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Annual Ring)는 나무의 줄기나 가지를 가로로 자른 면에 나타나는 여러 겹의 둥근 모양의 테를 말한다. 이것을 나이테라고 부르는 이유는 1년마다 하나씩 생기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테는 한 나무의 생애를 보여주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기후와 환경에 따라 나이테의 모양과 넓이가 달라지기 때문에, 나이테만 보면 그 나무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보내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이테를 ‘여러 해 동안 노력이나 경험으로 이룩된 숙련의 정도’를 의미하는 ‘연륜’(年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나무가 나이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열대 지역의 나무들은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어 일 년 내내 자라기에, 나이테와 비슷한 생장륜(growth ring)은 있어도 이것을 나이테로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테의 시작과 끝은 바로 겨울이다. 겨우내 성장이 멈추었던 나무는 봄부터 여름까지 다시 성장하면서 옅은 색의 나이테를 만든다. 가을이 되면 성장이 둔화하며 짙은 색의 띠를 만들고, 겨울에 성장을 멈추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인생은 모든 것이 잘 되고 평안할 때 영적인 성장과 나이를 먹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이 너무 힘들고 아플 때, 정말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매서운 인생의 겨울을 지나면서 영적인 나이를 먹게 되며, 영적인 성장을 이루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겨울을 통해 나무에게 진한 나이테를 선물로 주시듯이, 인생의 겨울을 만난 영혼들에게 인생의 나이테를 선물로 주시는 것이다.
목회자에게도 나이테가 있다. 목회자의 아름다운 나이테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영혼들을 품고 씨름하는 가운데에서 만들어진다. 목회의 연수가 깊어 갈수록 자신의 부족함에 신음하면서 하나씩 늘어간다. 고난을 통과하고 죄인의 처절함에 애통해 하면서 진한 선을 그려간다. 부패한 인생을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확인하며, 목회가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면서 그려가는 것이 목회의 나이테이다.
그래서 고난을 통과하며 나이테를 그린 목회자가 다른 목회자들을 이해할 줄 알게 되며, 죄와 허물의 혹독한 아픔을 견딘 사역자가 다른 사역자들의 아픔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되고, 인생의 연약함 속에 눈물을 흘려 본 목자가 사랑 가득 담긴 눈빛으로 다른 양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전해줄 수 있는 연륜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의 겨울이 우리에게 아름다운 나이테를 만들어 주듯, 또 나이테가 아름답고 선명하게 그려진 나무가 고급 장식으로도 사용되듯, 우리 목회의 겨울 역시 우리 사역을 명품 사역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내 형제들아 너희가 여러 가지 시험을 당하거든 온전히 기쁘게 여기라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 1:2~4)
고석찬 목사(대전중앙교회)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s://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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