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10:24-25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서로 협력하고 격려하는 기회 잃지 말아야”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환갑을 오래 전에 넘기고 60대 후반을 향하여 가고 있는 분을 잠시 알고 지
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오신 분이었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게 되어 있지 않아
그러나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하여 회한도 없고, 지금 살고 있는 삶에 대하
여 기죽을 일도 없이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가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장래
에 대하여도 분명한 계획과 자신감을 갖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저와 교제가 깊어지면서 어느 날인가 지나가는 말처럼 제게
한 마디를 하였습니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사람은 혼
자 살도록 지어진 것이 아니예요. 나는 그것을 너무나 늦게 알았어요! 내가
인생에 대하여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그 젊은 시절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나도 절대로 평
생을 혼자 사는 길을 택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십 년도 더 연하인 내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그분의 말
씀을 들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헤어지면서 제가 한 마디 하였습
니다. “혹시 제가 더 오래 남아있게 되고, 선생님께서 저보다 먼저 천국에
가시게 되면, 제가 뒤치다꺼리는 다 해드릴께요.”
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가슴이 뜨끔하였습니다. 그분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위험한 말을 경솔하게 쏟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러나 뜻 밖에도 저의 그 말에 그 분은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습니다. 저는
다시 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앞으로 걱정하지 말고 사세요. 저희 부부가
평생 친구가 되어드릴께요.”
저의 따뜻한 한 마디가 그분에게는 십 수 년 동안 해온 기도의 응답이었다
하였습니다. 겉으로는 그렇게 당당하였어도, 마음 한 구석에는 혼자 사는 삶
이 가져다주는 왠지 모를 외로움이 벌써 오래 전부터 둥지를 틀고 있었던
게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 어른의 말씀처럼 사람은 혼자 살도록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혼자”라는 말이 단지 혈육이나 가정이 없이 혈
혈단신으로 사는 것만을 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친구도 많고, 가족도 많고, 교인도 많
지만 마치 혼자인 것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스로 다른 사람과의 관
계를 차단하고 혼자서 “당당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본인이
원하는 것은 아닌데도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혼자이도록 버려두는 바람
에 고군분투하며 외롭게 사는 사람이 있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없고, 책임감도 없고, 동질감도 없이 마냥 자기 자신
만을 생각하면서 사는 것은 잘못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지어지지 않은 것입
니다. 남편이 남처럼 느껴지는 외로운 아내들이 있고, 아내가 생전 처음 만
나는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지는 남편들이 있다 합니다.
같은 집안에 살면서도 부모는 부모대로 세상에 자기 혼자인 것 같아서 외롭
고, 자식은 자식대로 버림받은 것 같아서 삶이 서럽고 힘이 드는 사람들이
있다 합니다. 그 오랜 세월을 한 교회에서 지내면서도 줄 것도 없고 받을 것
도 없이 너는 너 살고 나는 나 살고, 네 것 너 먹고 내 것 나 먹는 식으로
제각각 혼자서 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
관과 같이 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 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
는 히브리서의 말씀은 결국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을 혼자 살려고 하지말고
함께 살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짧은 문장을 온통 “서로 돌아
봄”, “격려함”, “함께 모임”, “(서로)권함” 같이 서로의 관계를 중요
하게 다루는 말들도 채우고 있을 것입니다.
본문의 앞부분은 다른 지체의 필요를 알아보는 사랑과 그것을 채워주는 행동
을 격려함으로 서로를 돌아보라는 말씀이요, 뒷부분은 서로 협력하고 위로하
고 격려를 주고받는 기회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함께 모이는 것
을 힘쓰라는 말씀입니다. “그 날” 곧 주님이 오실 그날이 점점 가까워오
고 있음을 알고 사는 이 시대의 우리 신자들에게는 이 말씀이야말로 가장 절
실한 권면일 것입니다.
혼자 살려하는 것은 불신앙과 같아
혼자 살 수 없는 세상을 혼자 살려하는 것은 주님이 주신 약속을 붙잡고(23
절)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25절) 우리 신자들에게는 단순히
외로움의 문제가 아니라, 불신앙의 문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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