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에 인생을 걸고 있는가? 우리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고, 우리의 언
어를 힘있게 만들며, 우리의 행동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쓸
데없는 것을 추구하는 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 아무런 유익한 결론이 나
지 않을 것을 논의하면서 귀중한 인생을 낭비한다. 초대교회의 성도들에게도
이런 위험이 접근하였던 것이다. 신화와 족보에 관하여 논쟁하느라고 많은 시
간을 써버리고 귀한 인생을 소모하는 불행한 일이 초대교회를 망치고 있었
다.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신화와 족보가 무가치한 천착 (穿鑿)을 낳는다는 것
을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신화와 족보는 부질없는 공상을 일으키고 무의미
한 추측을 자아낸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런 것은 변론을 내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여기에 언급된 변론이란 무익한 연구를 가리킨다. 이것은 얼마
나 어리석은 소치인가? 게다가 신화와 족보가 결론없는 연구를 야기시킬 뿐
아니라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면 얼마나 쓸모
없는 것인가?
사도 바울이 신화와 족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이다. 그의 초점은 “하나님의 경륜 (오이코노미아)”에 놓여져 있다. 하나님
의 경륜이란 무엇인가? 사도 바울은 그의 서신에서 여러 차례 “하나님의 경
륜”에 관하여 말한다. 하나님의 경륜은 은혜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래서 그
는 이것을 “하나님의 은혜의 경륜” (엡 3:2)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하나님
의 경륜은 본래 비밀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비밀의 경륜” (엡 3:9)라고 불린
다. 이 비밀은 영원부터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감취었던 것이다. 하지
만 하나님의 경륜은 시간 속에서 성취되었다. 그래서 이것은 “때가 찬 [시간
의 충만의] 경륜” (엡 1:10)이다. 하나님의 경륜은 인간의 구원을 위한 것이
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이것이 “너희를 위하여” (엡 3:2; 골 1:25) 주어진
것이라고 역설한다. 하나님의 경륜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이루기 위
하여 그의 사역자들에게 주
어진다 (엡 3:2; 골 1:25). 정리해서 말하자면 하
나님의 경륜은 은혜로 말미암아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영원한 세계에서
세우시고 시간의 세계에서 실현하시는 하나님의 우주적인 법칙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경륜은 누구든지 찾아서 깨닫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경
륜은 오직 믿음으로만 알게되고 이해된다. 이 때문에 사도 바울은 “믿음 안
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이라고 말한다. “믿음 안에 있는”이란 말은 “믿음 안
에서 발견되는” 또는 “믿음 안에서 인식되는”이라는 의미이다. 믿음 없이는
결코 하나님의 경륜이 발견되지 않으며, 믿음 외에는 결코 하나님의 경륜이
인식되지 않는다. 믿음 밖에서는 어떤 노력도 하나님의 경륜에 도달하는데 실
패할 뿐이다. 오직 믿음이라는 행동반경 안에서만 하나님의 경륜을 추적하고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도 바울이 신화와 족보는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지 못한다
고 말하는 것은 그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사
도 바울은 믿음 안에 있는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는 일에 인생을 걸었다. 그
는 은혜로 말미암아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영원한 세계에서 예정하시고
시간의 세계에서 성취하시는 하나님의 우주적인 법칙에 인생을 맡겼다. 하나
님의 경륜이 사도 바울의 심장을 차지하고, 언어를 지배하고, 인생을 다스린
다. 그에게는 사는 이유도 분명하며 죽는 이유도 분명하다. 사나 죽으나 사
도 바울의 유일한 위로는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의 경
륜을 이룰 수 있다면 사는 것에 연연하지 않으며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경륜에 인생을 걸었다.
우리는 무엇에 인생을 걸고 있는가? 우리의 심장은 왜 뛰고 있으며, 우리
의 육체는 왜 움직이고 있는가? 왜 우리의 몸에 는 피가 흐르고 있으며, 왜
우리의 입에서 말이 나오고 있는가?
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9)-사람과 법 (0) | 2023.03.15 |
---|---|
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8)-어긋남 (6) | 2023.03.14 |
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5)-빛에 가까운 어둠 (3) | 2023.03.13 |
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4)-길과 벗 (0) | 2023.03.10 |
조병수교수의 목회서신 연구(3)-계시와 편지 (4) | 2023.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