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토라교육 현장
고덕길 목사
(이슬라마바드 한인교회 담임)
우리 애들은 이스라엘의 공립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큰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다녔고, 작은 아들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녔습니다. 오늘은 이스라엘 학교의 토라교육에 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이스라엘의 유치원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절대로 공부를 시키지 않습니다. 글쓰기라든가 덧셈 뺄셈 등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유치원 일년동안 교사가 하는 일은 애들을 사이좋게 놀게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유치원 바로 옆에서 살아서 매일 유치원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애들은 바깥 마당에서 그늘도 없이 모래장난을 하는데 교사는 나무 그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한국 학부모의 입장에선 열불 날 일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교사를 나무라지는 않더군요.
우리 애를 바로 그 유치원에 다니게 하고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하루는 내가 총대를 매야겠다 싶어서 왜 유치원에서 아무것도 안가르치느냐 따지듯 물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에서는 공부시키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럼 유치원 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를 떠나서 최초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장소가 바로 유치원인데 어떻게 내 가족이 아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사회성 교육을 시키는 것이 제1목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애들이 놀다가 다투는 일이 있어도 심하지만 않으면 교사가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투면서 내가 아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나가리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당에서 자기들끼리 놀면서 다투던지 말던지 그늘에서 담배피우는 교사는 전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데 절대로 무관심한게 아니라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아이들의 특성과 성격을 정확하게 파악해 두었다가 학부모와의 만남에서 그 아이에 대한 관찰보고서에 근거하여 아이의 유치원 생활에 대하여 학부모에게 자세히 얘기해 줍니다.
우리 애에 대하여 얘기해주는 것을 듣고 깜짝깜짝 놀란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나보다 우리 아이에 대하여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달에 한번 학부모와 유치원에서 면담을 하는데 은근히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일년동안 유치원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것은 초등학교를 두세곳 지원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집 가까운 학교를 선택하는데 유치원에서 친한 친구와 헤어지기 싫어서 그 친구와 같은 학교에 가고 싶다고 적어내면 거의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습니다.
초등학교는 크게 문과와 이과로 구분됩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루살렘 북부 지역에 속해 있었던 우리 동네에서는 그랬습니다. 문과 초등학교는 6년 동안 외국어를 세개,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를 배우게 됩니다. 이과 초등학교에서는 외국어를 영어 하나만 하는 대신 과학과목에 치중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학교의 특징은 교무실이 없다는 것입니다. 수업이 끝난 교사는 교무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휴게실에서 차를 마시며 쉬게 되어 있습니다. 각종 행정업무는 사무실에 행정직원이 별도로 있어서 처리하고 담임교사조차도 수업이 없으면 출근하지 않기도 합니다. 출근해봤자 있을 곳이 없기도 하니까요. 모든 공지사항은 사무실에서 방송으로 전달합니다.
초등학교부터 과목전담 교사가 있기 때문에 담임교사도 자기가 맡은 수업이 없는 날은 특별한 일이 없는한 출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담임교사는 역사와 토라 수업을 맡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과제 제출도 담임교사가 출근 하지 않은 날은 담임교사 집으로 가서 제출하도록 합니다. 그래서 교사의 집 문고리에는 학생들이 과제를 제출할 수 있도록 가방 같은 것을 매달아 둡니다. 우리나라의 우유배달 주머니 같은 것을 연상하면 됩니다.
작은 애는 세살때 이스라엘에 가서 유치원에 들어갔으니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않았는데 큰애는 한국에서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가서 바로 4학년으로 들어갔으니 당장 겪게될 언어의 장벽이 문제였습니다. 히브리어라는 생소한 언어 앞에 난감해 할 애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했으니까요.
그런데 학교에서 우리 애를 위하여 놀랍도록 배려해 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수업을 같이 진행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했으므로 수업이 없는 교사가 우리 애를 별도로 데려가 히브리어를 가르쳐주는 것이었습니다. 산수 시간만 같이 수업하고 나머지 시간은 별도로 1인교육을 한것이지요.
이스라엘은 여성도 의무적으로 입대하는 것은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모든 여군이 전투요원이 아니라 학교에서 근무하는 여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군이 우리 애의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전담교사로 배치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정교사로부터 점검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6개월정도 그렇게 하더니 서서히 학급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다음해부터는 한주에 한두 번만 히브리어를 별도로 해주고 거의 모든 수업을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집에와서도 가능한 이스라엘 애들과 놀도록 배려해줬습니다. 빠른 언어습득을 위한 것이었지만 애는 부모의 속도 모르고 무조건 나가 놀라하니 얼마나 신나했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빠르게 적응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확실히 어린이의 언어습득 능력은 대단합니다.
귀국한 다음에는 작은애가 초등학교 6학년으로 들어갔는데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벅차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장 선생님께 건의를 드렸습니다. 역사 시간이나 국어 시간은 우리 애가 너무 힘들어하니 별도로 한국어를 가르쳐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며 이스라엘 얘기를 해드렸습니다. 그러나 단칼에 거절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이쯤해서 간단하게 토라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토라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에는 대학입시 과목에도 토라시험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도 가끔 대학입시에서 토라시험을 빼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니까요.
작은애가 4학년때 출애굽기를 배웠는데 중간고사 문제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네가 모세라면 바로에게 가서 내 백성을 내 놓으라고 어떻게 바로를 설득할 것인지 네 의견을 써보라" 는 것이 중간고사 문제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절대로 쉽게 쓸수 없는 문제이죠. 그것도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답하기에는 난해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 교육의 특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딱히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 상상의 나래를 펴서 마음껏 자기 주장을 이야기하라는 이스라엘 교육의 장점이 드러나는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5학년때는 사무엘서를 배웠는데 기말고사 문제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구로 첫번째 왕 사울이 세워졌는데 사울은 왕이 되서 얼마나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었는지 네 의견을 써봐라" 이 문제는 내가 지금 풀어도 쉽게 답할수 없는 문제인데 초등학교 5학생 어린이에게 이렇게 어려운 문제가 주어진다는게 당시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이스라엘 교육의 특징은 독창성, 창의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추가한다면 현장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토라교육이야말로 현장성을 충족시키기에 최적의 장소가 이스라엘 아닙니까. 성경 한권들고 성경의 헌장에 가서 그 장소에 해당하는 본문을 읽으며 때로는 역할극을 통해서 본문에 대하여 다각도로 이해하게 되고 그런 다음에는 박물관으로 가서 그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보면서 당시의 생활모습을 살펴보는 것으로 마치게되니 참으로 부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이런 훈련을 받으며 성장하니까 판에박은 답을 외우며 성장하는 우리와 차이가 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교육도 이제 많이 변했다고는 하나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음을 우리 모두 익히 잘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교회의 성경공부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교회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고 - 이스라엘의 토라교육 현장 (reformedj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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