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20세기 세계를 둘로 갈라놓았다.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와 공산주의 세계다. 돈은 여러 가지 사상과 종교의 가치체계 틈새에 서식하면서 여러 가지 취급을 받아왔다. 인간들은 언제 어디서 죽음의 잿더미에 깔려 지구를 떠날지 알 수 없는 종말적 징후 앞에서도 돈에 대한 애착과 집념은 물론이고 돈을 향한 행진을 멈출 줄 모른다. 돈을 다 쓰지 못한 채 죽어간 사람들의 탄식 소리가 곳곳에 들려도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 돈 문제에 매달려 시간과 공간을 소모하고 있다.
총회 안에서 지난해까지 발목을 잡았던 사건 모두 금전과 관계된 것이었음은 만인공지의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서 범행의 동기를 묻게 되면 ‘돈 때문에’라는 것이 보편적 대답이다. 사실 돈 자체가 악과 범죄의 근원은 아니다. 돈은 신성한 대가를 측정해주는 착한 기준이다. 돈은 선한 일에 끝없는 동기를 유발해주는 원천이기도 하다. 또한 돈은 우리의 삶 속에서 모든 감정과 감사와 속죄의 최종적인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돈은 거래 생활과 소비 생활에서 매개의 공통된 언어의 몫을 담당한다. 돈은 일의 크고 작은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표시해주는 기준이기도 하다.
바로 이 같은 막대한 돈의 기능과 위력 때문에 돈은 인간이 추구하는 대상이 된다. 돈이 인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황금만능사상이 범죄를 부채질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세상은 돈의 효용과 돈의 축적에 관한 동기와 수단을 가르치는 데만 골몰하지, 선과 악 사이에 중립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돈을 악에게 침식당하지 않게 활용하는 것에 관해서는 등한한 것이 사실이다. 돈을 축적하되 돈에 파묻히는 인생이 아닌 도리어 돈을 정복하고 마침내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심성에 관한 훈련이 절실히 요청된다. 지금 이 사회는 부끄럽게도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는 가르쳐도 어떻게 유용하게 지배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상태이다. 자본축적과 그 정당한 사용에 대한 생각이 빈곤하기에 지금 이 사회는 모범적 경제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겉모양만 보아서는 안 된다. 서구사회가 기독교적 근면과 청렴, 절제와 사랑의 정신 가운데 누렸던 자본주의의 그 풍성한 밑바닥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칼빈 선생이 가르친 기독교적 정신이었다. 청렴성을 팔아버린 뇌물범죄, 부정청탁 및 알선의 범죄, 자격사칭의 범죄 등 갖가지 범죄들이 돈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모두 돈을 지배하면서 돈에서 자유로워지는 바른 지도자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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