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죄를 지으면 두려워지는 이유는 죄의 값이 사망임을 알기 때문이고,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죽은 후 지옥이 기다리고 있음을 영혼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어느 시대에나 종교가 있었고, 죽음 이후의 영생을 사모했다. 공자는 명심보감 천명편(天命編)에서 “순천(順天)자는 존(存)하고 역천(逆天)자는 망(亡)하느니라”고 가르쳤고, 석가모니는 생사병로(生死病老)의 해답을 얻으려 출가수행의 길을 선택했다. 불교의 중심교리는 신에게 소원을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승려 혜민의 베스트셀러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중 ‘기도하라’는 내용들이 몇 차례 발견됐는데, 불교는 정각(正覺)에 이르기 위한 선정(禪定)과 고행과 참선의 마음의 집중이다. 이 때 여실지견(如實知見)으로 진리를 깨달아 진리와 일체가 되어 고통과 공포 또는 애욕에서도 산란을 일으키지 않는 부동에 이르는 것이다. 이슬람은 마호메트의 코란을 모세오경의 율법서에 추가하여 정치와 군사력으로 살인도 서슴지 않으며, 이슬람 국가를 실현하려는 종교라 정의할 수 있다.


종교는 등산하는 것과 같다. 잃어버린 절대자, 돌아가야 할 본향을 사모하고 추구하는 본능적 욕구의 산물이다. 모든 종교는 인간 의지로 신의 영역에 도달하려는 추구이지만 기독교는 절대자 하나님이 도성인신(道成人身)하셔서 이 세상에 우리를 찾아오신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이외에는 구원을 얻을 이름이 없나니 천하인간에 구원 얻을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 이르지 못하느니라”고 하셨다. 그리스도 구속의 유일성은 타협할 수도, 변개하거나 희석할 수도 없는 기독교 복음의 핵심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WCC는 1948년 최초 발족 이후 여러 차례 복음의 핵심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복음의 본질에서 이탈하여 현재의 심각한 갈등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그 내용을 조회해 보면 다음과 같다.


1948년 제1회 암스테르담 총회 주제를 보면, “WCC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그리스도로 받아들이는 교회의 모임”이라 했고, 1961년 제3차 뉴델리 총회에서는 “WCC는 성경에 따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주로 고백하며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한 공동 소명을 함께 수행해 나가기 위한 교회의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제2차 1954년 미국 에반스톤 총회는 “그리스도는 세상의 소망”임을 선언했으나, “교회는 정치적 사회적 불의와 대항하여 싸우는 책임을 감당해야 하며 그리스도인들은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 굶주림과 박해받는 세계 수많은 인류를 위해 불의에 대항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사람을 교회 안으로 인도하는 선교보다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며 선교보다 사회·정치 문제를 더 크게 부각하고 여기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악을 퇴치시키기 위하여 사회주의 건설이 WCC의 지상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스탈린의 평화공존 결의안을 지지했다.


제3차 뉴델리 총회에서도 ‘세계의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표어 아래 “타 종교들도 세계에 빛을 발하고 있다”며 종교다원주의를 선언했다.


1968년 7월 제4차 스웨덴 웁살라 대회의 주제는 ‘만물을 새롭게 하라’였는데, 이 대회에서는 인종차별, 경제 및 사회정의, 새 인간성 실현, 해방 등을 추구했다. 당시 필립 포터 총무는 1969년 5월 25일, LA타임스에 “만일 폭력이 경제적 정치적 독재를 전복하는 최후 수단이라면, WCC는 그 폭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기고했다. 그가 주장하는 해방이란 죄의 용서에서 얻는 자유함이 아니라, 계급사회와 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이었다.


1975년 11월 제5차 케냐 나이로비 대회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는 자유케 하시고 연합하신다’였다. 이 대회에는 불교와 힌두교, 이슬람교, 로마가톨릭, 유대교 대표가 참석했고, 여러 분과에서 주제를 다루었다. WCC총회 대변인인 로버트 브라운은 “기독교 신자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처럼 이슬람, 힌두교, 불교 등 다른 종교 안에서도 부분적인 계시의 가능성을 인정해야 하고 다른 종교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마르크스주의 사상까지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공산주의도 진리의 한 범주에 포함시켰고, 인종주의와 동성애 차별 등을 비판했다.


또 필립 포터 총무는 “환경오염, 기아와 기근, 인종 차별, 인구 팽창, 전쟁무기 증가 등 사회 구조악 문제와 함께 무관심, 탐욕, 두려움, 권력욕, 인간성 상실 등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이들 문제는 상호신뢰와 친교를 통해 해결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WCC의 심각한 문제점에 대해, 영국의 복음주의 신학자 존 스토트 박사는 ①WCC의 인간성 상실에 대한 인식 ②복음의 능력에 대한 확신 ③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신뢰 ④복음 전도의 절박함 ⑤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는 중생과 거듭남을 회복 등을 촉구했다.



