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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수건

전도학

by 김경호 진실 2023. 2. 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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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던 중 두 눈을 의심할 만한 문구를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 잔뜩 쌓아 둔 모든 수건에 큼지막한 글자로 ‘훔친 수건’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 목욕하러 왔던 이들이 수건을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이 있었으며, 이를 예방하려고 넣은 문구인 것 같았다. 그래도 그렇지 ‘훔친 수건’이라니…. 너무 과한 표현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목욕탕에 ‘목욕’하러 갔다가 ‘모욕’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잠재적인 도둑으로 여긴 것이 아닌가! 나는 ‘훔친 수건’으로 몸을 닦고는 황망한 마음으로 목욕탕에서 나왔다. 그날 이후로 그 목욕탕에 가는 발길을 끊었다.

우리 사회에 불신풍조가 만연해 있다. 사회 구성원들 간에 서로를 믿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어느 지자체에서 지역 주민의 편의를 위해서 공공시설에 자전거를 비치했다. 무료로 사용 후 다시 원래 자리로 가져다 놓도록 했지만, 회수율이 너무 낮아서 정책 3개월 만에 포기했다는 씁쓸한 뉴스도 있다. 식탁의 먹거리도 원산지 표기를 속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식당 음식물에도 우리 몸에 해로운 성분을 넣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음식인들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세상이다. 언제부턴가 서로 믿고 신뢰하는 마음보다는 의심하고 불신하는 풍조가 팽배해진 것 같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 행복을 꿈꿀 수는 없다. 불신 사회에는 비극적이고 암울한 미래가 있을 뿐이다. 서로 믿고 사는 사회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는 없겠지만, 행복한 선진 사회를 이루어가려면 우리 구성원들이 서로 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우리가 활동하고 있는 목회 현장에서도 성도들은 목회자를 신뢰하고, 목회자는 성도들을 신뢰할 수 있도록 피차간에 힘을 쏟아야 하리라. 더 나아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에서 불신과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난다면, 전도의 문도 자연스럽게 열리게 될 줄로 믿는다.

 

 

김일영 목사(동행교회)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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