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는 성도의 기초 공동체인 가정 안에서 성도를 신앙인으로 바르게 양육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자 좋은 가정을 이룰 의무를 실현하는 방편입니다. 신앙인의 가정에서 가정예배가 꾸준하고 바르게 시행되는 것은 성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중요합니다. 최근에 가정예배와 관련한 한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다우리교회(예장 고신)에서 담임목사로 목회를 하고 있는 임경근 목사가 쓴 『365 가정예배』(세움북스)입니다.
제목: 교리와 함께 하는 365 가정예배
저자: 임경근
출판사: 세움북스
평소 임 목사님(이하 ‘지은이’)이 생각하는 가정예배의 지론과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정예배의 중요성
지은이는 1994년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서 종교개혁 신학이 교회와 가정으로 뿌리내려 이어져 온 개혁교회(Reformed Church)를 경험합니다. 유학 당시 네덜란드의 가정예배 역시 경험하였습니다.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가정에서는 하루에 세 번 가정예배를 드립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이들에게는 식사 시간이 곧 가정예배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식사와 함께 하는 가정예배 순서는 대략 이렇습니다. 식사가 준비되면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습니다. 온 가족이 모이고 기도할 준비가 된 것을 확인한 아버지가 기도를 합니다. 기도를 한 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합니다. 식사를 마친 후 아버지가 성경의 한 부분을 읽습니다. 성경을 다 읽은 후에는 아버지가 자녀에게 이에 관해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합니다. 이를 통해 자녀는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행하신 위대한 일(구원)과 우리가 하나님께 해야 할 일(감사의 삶)을 배웁니다. 이후 시편 찬송을 부른 뒤 아버지의 기도로 가정예배가 마무리됩니다.
가정예배에는 예배라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기보다는 육의 양식과 더불어 영의 양식을 먹는다는 의미에서 매일의 자연스러운 일과였습니다. 이와 같은 가정예배는 성도와 가정, 나아가 교회의 신앙을 돈독히 하는 수단이 되었고 신자가 사회 어느 곳에 있어도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 개혁교회 내에는 이와 같은 전통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 가정이 많습니다.
지은이는 이와 같은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가정예배를 경험하고 가정예배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가정예배를 한국 교회 건강의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가정예배 운동을 벌이고 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까페(http://cafe.daum.net/family-worship)도 만들어 가정예배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으로 쓴 가정예배서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배시간에 어떠한 내용을 전달하는지도 중요합니다. 물론 가정예배 시간에 긴 설교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꾸준하기만 하다면 성경을 읽고 간단한 질문을 하는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그럼에도 성경을 읽을 때에 좋은 관점이나 도구가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마치 구약성경이 신화처럼 쓰여진 단순한 역사서인 것 같지만 신약성경을 읽으며 그리스도 예수님으로 내용이 집중된다는 사실을 알면 구약성경이 새롭게 읽히는 것과 같습니다. 더 넓게는 신구약 전체가 아담부터 교회에 이르기까지 하나님께서 약속을 이루시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성경을 입체적으로 읽으면서도 통일성 있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에는 “교리와 함께 하는”이라는 말이 달려 있습니다. 이 책은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Heidelberg Catechism)을 기준으로 쓰인 책입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은 1563년에 작성된 종교개혁 시기의 대표적인 요리문답으로 개혁교회 전통에서는 공식적인 요리문답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전체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인간의 죄와 비참, 둘째, 죄와 비참으로부터의 구원(사도신경), 셋째, 감사의 삶(십계명과 주기도문). 이를 통해 신앙인에게 익숙하지만 자칫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구원에 관한 지식, 사도신경, 십계명, 주기도문의 내용을 좀 더 체계적이면서도 깊이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총 129문으로 되어 있는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순서에 따라 매일 조금씩, 1년에 걸쳐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함께 참고할 수 있는 요리문답으로 장로교회(Presbyterian Church)의 공식적인 요리문답 중 하나인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Westminster Shorter Catechism)을 표기해 놓았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한 차례씩 ‘성품 예배’라고 하여 그리스도인의 성품과 관련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하나님의 성품을 닮는 것, 훈련, 겸손, 경청, 순종, 온유, 용서, 절제, 질서, 지혜, 책임, 감사, 사랑, 진실, 기쁨, 검약 등의 내용을 다루어 구원받은 자로서 감사의 삶을 살아내는 데 도움을 제공합니다.
이 책의 활용법
이 책의 매 장에는 성경 본문, 교리 설명, 찬송, 질문이 실려 있습니다. 먼저 성경을 읽고 다음에 교리 설명을 읽습니다. 지은이는 교리적 주제가 교회 역사를 거치며 형성된 것이기에 자녀가 이해하기에 어렵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그렇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설명을 계속할 것을 권합니다. 성경을 읽어가면서 질문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도 있지만 지은이는 적어도 신앙교육에서만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행하신 일과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미리’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은 믿음의 지식이 갖는 ‘믿고 이해한다’는 특징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교리 설명을 마친 뒤에는 질문을 던질 것을 권합니다. 믿음의 지식이 일단 믿고 이해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질문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해당 내용을 이해했는가, 둘째, 성경과 교리의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가. 이때 부모는 자녀의 나이, 지적 수준, 성품 등을 고려하여 질문합니다. 질문 시간은 단지 교리적 지식을 이해했는가를 파악하는 시간은 아닙니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를 한다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서로의 삶을 나누며 이해하여 가정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은이는 책의 빈 공간에 기도 제목을 적어두는 것도 좋다고 권합니다. 이것은 매우 추천할 만한 방식입니다. 보통 가정 예배는 아버지가 기도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가정 구성원들이 자신의 기도제목을 스스로 적어보도록 권하고 지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의 기도에는 우리가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앙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확인하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지은이는 이 책을 한 해만 하고 끝내지 말고 매년 혹은 격년으로 반복할 것을 권합니다. 이것은 반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개혁교회가 매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설교하여 1년에 1차례씩 전체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전통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가정예배 유의사항
그렇다면 가정예배를 더욱 잘 드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 직접 수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동안 쓴 지은이의 글과 행한 강연을 통해 나타나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은이가 이해하고 있는 가정의 질서와 가정예배의 주요 사항, 실제적인 조언이 나타나 있습니다.
1) 가정예배를 드리기 전 기도하며 준비합니다.
2) 온 가족의 동의를 구하고 서두르지 않습니다.
3) 매일 온 가족이 모여 예배드릴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가족이 함께 의논하여 정합니다.
4) 가능한 한 아버지(남편)가 참석할 수 있도록 하고 아버지(남편)의 권위를 인정합니다. 아버지가 참석하지 못할 경우 어머니가 위임받아 인도합니다.
5) 짧게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6) 가정예배의 주요 요소인 말씀, 기도, 찬송, 나눔을 가능한 한 포함시킵니다.
7) 가정예배의 순서와 형식은 가정의 특성을 고려합니다.
8) 딱딱하거나 지겹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9) 가정예배를 돕기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10) 아이들이 질문하면 친절히 설명하되 모르는 것은 다음에 꼭 가르쳐 줍니다.
11) 기도는 길게 하지 않습니다.
12) 기도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제목으로 합니다.
13) 한두 개의 찬양을 일주일, 한 달 정도 반복하는 것도 좋습니다. 모르는 찬송을 배우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