1983년 7월 제6차 캐나다 밴쿠버 대회의 주제는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생명’이었다. 대회 첫날 전체 회의에는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루터교, 캐나다 원주민 등이 각자 입장을 발표하고 종교다원주의를 주제화했다. “분열된 세계에서 종교간 대화란 기독교 증거의 수단도 아니요, 그 부정도 아니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일생, 죽음, 부활의 독특함을 확신하지만 타 종교 중에도 진리를 추구하는 관점에서 하나님의 사역이 있음을 인정한다.” 둘째날에는 서방세계와 후진국 사이의 독재적 군정, 전쟁과 죽음의 비극을 주제로 급진적이고 혁명적 성향을 나타내고 성경을 통해 하나님께서 지적하시는 범죄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1991년 2월 제7차 호주 캔버라 대회 주제는 ‘성령이여 오소서,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였다. 이 대회는 4개의 분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제1분과 ‘생명의 수여자여 당신이 만물을 보호하소서!’는 생태문제, 제2분과 ‘진리의 영이여 우리를 자유케 하소서!’는 해방시키시는 하나님의 영, 정의 세계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책임 등을 주장했다. 여기서 자유는 죄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자본주의와 이데올로기로부터의 해방과 자유였다.



제3분과 ‘일치의 영이여 당신의 백성을 화해케 하소서!’는 성령의 교제 안에 있는 기독교 공동체와 다른 종교와의 화해와 교제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삼위일체 성령님은 복음의 수용과 속죄의 경험없이 이방 종교와의 화해를 이루는 분이 아니다. 제4분과 ‘성령, 우리를 변화시키시고 거룩하게 하소서!’에서 논의된 성령은 삼위일체의 거룩한 성령이 아니라, 압제받는 민중을 대변하는 영이었다. 제7차 WCC총회는 성령을  하나님의 성령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영적 무지를 보였다.



이 대회에는 북한 조선기독교연맹 대표 4명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북한에 기독교가 존재한다고 믿는지, 그들을 북한 기독교 대표로 인정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다.



1998년 12월 열린 제8차 짐바브웨 하라레 대회 주제는 ‘하나님께로 돌이키라! 희망 중에 기뻐하자’였다. 이 대회에서는 21세기 인류공동체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지구화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경제적·문화적 지구화가 아니라 에큐메니칼 지구화를 주장했다. ‘21세기 에큐메니칼 운동의 정체성과 교회 일치에 대한 토의’가 주제였으며, 상호간 신학사상과 교리 차이로 인한 갈등과 긴장을 초월하여 삼위일체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이 궁극적 방법임을 언급했다. 동성애, 일부다처 허용 등의 논쟁이 있었다.



2006년 2월 제9차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는 ‘하나님. 당신의 은혜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를 주제로 ①종교적·문화적 상황변화, 종교다원주의 정체성 ②교회적 에큐메니칼 상황변화와 교회일치 ③국제정치, 사회적 경제적 상황변화와 경제정의 등을 다뤘다.



전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의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통하여 환경파괴, 경제정의, 교회일치, 종교다원주의 안에서의 기독교의 정체성과 선교적 책임을 강조했다. 대회 주제인 ‘하나님. 당신의 은혜로 세상을 변화시키소서!’의 변화는 신세계 질서(New World Order)를 의미하고 있는데, 이 신세계 질서가 무슨 의미이며 추구하는 배후 세력과 음모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할 것이다.



정리하면, WCC는 세계 기독교회 내 다양한 교파간의 화합과 일치를 도모하려 발족됐으나, 이방종교 전체를 수용·혼합한 종교다원주의로 변질됐다. 이웃종교를 동등하게 수용하여 사회변화, 제도 개선, 소수자 인권, 성 정체성 등을 추구하면서 성경의 권위와 죄 사함, 영혼 구원에 있어 그리스도의 유일성이라는 복음의 핵심을 잃어버리고 희석시켰다.



특히 다른 종교의 신앙을 존중하여 대화와 화해를 추구하며 1990년 1월 스위스 취리히 근교 바아르에서 열린 WCC 소위원회에서 로마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신학자 40명이 바아르 선언(Baar Stantement)을 채택했다. 여기서는 “하나님의 임재가 모든 나라와 백성 사이에 항상 존재하듯 성령을 통한 구원 역사가 타종교에도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WCC는 이와 같은 종교의 가치상대주의를 절대화하면서 기독교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있다. ‘모든 종교는 동등하므로, 그리스도가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배타적 주장이며 타종교 사회에서 반감만 일으킨다’고 주장하는 것이다.<계속>




/박승학 목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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