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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력을 압시다(12): 어린이(어버이)주일, 왜 지키나?

안재경목사(남양주)

by 김경호 진실 2018. 4. 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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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른다. 국가에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날은 법적 공휴일로 지정이 되었다. 매일이 어린이 날인데 특정한 날을 공휴일로 잡는 것이 무리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어린이들은 그 날을 선물받는 날로 생각하니 말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선물을 사 달라고 졸라대니 말이다. 대신에 어버이날은 왜 공휴일이 아니냐는 소리가 드높다. 부모공경이 경시되는 시대이니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잡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잡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며느리입장에서는 시댁과 친정을 한꺼번에 방문해야 하는 힘겨운 날이 될 테니 말이다.

한국교회는 5월 첫째주일을 어린이주일, 둘째주일을 어버이주일이라고 부르며 지킨다. 교회회의를 통해서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을 제정한 적은 없지만 이런 주일을 지키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어린이주일에는 주로 어린이의 입장을 고려한 설교를 한다. 어린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자녀를 말씀으로 잘 양육해야 한다는 설교를 많이 한다. 어버이주일에는 십계명의 제5계명인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출 20:12)는 말씀을 설교하는 주일이다. 이게 조금 더 발전하여 5월 셋째주일을 ‘부부주일’로, 넷째주일은 ‘가정주일’로 지키기도 한다. 5월 전체를 가정과 관련된 주일로 만드는 것이다.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을 제정하는 것이 합당할까? 주일에 ‘어린이’와 ‘어버이’라는 명칭을 다는 것이 합당한지를 묻는 것이다. 늘 반복되는 주일보다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주일을 제정하면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모여 예배할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 어린이주일이라고 해서 어린이를 섬기는 주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겠는가? 어버이주일이라고 해서 부모를 떠받드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주일의 의미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일이 온갖 인간적인 축하와 기념의 날들로 변질될 것이다. 주일은 말 그대로 주의 날, 즉 주님이 부활하신 날이다. 주일은 교회력에 근거하여 삼위 하나님의 구원역사와 관련된 절기와 날 외에 다른 그 어떤 것을 축하하는 날로 제정할 수 없다. 주님의 부활을 기뻐하고 축하해야 하는 날인데, 어린이를 축하하고, 어버이를 축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한 주일만이라도 어린이를 배려하고, 어버이를 높이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고 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니다. 주님을 기뻐하고 주님과 교제하는 것 외에 다른 것들이, 다른 존재들이 주일의 중심에 자리를 잡아서는 안된다. 굳이 5월에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기를 원한다면 어린이주간, 어버이주간, 부부주간 등의 명칭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주일에는 가급적이면 구속역사와 관련된 명칭, 즉 교회력에 따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런 면에서는 우리 개신교회보다는 로마교회가 훨씬 더 엄격하다. 로마교회는 교회력에 따른 절기를 대축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구속역사로부터 파생하는 날들은 대축일과 구별하여 무슨 무슨 주일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것도 아주 엄격하게 제한한다. 성인의 날을 무수히 만든 것이 문제가 되지만 로마교회가 우리 개신교회보다 축일에 대해 더 분명한 한계를 둔다.

우리는 언약의 자녀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가져야 하겠다. 우리는 모든 주일에 어린이를 배려해야 하겠다. 어린이주일만이 아니라 모든 주일에 함께 예배하는 것이 매 주일을 어린이주일로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아니, 매 주일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이 친히 하신 말씀을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 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그 곳에 들어가지 못하리라”(막 10:15). 예외가 없다는 말씀 아닌가? 신자는 항상 어린아이와 같은 입장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늘 하나님으로부터 받는 입장에 서야 한다는 뜻이다. 웃기는 소리 같지만 모든 예배는 어린이예배이다.

부모의 자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하겠다. 우리는 주일 예배시 십계명을 낭독하면서 제5계명을 새기면 좋겠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이 매 예배마다 울려 퍼지도록 말이다. 그리고 개혁주의에서는 부모를 공경하라는 제5계명이 하나님께서 세우신 모든 권위에 순종하라는 계명이라고 해설한다(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 104문). 그렇다면 5월에 있는 스승의 날도 바로 이 제5계명에 포섭된다고 하겠다. 우리는 특정주일이 아니라 매 주일마다 언약에 근거하여 자녀양육과 부모공경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하겠다. 모든 세대가 함께 예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일 것이다.

안재경 목사(온생명교회 담임) "예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 2(세움북스)의 저자 외 다수 집필. 



http://www.ctimes.or.kr/news/view.asp?idx=2815&msection=3&ssection=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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