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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강 이승훈, 기독교인이 된 이유

교회사

by 김경호 진실 2018. 5. 3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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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나자 남강은 군중들이 흩어지기를 기다렸다가 한석진 목사를 만났다.



"한 목사님."

"아니, 남강 선생이 아니십니까."

"오늘 밤 말씀을 정말 믿어도 되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민족이 잘 되느냐는 말입니다."

"우리를 인도하시는 분은 주님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그분께 모든 일을 다 맡기기만 하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인도해 주십시오."

남강은 이런 경로를 거쳐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는 예전 임박천 댁에서 지낼 때, 우리나라 안에 천주교 신자들이 늘어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후 황해도 일대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유기행상을 벌이던 시절에는 선교사들이 몰려 다니면서 복음을 전한다는 말을 들었고, 실제로 평양 거리를 다니는 푸른 눈의 키 큰 선교사들을 몇 번이나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들은 두꺼운 책을 펴 들고 읽어 주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꼐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차려 주시고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물론 그 당시엔 그런 모습이 잠시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이었다. 우리 조상이 물려준 훌륭한 가르침도 많은데 굳이 외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종교를 배울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에 반항적인 생각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선교사들이 달콤한 말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실제로 병원을 세워 고통받는 가난한 민중을 돕고, 또한 학교를 세워 새로운 지식을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호감을 갖기도 했다.


어느 날 봇짐을 지고 평양 거리를 걷던 그는 한적한 곳에 선 낯선 건물을 보곤 가까이 다가갔다. 기둥에 '여자 맹학교'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 한 소녀가 앞에 서 있었다. 그가 미소를 지어 보였으나 소녀는 그냥 무표정했다. 눈은 뜬 채로 보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가엾은 마음에 소녀의 단발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물었다.

"누굴 기다리니?"

소녀는 그제야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기서 공부하는가 보구나. 그래, 어렵지는 않니?"

"아뇨, 선생님들이 친절히 가르쳐 주어요."

소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어렵더라도 절망하지 말고 열심히 배워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아저씨는 어릴 때 고아가 되어 힘겹게 살아왔단다."

소녀는 또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햇빛도 나무도 엄마의 다정한 얼굴도 볼 수 없다니...."

"보이진 않아도 느낄 순 있어요. 그리고 상상할 수도 있구요."

"그래, 항상 밝고 맑은 마음으로 살아야지. 나 역시도...."

그 후 그는 가끔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가까이 가서 유리창을 통해 눈먼 소녀와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동을 받곤 했다.

"그래, 누구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세상에 대해 깨우치게 되면 살 길이 열릴 거야."

그는 손등으로 눈시울을 닦으며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탐관오리들의 부패와 일본의 침탈로 피폐해져 가는 나라 꼴을 보며 시름에 잠기곤 하던 그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교육과 기독교에 대해 차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김영권 작가




http://www.christiantoday.co.kr/news/31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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