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104)
딤전 5:23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
조병수 교수_합신 신약신학
대장암 수술을 하신 윤영탁 교수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항암치료를 시작한
그 주간 늦은 저녁시간이었다. 그날 통화내용은 수술과 치료에 관해서는 잠
시였고 오랫동안 나의 건강을 염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건강 걱정해 주시는 스승
어디에 가면 용한 의원이 있다, 몸의 어느 부분이 불편하면 이런 문제가 생
긴 것이다, 음식은 어떤 것을 먹는 것이 좋다, 교수님은 자신의 건강보다는
나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많은 조언을 주셨다.
정작 나는 교수님이 수술을 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괜히 귀찮음을 드릴까봐
전화 한 통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본래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던데 옛날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는 듯하다.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시간 내내 죄송한 마
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디모데는 건강이 그다지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 최소한 그는 두 가지 문제
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위
장병”이고 다른 하나는 “자주 나는 병들”
이었다. 디모데가 천성적으로 이렇게 몸이 약했는지 아니면 목회를 하다보
니 이런 병을 얻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디모데가 젊은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딤전 4:12) 후자의 경우를 배
제할 수 없다. 어쨌든 디모데는 무엇보다도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한 것이 분
명하다. 사실 오늘날도 건강한 사람이 목회를 하는 중에 여러 가지 스트레스
를 받아 몸이 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이런 현상은 소화기관이
민감해지고 불량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디모데가 고통을 당했던 또 한 가지 육체적인 고통은 “자주 나는 병들”이
었다. 디모데는 위장병 이외에도 건강에 또 다른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것이 어떤 종류의 질병인지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 단지 사도 바울
이 포도주를 쓰라고 권면한 사실로부터 디모데의 “자주 나는 병들”은 대체
로 포도주를 약으로 쓰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질병들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복수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을 보아 여러 가지 질병이 디모데를 괴롭
힌 것으로 짐작된다. 디모데는 육체적으로 볼 때 꽤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
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주 나는”이란 표현은 디모데가 시도 때도 없이 질
병에 공격을 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도 이런 문제는 디모데의 목회를
심각하게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형편에서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물만 마시지 말고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고 조언했다. 디모데는 소화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아무래도 수분이 많
이 들어간 음식을 먹었겠고 또 속이 쓰리다보니 맹물을 많이 마셨을 것이
다. 그러나 사도 바울이 보기에 그런 처방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
금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했다.
물론 사도 바울이 알려준 포도주 처방이 무슨 대단한 의약처방은 아니다. 포
도주를 약간 사용하면 의학적으로 유용한 효과를 얻는다는 생각은 고대 세계
에서는 상식과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도 바울이 디모데
의 건강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는
말이 맞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의 영적 상태만을 주목한 것이 아니다. 그의 생각을 따르
자면 영적인 상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육체적인 건강도 무시할 일은 아
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위장병과 그 외에
여러 가지 잦은 질병으로 고생
하고 있는 디모데의 건강을 걱정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질병이 목회에 방
해가 된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문제 말미암아
목회를 쉬라고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적절하게 자가치료를 할 것을 조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은 잘 관리할 수만 있다면 목회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목회를 돕는 것이 된다. 사도 바울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생하는 디모데가 혹시라도 목회에 좌절하지 않도록,
역설적으로 질병은 목회의 촉매라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사도 바울은 애
정 어린 조언을 했다. 건강을 위해서 기도하라고 말하는 대신 포도주를 쓰라
는 말에 사도 바울의 사도 바울 됨이 있다.
때로는 목회에 촉매 되기도
이번 주말에는 잊지 말고 윤 교수님께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 전화를 드려
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