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를 보면 극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신나치 운동이 증가하고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극우정당이 총선에 승리했다. 미국에서는 극우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백인우월주의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역사수정주의 노선이 강해지는 우익정치가 보편화되었고 한국이 기어오른다는 막말을 던진 다카이치가 신임총리로 선출되었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극우파 청년들 사이에서 반페미니즘, 반북, 지역차별의 담론이 만연화되고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및 비하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극우 성향의 기독교 단체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반대 정치인을 종북 세력으로 몰아갔다. 윤석열 정권의 쿠데타 시도는 잘못된 정보와 편향된 극우논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집단들이 일으킨 시대착오적 사고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외국의 극우와 한국의 극우와는 차이가 있다. 외국의 극우는 민족주의에 기반한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논리라면 한국의 극우는 친미, 친일, 반중, 반북, 매국이 얽혀있어서 이를 위한 선동과 폭력, 음모론이 난무할 뿐 민족주의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왜곡하고 위협하며 사회적 긴장과 갈등만 조장 또는 증폭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좌경화도 문제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우경화는 더 큰 문제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합리적 가치와 제도를 존중하는 건전한 보수가 회복되어야 하는 당위성이다.
세계의 극우화 추세는 그만큼 각국이 겪는 현실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청년 실업, 고용 불안정, 양극화 심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반영되어 있으며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 변화 속에서 자기 정체성을 위협받거나 지역 정체성, 계층, 세대 간 갈등이 극우화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요즘은 유튜브, 커뮤니티, SNS의 발달로 혐오·조롱·음모론이 반복 생산 유통되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 또는 동조하는 문화 현상이 극명화되고 있다. 이런 기류에 편승한 극우정치인이 득세하는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역사의 원리는 간단하다. 일치일난(一治一難)의 순환이다. 극우화는 민주사회가 무너지고 선동과 폭력이 난무하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는 조짐이다. 좌경화든 극우화든 극단화된 사회와 정치의 종국에는 엄청난 사회적 불행을 초래한다. 그 대가는 너무도 뼈아프고 후손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부끄러움을 남겨준다. 이런 사례는 대한민국 현대사회에 차고 넘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국민은 미래가 없다. 이제는 너나 할 것 없이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대화하고 토론하며 어느 길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길인지 현명하게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회의 극단화 현상을 극복하고 이성과 감성이 살아있는 중심이 잡힌 사회를 만들어 가려면 교육을 통한 비판적 사고의 강화가 중요하다. 초중고 및 대학교육에서 문학, 철학, 윤리, 역사 등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여 선동과 혐오 속에서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민의식 함양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가짜뉴스와 음모론에 대한 판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문학, 영화, 연극, 미술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공감과 이해를 중심으로 한 담론 형성도 중요하다.
더군다나 세상은 AI시대에 접어들었다. AI 기술은 정보를 생산하고, 처리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AI가 정보를 생산하여 풍부한 지식 정보가 사람들에게 제공되지만 그 내용이 항상 사실에 기반하거나 객관적이지는 않다. '딥페이크', '가짜뉴스', '편향된 알고리즘'이 성행하는 가운데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가 비판적 사고와 윤리와 책임의식이 없다면 위험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인문학의 사회적 수요가 더욱 급증하는 시기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은 참다운 인문학이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다. 사회와 호흡하는 인문학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이향배 충남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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