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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성찬보’, ‘성찬가운’, ‘흰 장갑’

손재익목사(서울)

by 김경호 진실 2013. 11. 2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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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찬보’, ‘성찬가운’, ‘흰 장갑’

 

       한국교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성찬상에 떡과 포도주를 놓을 때에 ‘성찬기’를 사용하여 보관한다. 그것은 일단 먼지가 앉는 것을 막고, 배병과 배잔을 할 때에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성찬기가 놓여진 성찬상에 다시 “나를 기념하라”라는 빨간 글씨가 쓰여져 있는 하얀 보를 덮어 놓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성찬을 집례하는 목사는 평소와 달리 목사 가운을 입는다. 그리고 손에는 흰 장갑을 착용한다.

       그런데 누구도 왜 성찬보로 덮는지, 성찬 가운과 흰 장갑은 왜 착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이나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에 대한 의식도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성찬보를 생각해 보면, ‘성찬기’로 이미 먼지가 앉는 것을 보호하고 있는데 굳이 성찬보로 다시 덮는 것이 필요한 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눈으로 보이는 말씀(visible word)인 성찬을 ‘보’로 덮어 버려서 은혜를 가리고 있지는 않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찬보나 성찬기로 덮어 버리는 것보다는 예배 시간 내내 떡과 포도주가 보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성찬을 받도록 이미 허락된 자들에게는 성찬을 바라보며 은혜를 누리고, 아직 성찬이 허락되지 않은 자들에게는 성찬을 바라보며 그 은혜를 경험하게 될 날을 사모하고 간절히 바라도록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다음으로 성찬 가운의 경우, 집례자가 성찬 가운을 입는 이유는 성찬이 다른 것보다 더 거룩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성찬이 은혜의 방편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성찬이 다른 것보다 더 거룩하다는 생각은 성찬을 하나의 구별된 ‘예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성경적인 생각은 아니다. 성찬이 거룩하다면 말씀선포도 거룩하고, 그 외에 예배 중에 거행되는 모든 순서가 다 거룩하다. 그러므로 성찬식에만 유독 가운을 입는 것은 다른 예식보다 성찬을 더 귀하게 생각하는 것이 되고, 그런 의식이 심해지게 될 경우 로마가톨릭과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렇기에 성찬식이라고 해서 다른 날보다 구별되는 옷을 입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흰 장갑이다. 흰 장갑의 경우 성찬식 뿐만 아니라 세례를 베풀 때에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결혼식, 장례식을 비롯해서 각종 임직식이나 봉헌식과 같은 교회적인 행사들까지도 흰색 면장갑을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매우 불편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더운데 장갑을 껴야 하는 일, 성경이나 설교노트가 넘겨지지 않아서 애먹는 일, 나아가서 임직식에 있어서는 악수례라는 순서가 있는데 결국 장갑을 낀 채로 악수를 나누는 일들 까지 여러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장갑을 사용하는 것은 비단 성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에서 행하는 많은 의식에서 반드시 장갑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해서 어떤 이유가 있는지 아니면 어떤 분명한 목적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을 왜 하고 있을까? 언제부터 우리나라 교회에서 사용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흰 장갑을 사용하는 것은 성경적, 유대적, 역사적으로 살펴보아도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즉, 교회적 전통에서나 성경적 교훈 심지어 유대의 전통에서도 흰 장갑을 착용했다는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다. 이렇게 역사도 뿌리도 없는 흰 장갑을 우리는 아무런 생각이 없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회는 어떻게 흰 장갑을 사용하게 되었는가? 이것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오는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일본은 사실상 우리나라를 지배하게 된다. 따라서 자연히 지배국의 문화나 의식이 전하여지게 되고 그것이 문화적 우월감을 느끼게 하는 것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수용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인들의 의식 가운데는 모든 식전(式典)에는 흰 장갑을 끼는 것을 관습으로 가지고 있다. 이것을 그대로 교회에서도 수용하여 성례전이나 그 밖의 교회에서 시행되는 의식에서 사용하게 되었다. 이것을 한국교회에서도 아무런 생각 없이 문화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서 세계에 없는 흰 장갑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을 만들었던 것이다.

 

     성찬보, 성찬가운, 흰 장갑. 이 모든 것들은 그다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오히려 성찬의 거룩함을 훼손시키는 것들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개혁교회의 성찬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

 

 

   

 

출처 : 한길교회(서울)
글쓴이 : Son jae ik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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