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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분리는 불의를 보고도 눈 감을 때 쓰는 말이 아닙니다

사회

by 김경호 진실 2025. 4. 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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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선거 때는 특정 정당과 인물을 사실상 지원하면서, 불의한 일에는 정교분리를 앞세워 침묵하면 되겠습니까.”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만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한국 교회의 대응에 아쉬움이 많았다. NCCK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오전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이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회원 교단 내 의견이 다양하다”며 따로 성명서를 밝히지 않았다.

 

김 총무는 “정교분리는 정치권력이 종교를 이용하지 말고, 종교도 정치권력에 편승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불의를 보고도 눈 감는 자신을 변명하기 위해 쓰는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엄 사태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법과 원칙을 훼손했기 때문에 비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종교인의 직무 유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성서에는 예언자·성직자들이 부패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선 정치권력자에게 날 선 목소리로 비판하는 일화가 많이 나온다”며 “정치권력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비판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종교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 “평소에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서 나라가 어지럽고 정의가 훼손된 상황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말하는 건 위선적”이라고 지적했다.

 

“마태복음(5:13~16)에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세상이 오염돼 곁길로 가면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세상이 어두워 갈 바를 찾지 못하면 빛이 되어 길을 밝히라는 가르침이지요. 불의에 침묵하는 건 예수의 뜻을 외면하고, 기독교인으로서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 총무는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 비상계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20대였던 그는 한 성경 공부 모임에 참여했다가 ‘국가전복 음모(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 가담자로 몰려 2년 반 동안 옥고를 치렀다. 당시 신군부는 계엄군을 동원해 대학가는 물론 시민 모임도 통제했고, 민주화 운동 세력은 모두 반국가 단체로 몰아가던 시절이었다.
 

김 총무는 “운동권 단체도 아니고 순수한 성경 공부 모임이었다”며 “젊은이들이 모이다 보니 당시 전두환 정권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차례 조사 뒤 모임 회비는 국가전복(내란) 단체의 기금으로, 자신은 서열 2위의 수괴가 돼버렸다고 한다.

 

그는 “진정한 정교분리를 위해 빠른 시간에 전광훈 씨(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규탄하는 성명도 낼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전 씨가 교회와 목사 호칭 등을 쓰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다보니, 잘 모르는 이들은 그의 발언과 행동이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비치는 상황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김 총무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종교와 결합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과 행동을 종교적 자기 확신으로 연결하고, 결국 이들에게 정치는 종교가 된다”며 “전 씨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 ‘국민저항권을 밀고 나가야 한다’ 등 근거 없이 폭력을 부추기는 막말로 선동하고 자극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라고 비판했다.

 

“정교분리는 불의를 보고도 눈 감을 때 쓰는 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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