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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봇이 두려운 시대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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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호 진실 2021. 3. 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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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봇이 두려운 시대의 소망

미국의 목사요 교육자였던 인크리스 매더는 1702년 ‘뉴잉글랜드를 떠나버린 영광’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절규했다. “우리는 잉글랜드의 선한 옛 청교도 비국교도의 후예로서 엄격하고 거룩한 사람들이다. 대륙에서 주님을 따랐던 사람들이 우리 조상이다. 아, 뉴잉글랜드! 뉴잉글랜드! 그대로부터 영광이 떠나지 않았는지 보라! 이제 영광은 떠나기 시작하였도다! 오, 떨려오는구나! 영광이 사라지는구나! 서서히 사라지는구나!”

 

그는 당대 신앙적 위기를 보며 하나님의 영광이 이스라엘을 떠난 이가봇(삼상 4:21)의 두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이가봇은 실재는 없이 이미지만 추구하는 이스라엘의 왜곡된 법궤 신앙에 얽힌 비극이었다. 오늘 우리도 심각한 위기 속에 있다. “이제 교회라면 지긋지긋하다”라는 사회적 불평이 대변하듯 역병 속에서의 혼돈과 지탄의 대상이 된 정황은 우리에게도 이가봇의 두려움을 갖게 한다.

 

코로나19 재확산의 고리에 방역지침을 무시한 일부 교회나 선교단체와 미인가 대안학교가 연루돼 교회를 향한 사회적 악평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1월 26일 한교총은 회원 교단에 보낸 공문에서 “대전 IEM 국제학교 확산사태에 대해 송구하다”고 표명하고 회원 교단에 정규 예배 외의 교회 밖 활동 금지 및 자제 지도를 요청했다. 아울러 “교인 관련 시설들을 통한 확산은 교회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결국 모든 교회의 문제”라고도 했다. 1월 2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등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그러나 다수 언론에 나타난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뉴스1에 의하면 광주의 직장인 남 모씨(30세)는 “전국 교회들 대면 예배를 금지했으면 좋겠다. 교회 뉴스만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회사원 김 모씨(40대)도 “이번이 몇 번째인가. 사과만 하면 끝인가, 정말 너무 민폐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와중에 1월 29일 목회데이터 연구소의 ‘코로나19 정부 방역 조치에 대한 일반 국민 평가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이 28%,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76%였다. 특히 비개신교인은 9%만 신뢰한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절대적 근거로 삼을 순 없더라도 애써 외면할 수도 없다. 신앙은 사회의 객관적 평가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 또 교회가 사회로부터 늘 칭찬을 들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초한 오류와 무지와 실수에서 비롯된 냉담한 평가와 비난은 우리의 책임이다. 일부는 교회를 향한 비난을 핍박이라며 반발함으로써 더 큰 비난을 초래해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있다. 사회 전반에 반기독교 기류를 형성해 결국 선교를 방해하는 데 역설적으로 일조하는 형국은 아닌가.

 

진정한 성찰과 함께 처음의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서의 인크리스 매더는 뉴잉글랜드에서 이가봇을 절규한 첫째 이유에 대해 “주님이 당신의 영광을 거두어 가시기를 재촉한 죄들이 고쳐지지 않았다. 우리의 불의가 우리를 시험하고 우리는 많이 타락했다. 명백히 여러 면에서 뉴잉글랜드에는 처음의 순수함과 경건함이 많이 사라져 버렸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으로 돌아감은 단순한 과거의 복제와 답습이 아니다. 신앙과 교회가 오염되었다는 각성과 회개를 전제로 한 갱신이다. 겸허한 자기 성찰을 부정하고 우리가 뭘 얼마나 잘못했느냐. 왜 주눅 들어야 하나. 우리를 핍박하며 싫어하는 자들과 그 환경이 문제라고만 하는 자세로는 갱신의 방법이 없다. 때로 외부적 압박보다 더 큰 문제는 내적 혼돈이다. 외부에 책임을 돌리기보다 내부를 직시하고 나아가는 것이 낫다.

 

이가봇이 두려운 시대이다. 의기소침함이나 절망을 부추기려는 게 아니다. 각성하여 주를 의지하며 주의 영광을 바르게 추구하자는 말이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6)는 말씀을 역으로 생각하면 우리의 빛바랜 잘못된 행실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성경적 신앙 위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웃에게 선한 영향을 끼칠 때는 칭찬도 받게 된다(행 2:42).

성경을 바르게 받고 성찰하며 적용하는 실천적 삶이 중요하다. 찰스 스펄전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의식하는 것이 지혜의 첫걸음”이기에 하나님만을 의지해야 하고 그런 자는 “그분의 전 생활을 모방하며 그분의 전 인품을 복사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혹한의 시절이지만 우리에게는 유일한 소망이 있다.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일어나서 함께 가자고 하시며 겨울이 지났다고 하신다(아 2:10-12). 

 

 

[사설] 이가봇이 두려운 시대의 소망 | 기독교개혁신보 (repres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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