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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초연결사회의 목회 방향

목회

by 김경호 진실 2021. 6. 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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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코로나19(COVID-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고 사회적 거리를 두고 격리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소위 초연결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마케팅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고 배달한다. 4차산업혁명의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가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갑자기 들이닥쳤다.

사회적 거리를 두기 위한 비대면 재택근무, 비대면 온라인 회의, 비대면 택배, 온라인 수업 등 코로나19는 갑자기 4차산업혁명 시대의 경계선에서 머물고 있던 우리를 그 한복판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초연결사회의 기술들이 갑자기 실생활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말 그대로 4차산업 기술로 말미암은 혁명이 일어났다. 한 달 사이에 사상 초유의 일들이 계속 터지고 있다. 특별히 급변하는 소통방식(communication way)의 넓이와 깊이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소통방식이 쓰나미급으로 우리를 덮쳤다.

 

1.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소통방식

4차산업혁명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다. 그 가운데 필자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용어는 “엄마 기계”라는 말이다. 『콘텐츠가 왕이라면 컨텍스트는 신이다』라는 저서에게 박창규 교수(건국대학교 유기 나노시스템공학과 교수)가 언급한 용어이다. 박창규 교수는 “4차산업혁명은 과거, 가족의 특성과 환경을 고려해 옷을 만들었던 엄마의 역할을 기계가, 플랫폼이, 소프트웨어가, 각종 첨단 기술과 시스템 장치들이 나누어서 하는 것”이라며 이를 ‘엄마 기계(Umma machine)’라고 일컬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엄마가 자녀의 옷을 만들어 주었다. 엄마가 손바느질로 만들어 주신 옷은 자녀를 위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이다.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엄마가 하던 일을 기계가 한다. 기계가 옷을 만든다. 기계가 만드는 옷은 공급자를 중심으로 대량생산 자동생산되었다. 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엄마 기계”가 옷을 만든다. 엄마가 자녀에게 옷을 만들어 주듯이 기계가 엄마처럼 옷을 만들어 준다. 4차산업혁명의 초연결(hyper-connection)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박 교수의 “엄마 기계”라는 말은 산업혁명 이전의 “엄마”와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가 융합된 말이다. 이는 기독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피에르 바뱅(Pierre Babin)이 그의 저서 『The New Era in Religious Communication』에서 언급한 제2차구전문화라는 개념과도 연결된다. 바뱅은 구텐베르크 인쇄술 발견 이전의 종교적 커뮤니케이션을 구전문화(Oral culture)로 정의하고 인쇄술이 발견된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을 프린트문화(Print culture)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새롭게 등장한 소통방식을 2차구전문화(Secondary orality culture)라고 설명했다. 인쇄술 이전의 구전(口傳)문화와 프린트문화의 특징들이 융합된 새로운 소통방식이라는 의미이다. 엄마와 기계가 연결되듯이 구전과 프린트문화가 연결된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소통방식이 등장했다. 칼로 두부 자르듯이 정리할 수는 없지만, 피에르 바뱅이 말하는 “2차구전문화”와 박창규가 말하는 “엄마기계”는 두 문화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4차산업혁명의 “엄마 기계”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이 시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context가 중요한 시대이다. 이는 커뮤니케이션 측면의 제2차구전문화 시대에도 적용된다. 기계로 대량생산된 인쇄물로 소통하는 시대에서 한 사람 한 사람 서로 소통하며 이야기하는 구전문화(口傳文化) 시대가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새롭게 등장한 구전문화를 이전의 1차구전문화와 구별하기 위해서 2차구전문화라고 부른다.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소통방식이 역설적이게도 구전문화(oral culture)를 부활시켰다고 볼 수 있다.


 

2. 초연결사회의 말씀 봉사

엄마기계와 2차구전문화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말씀을 전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특별히 다음세대를 향한 말씀 전수의 측면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

엄마가 옷을 만들어 주던 시대는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엄마와 자녀가 구전으로 소통하던 시대이다. 구전문화는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있어야 가능하다. 구전문화는 두 사람 이상의 공동체가 있어야 가능하다. 반면에 프린트문화에서는 저자가 홀로 책을 쓰고 독자가 홀로 책을 읽으며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할 수 있다. TV나 영화도 혼자 시청하고 감상할 수 있으므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프린트문화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구전문화 시대는 엄마가 자녀의 옷을 만들어 주듯이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통해서 말씀이 전수되었다.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라는 신명기 6장의 말씀처럼 말씀 전수가 일어나는 현장은 바로 가정 공동체였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로 삼고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지니라"(신명기6:4-9).

그렇다면 “엄마 기계”라는 말로 대변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말씀 전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 기계”가 옷을 만들어 주는 4차산업혁명시대는 초연결 소통기술의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의 발전은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엄마 같은 기술’이 만들어 주는 새로운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바뱅같은 커뮤니케이션 학자들도 이구동성으로 2차구전문화 시대의 소통을 위해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소통을 위해서 우리는 1차구전문화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감사하게도 구전문화와 공동체의 바이블은 다름 아닌 성경이다. 성경시대가 바로 1차구전문화 시대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초연결기술을 이용한 온라인 쇼핑,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되며 증가하고 있다.
 

