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의 목회편지(115)
딤전 6:11
피(避)와 추(追)
조병수 교수_합신 신약신학
믿음의 성패는 일상에서 결판이 난다. 우리에게는 무슨 신기한 현상을 체험
할 때 믿음이 강화되고 그렇지 못할 때 믿음이 상실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은근히 이런 생각을 조장하고, 또한 적지 않
은 신자들이 뭔가 특별한 것을 맛보고 싶어 안달을 한다.
일상에서 쉽게 판가름나는 ‘믿음’
물론 어떤 놀라운 일들을 경험한 결과 신앙이 더욱 견고하게 확립되는 경우
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이 훌륭해지느냐
아니면 망가지느냐 하는 것은 훨씬 더 일상적인 생활에서 벌어진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삶에서 신앙이 독실하게 자라기도 하고
형편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날마다 만나는 삶의 현장을 믿음의 현
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신앙의 이런 일상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피하다”라는 말과
“따
르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피(避)와 추(追)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한
시도 따돌릴 수 없이 필연적으로 반복하는 두 가지 행위이다. 바꾸어 말해
서 우리의 삶은 어떤 것을 피하거나 어떤 것을 따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일상 생활가운데 무엇인가를 멀리하고 무엇인가를 가까이하는 것을
수없이 반복한다. 우리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 그러나 피하는 행위와
따르는 행위는 서로 간에 너무나 순간적으로 교체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이
둘이 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을 피하는 것은 다른 것을 따르
는 것이며, 무엇을 따르는 것은 다른 것을 피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사도 바울은 믿음의 길에서 성공하려면 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피(避)는 우리가 이미 일상생활 가운데 익숙하게 연습한 방법이다. 사도 바
울은 “이것들”을 피하라고 지시한다. “이것들”이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다른 교훈(3절), 교만과 변론과 언쟁(4절), 투기와 분쟁과 비방과 악한 생각
(4절) 그리고 돈을 사랑함(10절) 같은 것을 가리킨다. “이것들”은 우리가
매일같이 끊임없이 마주치는 문제들이다.
우리의 주위에는 “이것들
”이 짙은 안개처럼 빽빽하게 포진해 있다. 우리
의 귀는 계속적으로 다른 교훈을 듣고, 우리의 마음은 쉴 새 없이 교만과 투
기와 악한 생각에 공격을 받으며, 우리의 입은 틈만 나면 변론, 언쟁, 비방
을 내뱉기에 알맞다. 사도 바울은 바로 “이것들”에 직면한 우리에게 아주
간단히 “피하라”는 대처방법을 제시한다. 어찌 보면 이것은 너무나 간단해
서 과연 이런 방법으로 “이것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도 한다.
바로 이런 의구심을 깨뜨리겠다는 듯이 사도 바울은 또 하나의 처방을 내밀
었다. 그것은 “따르라”는 제안이다. 피하는 것은 결국 따르는 것으로 연결
되어야 한다. 추(追) 역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연습한 방법이다. 사
도 바울에 의하면,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
내와 온유”이다.
사도 바울이 여기에 열거한 여섯 가지 단어는 우리의 일상에 들어와 살이 되
어버린 하늘세계의 신비들이다. 그것들은 출처가 하나님인 것임은 분명하지
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본래는 하나님께 속
해 있던 그것들이 이제는 모두 우리의 현장에 들어와
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
켰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같이 지속적으로 의와 경건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
와 온유를 따라야 한다.
우리는 인생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엇인가를 따르고 무엇인가를 피한다.
갓난아기였을 때 우리는 먹고 싶은 것에는 떼를 쓰면서 달라붙고 먹기 싫은
것에는 악을 쓰면서 거절했다. 소년시절 우리는 재미있는 것을 열심히 했지
만 재미없는 것 앞에서는 미련 없이 줄행랑을 쳤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되
어서도 무엇인가를 따르고 무엇인가를 피하는 것은 여전히 계속된다.
피할 것과 따를 것조차 구별 못해
우리는 피하는 것과 따르는 것을 일생동안 충분히, 정말 충분히 연습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이렇게 많이 연습한 피함과 따름을 신앙의 길에서
는 잘 실천하지 않는다. 게다가 더 이상한 것은 따라야 할 것은 피하고, 피
해야 할 것은 따르는 기괴한 행위를 전혀 스스럼없이 저지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