.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좋은씨앗)
Q 그러시군요. 목사님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인터뷰를 한 것인데요. 책 소개와 포럼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책 제목이 아주 독특합니다. 회개를 사랑하기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A 이정규 목사: 그러니까 저희가, 20대가 많고, 서로 솔직하게 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죄를 어떻게 죽일 것인가?” “어떻게 회개할 수 있을까?”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 제가 회개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 저야 뭐 이단에서 왔으니까 잘못 배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회개를 일종의 “공로”로 생각합니다. 어떤 죄를 지으면 회개하고 고백하면 그 죄가 지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회개에는 십자가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사실 이 책 기저에는 제한속죄 교리가 있습니다. 제한 속죄 교리를 믿지 않았으면 이 책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제한 속죄 교리는 그리스도께서 모든 죄와 벌을 실제로 감당해서 끝낸 것을 가르칩니다. 속죄가 완전히 끝났습니다. 용서 받을 가능성을 남긴 것이 아니라 모든 죄를 사하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개는 공로가 아닙니다. 죄의 벌은 십자가에서 끝났고, 하나님께로 돌이키는 사랑의 여정만 남았습니다.
제가 이것을 깨닫게 된 최초의 지점은 존 오웬의 “그리스도의 죽음 안에서의 죽음의 종식(The Death of Death in the Death of Christ)”논문입니다. 속죄가 분명해지니 회개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저는 이것을 개혁신앙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깨달으니, “치는 설교”가 회개 설교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의 초대가 회개 설교임을 확신했습니다. 회개를 요구하시지 않는 하나님은 사랑이실 수 없으시거든요. 속죄의 근본 목적은 죄책을 죽이고 지옥에 안 가는 수준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만나는 것입니다. 회개를 달콤한 부르심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회개를 사랑할 수 있고 하나님의 사랑의 초대에 응답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사실 개혁신앙의 내용을 풍성히 담지는 못했습니다. 더 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폭넓게 썼습니다. 이번 포럼에는 개혁정론 주최이기도 하니 개혁신앙의 모습을 더 분명하게 말하려고 합니다. 제한속죄 내용을 더 분명하게 하려고 합니다. 스펄전이 “제한 속죄가 아니면 복음이 아니다, 기쁜 소식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속죄에 대한 오웬의 논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Q 목사님 하면 “진짜배기”블로그와 SNS 활동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얼마 전에 올라온 과거(?)사진이나 고기 굽는 모습이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A 이정규 목사: 사실 저는 폐쇄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SNS에 가족이나 교회 이야기는 전혀 올리지 않습니다. 저는 정보 나눔용으로 생각하고요, 제가 재미있어 하는 것을 올려요. 요리문답, 책, 요리 이야기입니다.
블로그도 마찬가지에요. 같이 하는 친구들이랑 하고 싶은 말 쓰고, 서평 올리고, 그냥 노는 장소에요. 요즘 글을 뜸하게 올리고 있습니다만, 재미로 해야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일로 생각하면 정말 재미없죠. SNS만 해도 재미로 올리는지, 일로 올리는지 티가 나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개혁신앙을 사랑하는 목사님들이, 특히 젊은 신학도들이 재미로 많이 글을 써서 올려주면 좋겠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목사님에게 개혁신앙이란 무엇입니까?
A 이정규 목사: 복음입니다! 기쁜 소식입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겉껍데기를 개혁신앙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혁신앙 중심부에는 그리스도와 성령님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겉껍데기를 아무리 괜찮게 해도 윤리적인 내용만 전달하면 개혁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제동에게도 들을 수 있죠.
개혁신앙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전적 정의를 따르자면 종교개혁 신앙을 따르는 신앙, 개혁된, 16-17세기에 개혁된 신앙을 받는 것입니다. 그들이 회복하고 싶었던 것은 복음입니다! 장로교, 개혁주의, 칼빈주의 분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닙니다. 단지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을 뿐이지요. 개혁자들이야말로 진정한 복음주의자들 입니다.
Q 끝으로 개혁정론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와 기도제목을 알려주십시오.
A 이정규 목사: 대부분 독자들이 목회자, 신학생일 텐데 먼저 개혁신앙을 사랑하고 일구어오신 선배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제가 복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극히 적겠지만, 웃음, 후배들에게는 즐겁게 이 길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기도제목은 늘 교회를 깊이 사랑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윤웅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시광교회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포럼에 오셔서 달콤한 회개로의 초대를 들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윤웅열 (다우리교회 강도사)
http://reformedjr.com/xe/board07_2/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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