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지난 10월 20~21일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교회의 신학자들이 공동학술대회를 진행하며 한 자리에 모였다.
‘종교개혁과 오늘의 한국교회’를 주제로 열린 종교개혁500주년기념 공동학술대회는 무려 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규모 면에서도 역사적인 행사로 남았다. 공동학술대회에서 주목을 받은 순서가 또 있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교회 개혁과 공적 책임을 정리한 한국신학자 선언 발표였다. <종교개혁500주년기념 한국신학자 선언>(이하 <한국신학자 선언>)은 “교회의 회복과 신학적 갱신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개혁한 것을 기억하며, 우리도 근본으로 돌아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는 다짐 아래 10개 항으로 정리했다.
▲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한국의 신학자들은 10월 20일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한 김재성 교수가 작성 과정과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
사상이 다른 학자들이 공동 선언문을 작성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래서 논쟁을 최소화하기 위한 초안 작성이 중요하다. 그 소명을 맡은 신학자가 한국개혁신학회장 김재성 교수(국제신대)였다.
김재성 교수는 거의 1년 동안 <한국신학자 선언> 초안 작성에 매달렸다.
“선언문 초안 작성자로 위임을 받은 후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선언문은 오롯이 한국교회의 선언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양 교회나 신학자들의 수많은 선언문들을 참고하지 않았다. 또한 한국 신학자의 선언으로서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나온 실천적인 선언문과도 구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모든 것을 새로 작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 김재성 교수는 다시 종교개혁자들의 저작물과 역사를 되짚었다. 그리고 <한국신학자 선언>에 담아야 할 핵심을 뽑아냈다. 그는 선언문에 종교개혁의 본질, 그 근본을 오늘의 한국교회와 이 시대에 재선언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현재 세계는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95개조 논제>를 게시한 사건을 종교개혁의 시작으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루터가 <95개조 논제>에 앞서 <97개조 논제>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97개 논제>에서 루터는 로마가톨릭의 신학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스콜라주의로 규정하고 반박했다. 면죄부라는 실천적 문제를 다룬 95개조 논제보다, 신학적으로 본질 문제를 다룬 것은 <97개조 논제>인 것이다.
하지만 루터에 앞서 비텐베르크대학의 신학주임 교수였던 칼슈타트는 1517년 봄에 150항에 이르는 논제를 발표했다. 칼슈타트는 이 150개 논제에서 교회가 스콜라주의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한 어거스틴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슈타트는 나중에 급진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150개조 논제에서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종교개혁의 핵심을 확립하고, 그 핵심을 비텐베르트대학에 뿌리내리게 했다. 루터의 97개 논제와 95개 논제 모두 이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것을 후대 종교개혁자들 특히 칼빈이 모두 받아들였다.”
<한국신학자 선언> 최종본은 핵심만 담기로 해서 이런 연구와 의미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김재성 교수는 선언문의 초안 작성은 귀한 일이었다며, 조만간 연구한 내용을 정리해서 따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와 신학자에게 조언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스콜라주의 때문에 로마가톨릭은 인간의 노력과 자유의지를 구원에 개입하게 만들었다.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복음에서 이것을 완전히 뺐다. 오직 은혜로만, 절대 은혜로만 구원을 얻는다는 신학적 전환을 이루었고,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종교개혁자들이 회복한 이 복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종교개혁500주년 신학자선언 초안한 김재성 교수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106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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