3. 4차산업혁명 초연결사회, 말씀이 전수되는 공동체를 세우라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로마서 10:17) 로마서는 믿음이 들음에서 난다고 한다. ‘들음’은 ‘말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말하는 자가 있을 때 듣는 자가 있고 거기에서 “들음”이 가능하다. 믿음이 들음에서 나고 말씀이 전수된다. 다시 말해, 말하는 자와 듣는 자라는 말씀 공동체가 있을 때 말씀이 전수된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도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태복음18:20)고 말씀하시며 공동체의 중요성을 말씀했다.

신구약 성경시대는 위에서 언급한 엄마 시대이자 1차구전문화 시대와 연결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옷을 만들어 입히듯이 가정 공동체에서 말씀이 전수되는 시대였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온다는 말씀처럼 말씀 전수를 위해 화자(話者)와 청자(聽者)가 함께하는 공동체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예수님께서도 소수의 제자공동체를 만드는 데 공생애의 대부분을 헌신하셨다.

엄마기계와 2차구전문화로 대표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말씀 전수를 위해서도 공동체가 절실하다. 단순한 정보의 전달로는 부족하다. 엄마 같은 기술들이 이미 새로운 구전문화를 형성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이미 카페, 밴드, 단톡 등의 SNS를 이용한 수많은 공동체들이 존재한다. 이런 공동체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공동체를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가치를 형성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시대이다. 그러나 참된 공동체 형성의 바이블은 말 그대로 교회에게 맡겨진 성경이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말씀이 전수되는 이 시대의 공동체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 교회가 말씀이 소통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가정이 말씀이 전수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다른 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든데 어떻게 공동체를 세울 수 있을까? 중국 우한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전세기를 보내 우한에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귀국시켰다. 우한에 3차 전세기가 마지막으로 도착했을 때 한 선교사가 전세기를 포기하고 우한에 남기로 결정했다.

“훈련 중에 있는 리더들과 가르치고 있는 지체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세워진 리더들에게 사명자는 사명을 따라 움직이고 상황을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세워가는 일은 언어로 다 담아낼 수가 없기에 이때 이런 작은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 학생이 감염 의심 환자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그동안 저의 사업비자 만드는 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도왔던 지체가 이곳에 남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 우리만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곳에 남기로 결정하자 생각지도 못했던 현지 지체들의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저희가 이들을 보살펴 왔는데, 지금은 반대로 현지 지체들이 저희를 돕고 챙기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깊은 사랑과 전우애를 경험하고 있습니다.”(코람데오닷컴, “전세기 포기하고 우한에 남기로 한 선교사”).

우한에 남은 선교사의 고백처럼 언어를 통한 정보전달만으로는 말씀이 전수되기 힘들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체와 함께 우한에 남기로 결정했을 때 거기에 진정한 공동체가 세워지고 말씀이 전수되기 시작했다. 공동체를 통해 말씀이 전수되는 역사가 일어났다. 코로나19로 우한시가 봉쇄되어 단절되었을 때 이 선교사는 서로 소통하며 함께하는 공동체를 세우고 있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시대의 공동체가 어떻게 세워질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고난을 함께할 때 공동체가 세워진다. 예수님처럼 나의 권리를 포기하고 낮아질 때 공동체가 세워진다. 사도바울의 옥중서신을 비롯한 목회 서신서들도 격리와 비대면이라는 상황 속에 공동체를 세워가는 하나님의 역사로 볼 수 있다. 교회와 가정이 이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성경시대와 마찬가지로 4차산업혁명시대에도 이런 공동체를 통해서 말씀이 전수된다.

필자는 아이들과 떨어져 산다. 늦게 떠난 유학 때문에 아이들이 그 나라에서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살고 있다. 일 년에 한 차례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방이라는 채팅방을 만들었다. 직장 이야기, 먹는 이야기, 아빠 설교 이야기 등을 글로 나누고 실시간 이야기도 한다. 함께 살면서 가졌던 가정 공동체의 느낌을 그런대로 유지한다. 이런 소통이 있기에 일 년에 한 차례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이런 일은 1차구전문화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2차구전문화에서 가능한 일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엄마기계” 혹은 ‘엄마기술’을 사용하여 성경이 가르치는 공동체를 세워야 한다. 말씀은 바로 그 공동체를 통해 전수되기 때문이다.

 

나가는 글

4차산업혁명 초연결사회는 코로나19와 함께 쓰나미급으로 들이닥쳤다. 기계와 기술이 엄마의 역할을 할 정도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외로운 현대인들은 기술과 기계가 만드는 유사 공동체에서 위로받으며 살아간다. 그런 공동체는 세상의 영과 가치를 전수한다. “엄마기계”에게 양육받고, 교육받고, 훈련받는다. 어떤 결과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무서운 일이다.

엄마기계가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 어떻게 말씀을 전수할 수 있을까? 이런 기계와 기술들을 이용해서 우리는 말씀이 주도하는 공동체를 세워야 한다. 가정이 말씀 전수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가정 공동체를 든든히 세워야 한다. 우한에 남기로 한 선교사처럼 고난을 함께하는 말씀 공동체를 세울 때 그 공동체를 통해 말씀이 전수된다. 

코로나19로 들이닥친 초연결사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이후 목회는 갑자기 들이닥친 초연결사회에서 어떻게 말씀 공동체를 세우느냐에 달렸다. 코로나19 이후 초연결사회의 목회 키워드는 '가정 단위의 말씀 공동체 세우기'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코람데오닷컴(http://www.kscoram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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