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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freedom)

예배학

by 김경호 진실 2017. 12. 2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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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에 대한 외침은 억압 가운데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스스로를 속박하는 의식의 부자유 가운데 있는 자유인들에게까지도 추구되는 본능적 이상(idea)이다바로 그러한 이상에 대한 간절한 열망을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나타내 보이는 장면 가운데에는 쇼생크 탈출’(1994)에서 주인공이 폭우가 내리는 밤중에 감옥을 탈출하여 비를 맞는 컷(cut), ‘브레이브하트’(1995)에서 주인공 윌리엄 월리스(William Wallace, 1272/1276-1305)가 죽음을 맞으며 외치는 프리덤이라는 외침이 가장 단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13세기 스코틀랜드의 독립과 자유를 외쳤었던 월리스의 외침은 17세기에 잉글랜드에서도 전혀 다른 양상으로그러나 조용하게 외쳐졌는데 그것은 바로 웨스트민스터 총회 가운데서 가장 먼저 산출된 예배모범(The Westminster directory, 1645)에 담겨 있는 예배의 자유로움이 그것이다당시 예배모범을 작성하던 총회의 기본적인 기류가 바로 로마 가톨릭의 복잡한 미사와 성공회의 엄격한 예배형식을 지양하고 좀 더 자유롭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형식으로서의 예배의 통일을 꾀하고자 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러한 예배의 자유는 시대가 진전되면서 또 다른 자유를 갈망하는 욕구의 명분이 되어버렸고그러한 분위기의 반전 가운데서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산출한 예배모범은 또 다시 자유롭게 개정되어야 할 진부한 형식으로 취급되어버렸다.

 

무엇보다 17세기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산출한 예배모범의 틀(flow)보다도그러한 순서들 가운데 함의되어 있는 내용들과 개념들에 대한 이해에 있어 현대주의의 예배론은 전혀 다른 자유로 치닫는 가운데 있다그러므로 그러한 현대주의의 입장에서는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이야말로 수 세기 전에 잠깐그것도 포괄적으로 작성된 모범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잉글랜드와 아일랜드그리고 스코틀랜드가 합의하여 작성한 최상의 모범이라기보다는 다소 포괄적인 모범인 것은 사실이다따라서 예배모범의 문구들마다에 함의되어 있는 의미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에 논의하던 주제들에 대한 분위기와 결론의 과정을 전반적으로 숙지할 필요가 있다그렇게 하지 않은 가운데서는 예배모범의 문장은 너무 포괄적이거나 애매하여 실질적인 지침에 있어 다소 모호하게 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모범의 전체 항목들을 종합적으로 조망하여 보면예배에 있어 추구되는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예배모범의 취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가 있다즉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단순히 예배자의 의식과 몸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심의 자유”(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20장의 주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그리고 그러한 양심의 자유란하나님과 그의 말씀(성경)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그것으로의 자유이다바로 이러한 자유에 있어 로마 가톨릭교회의 복잡하고 치밀한 미사예전과 성공회의 경직된 예식서(Service book)는 무겁고 거추장스런 율례들에 지나지 않았다때문에 웨스트민스터 총회는 그것과 구별된 예식서를 작성하지 않고 모범(Directory)을 작성한 것이다그러므로 웨스트민스터 총회는 부득이하고 임시적인 이유로 포괄적이고 애매한 문장의 지침들을 작성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지나치게 구속하지 않는 자유 가운데서 예배모범의 틀 가운데 예배의 일치를 꾀하고자 한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이 보장하는 그러한 자유는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이 제시하고 있는 틀을 얼마든지 깨뜨릴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오히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이 보장하고 있는 예배의 자유는 하나님의 말씀을 향하여 양심이 자발적으로 구속되는데 있어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의 자유이기 때문에사실상 그러한 자유는 예배모범의 틀을 떠나서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예배모범의 틀 안에서 더욱 엄밀하고 깊어지는 형태로서의 자유다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양심의 주인은 우리들 각자인 것(self centered)이 아니라 오직 한 분 하나님뿐이니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빛(Light of Christ)으로서 진정한 자유 가운데 있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예배형식과 예배론은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이 내포하고 있는 자유를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바로 그러한 몰이해를 향하여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지금도 신자가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요 8:32절에서 주님이 친히 이르신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말씀 바탕으로 하는 하나님을 향한 양심의 자유를 진정 얻도록 그 모범을 여전히 제시하고 있다.

 

※ 새해에는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 스터디, (고백과 문답, 2018년 1월 출간 예정)와 함께 진정한 예배의 자유를 온 교회(Congregation)가 공부하기를 추천합니다.


 

장대선 목사(가마산 교회)

저서: 프랑스 신앙고백 해설(세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스터디(고백과 문답), 가정예배(고백과 문답)

 

 

 

 

 

 

http://www.ctimes.or.kr/news/view.asp?idx=2587&msection=3&ssection=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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