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인가?

목회

by 김경호 진실 2022. 4. 11. 09:35

본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걱정하는 마음과 함께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의 설립자인 우크라이나 출신의 유대인 이삭 프룸킨이라는 청년을 떠올려 본다. 우리 교회는 금년 가을에 설립 120주년 기념식을 할 예정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교회의 시작은 이 청년의 헌신적인 섬김에서 비롯되었다.

1895년 4월 7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정통 유대인의 가정에서 자란 우크라이나 출신의 한 청년이 미국성서공회 소속의 피터스(A. Pieters) 선교사를 만나 기독교 교리를 배우고 회심하게 된다. 당시 전세계적인 경제공황으로 인하여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 일할 곳을 찾다가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가려고 배를 기다리고 있었던 때였다. 그는 유대교 교육을 받았으나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였고 이후 독일 철학을 공부하였지만 거기서도 위안을 받지 못하고 있던 차에 개혁교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는 피터스 선교사로부터 교리 공부를 시작한 지 10일 만인 1895년 4월 19일에 세례를 받았고, 그 후 자기에게 개혁교회의 진리와 교리를 가르쳐 준 피터스 선교사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고 평생을 살았다. 이삭 프룸킨이라는 본명을 버리고 피터스라는 이름으로 살아간 그는 한국교회사에서는 피득(彼得)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1895년 5월 13일 피득은 미국성서공회의 루미스 총무와 함께 조선 땅을 밟았다. 당시 그의 신분은 ‘성경 권서’(Colporteur)로, 5일장(場)이 열리는 곳마다 다니며 성경을 판매하는 직책이었다. 언어의 천재성을 보이던 그는 히브리어, 희랍어, 독일어는 물론 일정한 수준의 불어를 할 수 있었으며 한국어와 영어도 공부하고 있었다. 피득은 유대인으로 자라면서 습득한 지식과 운율에 맞추어 1898년에 시편을 번역하였다. <시편촬요>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은 우리말로 번역된 최초의 구약성경이다. 그 후 피득은 우리말 구약성경 번역이 완료되기까지 그 일에 동참하였다. 그는 하나님이 사울을 변화시킨 것처럼 준비해두셨던 일꾼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교회의 목회자라는 사실이 감격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과연 이 교회의 역사에 기록될 한 줄이라도 남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아닌 두려움 때문이다.

오늘도 하나님나라를 위한 부르심에 순종하며 바울의 고백을 자신의 고백으로 삼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박의서 목사(세곡교회)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728x90

'목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의 섬김 위에 기름 부으시는 하나님  (0) 2022.04.19
나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0) 2022.04.12
이력서를 찢어라  (0) 2022.03.18
정통신학, 정통한 실천  (0) 2021.10.20
목회자의 책 읽기 가이드북  (0) 2021.10.1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