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칼뱅의 제네바목사회(The Company of Pastors in Geneva)를 연구하면서 한국교회와 교단에 제언하고 싶은 한 가지가 바로 목사들의 ‘연장교육’이다. 평생을 생 피에르에서 설교했던 칼뱅은 열 번의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번 콩그레가시옹(Congrégation)에 참석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콩그레가시옹이 바로 목사들의 연장교육이자, 평생교육시스템이었다.
이 성경연구모임은 1541년에 만든 제네바교회법령에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모든 목회자는 그들 안에서 교리에 동의하고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주일에 한 번 정해진 날에 함께 만나 말씀에 대해 의논한 것이 편리할 것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적법한 이유 없이 이 일에 면제되지 않는다. 이 일에 태만한 사람은 질책을 받는다.” 이렇게 제네바의 목사와 베른에 있는 제네바 소속 영지의 교구목사는 예외 없이 매주 금요일 오전에 성경연구모임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했다. 이 모임은 칼뱅을 비롯한 모든 제네바의 목사와 제네바아카데미의 교수들이 참여했고, 특히 일반시민들도 자유로운 청강과 참여가 가능했던 일종의 ‘시민성경강좌’ 성격도 띄었다.
콩그레가시옹은 금요일 오전에는 성경강해로 진행되었는데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불어로 진행되었고, 목사들은 순번을 따라 성경의 주해를 발제하고 질문과 토론을 거쳐 칼뱅의 권위 있는 지도와 기도로 마쳤다. 이렇게 성경 각 장의 강해가 모여 칼뱅주석으로 출판이 되기도 했다. 또 오후에는 일반시민은 참여할 수 없는 목사들만의 모임을 가졌다. 여기서는 신학토론이 라틴어로만 진행되었는데, 이 역시 신학과 교리적 주제를 가지고 순서별로 발제하고 토론을 하였다. 이 시간에는 오전 강해에 대한 평가와 성경주해를 게을리 한 목사에 대한 지적과 함께 석 달에 한 번씩은 형제애적 견책을 시행했다. 이렇게 오전의 주경신학과 오후의 조직신학을 통해 제네바교회는 성경해석과 교리적 일치를 유지하였고, 이단사상을 가진 목사와 비윤리적인 목사를 견책하고 퇴출함으로써 교회의 성결을 유지할 수 있었다.
최근 명색이 최고의 신학부인 총신 출신들마저 사순절이라는 용어를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재의 수요일, 성금요일과 같은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아연질색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개혁신학을 벗어난 무분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관상기도나, 렉치오디비나를 모범으로 제시하는 것도 본다. 한마디로 개혁신학을 추구하는 교단 소속 목사로서 소양이 없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종교개혁 500년을 앞두고 이벤트성 사업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16세기 종교개혁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교단 신학부가 장립 10년차, 장립 20년차가 되는 목사들을 여름과 겨울 학기제로 소집해 목회자연장교육을 교단이 의무적으로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이미 신학을 마쳤지만 매 10년차마다 제네바의 모범을 따라 성경주해와 조직신학을 이수하게 한다면 목회자의 개인의 발전은 물론, 교단의 성경해석과 교리적 일치를 유지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총신이 목회자양성과 교육의 요람으로서도 적절한 자기 자리를 찾는 길이다.
교단은 규모면에서 매우 방대하다. 또 수많은 소속 선교사들도 있다. 이것은 동시에 우리가 개혁신학의 성경해석과 교리적 일치를 유지해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동성애를 비롯해 이슬람의 확대와 종교다원주의가 팽배한 이때에 교단소속 목회자의 연장교육은 시대의 요청이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우리 시대의 교회가 회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고명하신 교단의 지도자들이 이 작은 제언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열망해 본다.
임종구 목사(대구푸른초장교회)
http://www.kidok.com/news/articleView.html?idxno=96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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