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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개척, 부실한 교회

이성호박사

by 김경호 진실 2015. 7. 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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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개척, 부실한 교회
- 개척교회,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

 







이성호 목사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2012년도에 고신총회는 설립 60주년을 기념하여 미조직교회 현황에 대한 기초조사를 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였다.1) 광범위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여러 연구결과들이 나왔는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척교회가 지닌 문제점들 중에 첫 번째는 “성급한 개척”이었다. 즉, 목회자들이 전혀 혹은 충분한 준비 없이 교회 개척의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교회가 제대로 자립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이 성급한 개척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첫 번째 이유는 “막연한 믿음”이다. 하나님의 교회는 세우기만 하면 절대로 문 닫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에서 목회자들이 교회 개척에 뛰어들고 있다. 설문조사에 임한 많은 목사들은 교회를 개척하면 금방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수많은 개척교회들이 실제로 문을 닫고 있지만 자기 교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개척한 지 몇 년 만에 대형교회로 성장한 교회가 없진 않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에 대한 이미지와 전도환경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악화된 상황을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차라리 성장한 교회보다는 문을 닫게 된 교회에서 배울 것이 훨씬 많을 수도 있다.

교회 개척에 뛰어드는 목회자들이 거의 대부분 중대형교회의 부목사들이라는 것이 또한 큰 문제다. 신학교를 졸업하면 졸업생들은 10여 년 동안 대부분 중대형교회(부교역자를 둘 수 있는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을 한다. 실제로 교회 개척을 해 보면 알겠지만 중대형 교회의 사역은 개척교회를 하는데 있어서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회 환경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대형교회에서 아무리 뛰어난 사역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개척교회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로 대형교회에서는 행정력이 부교역자의 중요한 자질이지만 개척교회에서는 그런 은사가 거의 소용이 없다. 따라서 큰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있는 동안 작은 교회 목회를 위한 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교회 개척에 있어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척에 있어서 방향 설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이것은 앞에 언급한 것과 연결되어 있다. 필자가 아는 어떤 목사는 교회 개척을 하기 전에 서울에 있는 사랑의 교회나 온누리 교회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개척교회 목사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교회를 키울 생각을 하기보다 작은 교회를 어떻게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를 개척하기 전에 대형교회를 찾기보다 교회를 개척하여 20-30명 정도 성장시킨 교회를 훨씬 더 많이 방문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장 처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단호하게 “신학”이라고 답을 한다. 대부분 교회를 개척하는 목사들은 “준비”라고 하면 건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요즘 개척교회에 건물보고 오는 신자는 아무도 없다. 신학교에서 교회론을 배우면서 “건물은 교회가 아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개척에 뛰어들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교회 건물인 경우가 많다. 교회를 개척함에 있어서 신학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를 개척한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질문에 제대로 신학적 답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교회가 무엇인가?”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교회를 개척할 수 있겠는가? 만약 “거대한 교회”를 믿는다고 생각하면 교회를 키우는데 관심을 가질 것이다. “거룩한 교회”를 믿는다고 생각하면 교회를 키우기보다 교인들을 거룩한 성도로 만드는데 힘을 쓸 것이다. “작은 교회에 맞는 예배는 어떤 것인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직분자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설교란 무엇인가?” ....... 이런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이미 신학교에서 다 배웠겠지만 이제는 실제로 본인 나름대로 이런 질문에 대해서 분명한 정리를 해야 한다. 이것을 정리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적어도 교회를 개척하기 2-3년 전에 교회개척의 전반에 대하여 신학적 정리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준비해야 한다. 교회가 건물이 아니고 사람이라면 당연히 사람을 준비해야 한다.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교회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개척교회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힘들다. 재정문제는 사실 그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맨 땅에 헤딩하는 경우가 있는 옛날과 달리 이제는 교회를 개척할 장소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에 (교회 개척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주위를 돌아보면 “이렇게 교회가 많이 있었는가?”라는 한숨이 나올 것이다) 건물보다는 사람을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준비는 당연히 본인 자신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교회 개척에 대한 열정만 있다고 해서 준비가 다 된 것이 아니다. 교회 개척은 마라톤과 같다. 길게 보고 자신을 연단시켜야 한다. 교회 개척을 위해서 사임하기 전에 지금부터 예배를 드리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얼마나 진정으로 삼위 하나님께 예배를 드려왔는지를 반성해 보라. 본인은 불성실하게 예배를 드리면서 어떻게 성도들에게 올바른 예배를 드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교회 개척을 결단하였다면 그 시간부터 부교역자로 있으면서 “내가 담임이라면”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목회 현장이 완전히 달라 보일 것이다.

가족들도 준비시켜야 한다. 개척에 있어서 사모의 도움은 절대적이다. 적어도 주일학교나 중고등부를 가르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교회에서 음악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사모가 찬송가 정도는 피아노로 칠 수 있으면 큰 힘이 될 것이다. 따라서 교회를 개척하기 전에 사모와 동역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사모에게 설교를 통해서 은혜를 끼칠 자신이 없으면 아예 교회 개척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녀들도 개척을 위해서 훈련을 시켜야 한다. 부교역자 10여년 차가 되면 자녀들이 청소년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부친이 시골에서 목회할 때 중학생인데도 주일학교 보조교사를 했다. 교사가 없을 때에는 교사 역할도 했다. 개척하기 전에 자녀들을 제자훈련을 시켜서 유치부나 저학년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에 사람이 없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있는 사람부터 교회를 잘 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나라를 돌볼 수 없다는 바울 사도의 가르침은 무엇보다 개척교회 목사들에게 적용되는 말씀이다. 자기 가족부터 준비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서 새 가족이 자녀들과 함께 교회에 왔는데 목사의 자녀들이 생활에 있어서 형편없다면 누가 그 교회에 계속 출석하겠는가?

개척 멤버를 준비해야 한다. 개척교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가정(친인척 없이)이 필요하다는 것이 경험에서 나온 필자의 판단이다. 사실 교회 개척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은 당연히 분립개척이다. 분립개척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3가정 정도만 같이 할 수 있다면 정말로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 교회가 분립 개척을 결정하더라도 과연 개척교회 목사를 따라 성도들이 같이 합류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기존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성도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였다면 개척교회에 동참할 성도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자신과, 가족과, 3가정 정도의 개척 멤버를 준비하는 데에만 적어도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것을 부교역자 시절에 가장 잘 준비할 수 있는 현장은 구역모임이다. 이 구역모임이야말로 정확하게 개척교회 현실과 일치한다. 구역모임을 앞으로 자신이 개척할 교회라고 생각하고 인도해 보라. 예배를 어떻게 인도해야 할 것인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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