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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와 이주의 시대, 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선교

by 김경호 진실 2022. 12. 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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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란 어떤 존재들일까? 이주민에게 종교란 무슨 의미일까? 그들을 향해 교회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일까? 안산제일교회의 의뢰로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2022 이주민 종교실태 조사’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회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이주민들의 탈종교화 경향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이주민들의 종교율은 매우 낮게 나타났으며, 향후 종교를 가질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더욱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사에 참여한 10개국 출신 455명의 이주민 가운데 ‘종교가 있다’고 답한 경우는 33.7%에 불과했다. 출신국에서는 ‘종교가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4%였다. 이는 13.7%에 이르는 이주민들이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이후에 종교 생활을 포기했다는 것을 뜻한다. 향후 종교를 가질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도 11.0%에 불과했다.

이주민들에게 종교는 단순한 신앙 생활 그 이상을 뜻한다. 이주의 과정은 ‘종교화된 경험’(theologizing experience)으로 기술될 정도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20세기 말 ‘이주의 시대’가 선포되고 21세기 이주의 위상이 전지구적인 ‘메가트렌드’로 격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와 문화가 상이한 낯선 곳에서 타자의 위상을 강요받는 이주민의 삶이 용이해졌다는 증거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주민들은 소속감과 정체성이 항상적으로 위협받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열정과 기여가 정당하게 평가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력과 교양을 두루 갖춘 엘리트들이지만 오히려 혐오와 멸시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사는 일조차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소속될 수 없으며, 이런 사람이어도 저런 사람이어도 안되는 근본적인 혼란과 불안속에서도, 대부분의 이주민이 진취적이며 긍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천이 바로 종교다. 그들은 ‘믿음’을 통해 ‘환난과 고난’으로 가득찬 이주 환경에서조차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얻는 존재들이다.

이번 조사는 그들 대부분이 종교를 포기했으며 종교에 복귀할 의사도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교가 가장 필요한 이주민들이 종교를 가장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예단하긴 어렵다. 추가적인 조사와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질문을 던져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혹시 한국의 기성 종교들이 이주민들이 절박하게 희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한국의 기성 종교들이 이땅의 가장 취약한 자들을 향해 우정과 위로의 손을 내밀기보다는 사회적 편견과 반감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 사회 전반에서 종교의 역할이 주변화되고 종교의 영향력이 반감된 것은 아닐까?

만약 이러한 질문들에 작은 타당성이라도 있다면 종교의 정당한 역할과 위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주요한 책무가 교회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사에 참여한 이주민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우호적인 종교로 개신교를 선택했으며, 향후 종교를 가질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이주민의 절반 정도가 선택한 종교 역시 개신교였기 때문이다. 

이주와 다문화의 시대 교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보편적인 주님의 공동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곳에서 모든 이들은 ‘나그네요,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환대와 환영의 주체’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교회는 세상에 소속될 수 없는 모든 이들에게 기꺼이 개방된 쉼터요, 휴양지요, 피난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의 경계를 넘는 사랑과 평화의 허브로서의 교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그 비전을 환기시켜주었다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다.

 

 

오경석 교수
인하대정책대학원 이민다문화학과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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