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피알(PR)의 시대다. ‘홍보’라는 뜻도 있지만, 재미있게 표현하면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라’는 뜻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오늘날 사회에서 홍보는 경쟁력이요, 존재의 의미라고까지 일컫는다. 광고 효과는 날이 갈수록 절대적 가치로서 힘을 더하고 있다. 상품을 출시할 때 아예 홍보비가 그 가격에 포함되는 일이 이제는 보편화되었다.
지난 1월 11일과 2월 15일에 제주 땅에서 사역을 하거나, 사역을 준비하고 있는 350명의 탈북자들과 협력하기 위한 기도회를 우리 교회에서 가졌다. 이 행사에 이웃교회 교우들이 참여하러 오는데, 길 찾기를 어려워해 전화로 일일이 알려주느라 애써야했다. 예배당을 신축하고 입당을 한지가 이미 4~5년이 되어감에도 아직 안내판 하나 제대로 세워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설령 우리끼리 지내기에는 불편함이 없더라도 초행길 방문자에게는 안내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실감했고, 굳이 내비게이션을 연결하지 않고도 우리 교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의 여정이 늘어가는 만큼 누군가에게 안내하는 우리 자신의 이력서도 길어진다. 이 과정에서 자칫 ‘외화내허(外華內虛)’라는 병에 걸릴 수 있다. 진실을 왜곡하거나 부풀려 작성한 이력서는 남에게 대단해 보일 수 있어도, 실제로는 자기 속사람을 기만하는 위선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이력서 하나 쓰는 일에도 하나님 앞에 기도하면서, 진실한 삶의 고백을 담아야 한다. 내 곁에 계신 성령님의 꾸짖음을 느끼고, 그 분의 인도를 따라 자를 것은 자르고 찢을 것은 찢어야 한다. 진실의 이력서는 비록 짧더라도, 거기에서 건강한 자아가 자라고 성도다운 품격이 채워진다.
목회자의 이력서는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 목회자가 내적으로 성숙해질 때, 목회도 그 만큼 아름다운 사역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이력의 거품을 제거하고, 거듭난 자아의 정체성을 확실히 세워나가는데 집중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된 후 자신의 이력서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오직 한 줄 ‘그리스도 안에 있다(In Christ)’는 영혼의 현 주소만을 거기에 남겼다. 그는 한눈팔지 않고 ‘달렸노라, 뛰었노라, 승리했노라’며 십자가의 복음만을 자랑하며 살았다. 그처럼 목회자가 자신의 이력서를 찢어버릴 때 한국교회도 회복될 수 있다.
주님은 에덴동산에서처럼 이 아침에도 우리를 찾아와 같은 말씀을 하신다. “네가 어디 있느냐?” 진실한 마음으로 정도를 걸으며, 감사와 사명감으로 있어야 할 제 자리에 서 있는 것. 그것이 비록 한 줄 뿐이라도 가장 훌륭한 이력서가 되지 않을까?
박창건 목사(제주 동홍교회)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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