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공공의 적인가?
< 정창균 목사, 합신 설교학 교수, 남포교회 협동목사 >
“요즘 목사라는 이유로 죄책감 사로잡히는 사회는 정상일 수 없어”
어디 가서 교회목사라고 말하면 불신자들도 예를 갖추어 대하는 때가 한 때 있었습니다. 한국교회 초창기에는 어디 가서 신자라고만 해도 그를 일단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는 것이 사회의 보편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정 반대로 되어버렸습니다. 교회의 공사나 다른 일을 맡길 때는 신자가 하는 업체에는 맡기지 말라는 말이 돌아다닌 지 오래 되었습니다. “그 사람 예수 믿는 사람이야!”라는 말은 그 사람은 믿을만하다는 뜻이었는데, 지금은 빈정대고 모욕하는 말이 되어버렸습니다.
목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목사는 교회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도 골칫덩어리로 여겨지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목사에 대한 비난과 조롱과 모욕이 교회 안팎 여기저기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강도도 점점 더 세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몇몇의 주장들을 들여다보면 사실 그 핵심은 목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제 이 사회에서 목사는 마치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목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그동안 줄기차게 도덕적, 인격적, 법적 그리고 신앙적 비난의 한복판에서 표적이 되어온 몇몇 스타목사들의 영향이 결정적이기도 합니다. 비리와 범죄로 비난 받으면서도 그것을 멈추지도 않고, 회개도 하지 않으면서 뻔뻔스럽게 자기의 길을 가는 몇몇 목사들의 모습이 수많은 사람들의 실망과 분노를 쌓고 있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수많은 착한 목사들이 똑같이 목사라는 칭호로 불린다는 이유로 억울하게도 그들과 똑같이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세상에서 모욕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이름이 너희 때문에 이방인 중에서 모독을 당하는도다”며 탄식하셨는데, 바로 그 일이 오늘 날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 목사들은…” 하고 목사들을 비난할 때 우리는 조심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큰 교회 목사이거나 혹은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한 행동이 당연히 한국교회 모든 목사들의 표본이나 대표가 된다고 전제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사실 15만 명 다된다는 한국교회의 목사들 가운데 절대 다수는 목사답게 그리고 신자답게 살고 목회해보려고 고생하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공공의 적이 아니라, 공공의 유익을 끼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신앙인 지도자들입니다.
목사들 가운데 자신의 사례비가 너무 많아서 그 내역이 밝혀지는 것이 싫은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절대다수의 목사들은 사례비가 너무 적어서 그것이 밝혀지면 당할 창피가 두려운 사람들입니다. 절대다수의 목사들은 은퇴사례를 더 받기 위하여 교회에 억지고집을 부리거나 추잡한 흥정을 벌이기는커녕 아예 은퇴사례 자체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의 5만여 교회 가운데 100명 이상 모이는 교회는 15% 미만이라는 통계만 보아도, 대부분의 교단에 미자립 교회가 80% 이상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현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부의 목사가 못된 짓을 하는 것이니 상관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 사람들의 잘못이고 다른 목사들은 책임도 관계도 없다는 말도 아닙니다. 우리는 공동의 책임이 있습니다. 내가 저지르지 않았지만 책임을 져야 하는 일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의 사고뭉치 목사들이 벌이는 행각을 놓고 그 사람에 대한 비난으로 시작하여 곧이어 그가 목사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그것을 같은 목사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목사에게 적용한 다음, 당연히 모든 목사가 그 사람이라고 단정을 지어 이제는 그 특정의 사람이 아니라, 목사라는 직임을 그런 것으로 규정짓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한 처사가 아닙니다.
목사라는 직임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부끄러움이 되고, 어디 가서 목사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거리낌이 되며, 사고가 터질 때마다 같은 목사라는 이유로 언제나 막연한 죄책감에 사로잡혀서 살아가는 교회와 사회는 정상이 아닙니다. 지금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공공의 적이 되고 있는 것은 이해할 만합니다. 그러나 목사라는 직임이 공공의 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 졸업시즌이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나는 심한 우울증을 앓곤 합니다. 3년 동안 데리고 지내다 이제 손에 졸업장 한 장 쥐어주며 길을 떠나보내는 저들이 가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잘 가르치고 잘 갖추어주지는 못했지만 부디 공공의 적이 되지 말고, 하나님 아버지의 이름이 세상에서 모독을 받게 하지 말고, 그 길을 목사답게 끝까지 잘 가기를 빌어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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