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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후보생 감소와 미래 한국교회

사회

by 김경호 진실 2023. 5. 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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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후보생이 감소하는 한국교회

요즘 한국교회는 여러문제에 직면하고 있겠지만, 교회들이 당장 느끼고 있는 것은 신학생 감소로 인한 목회자 숫자의 감소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신학대학생들의 숫자가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러한 현상은 각 신학대학원의 목회학 석사(M.div) 입시 현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2023 학년도 총신대학원의 입시 경쟁률은 0.94:1을 기록했고, 1980년 총신대 개교 이후 처음으로 정원 미달 사태를 맞이했다. 고려신학대학원도 비슷한 상황이다. 100명 모집 정원에 고신교회 지원자수는 60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로교단 중 장로회신학대학원만 1.44:1의 경쟁률로 겨우 미달을 면했다. 

목회자 후보생의 감소로 인한 영향은 즉각적으로 총회 산하 교회에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영향은 교육전도사 및 강도사를 비롯하여 저년차 목사 청빙의 어려움이다. 신대원 청빙게시판을 보면 일부 교회들은 오랜 기간이 지나도 필요한 교역자들을 청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청빙 공고를 올리면 얼마 되지 않아 필요한 교역자가 청빙되던 예년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또한, 신대원의 입장에서 보면 인원이 충원되지 않을 경우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때, 수년 내에 신대원의 존폐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미 지역 목회학 석사 지원자 수(빨강테두리)와 문학 석사 지원자 수(노란테두리) (자료출처=ATS 사이트)
미국 신학교에도 목회학 석사 지원자 줄어들어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 교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북미신학교협회(이하 ATS, 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 목회학 석사(M.Div)과정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30,725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27,645명으로 줄어들었다. 2022년에는 처음으로 문학석사(M.A) 재학생의 수(27,789)가 목회학 석사 재학생의 수보다 근소하게나마 앞서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의 숫자가 부쩍 줄어들고 있어서, 괜찮은 사역자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유학하는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도 유학생들의 감소로 인해 교역자 청빙이 점점 쉽지 않게 되자 괜찮은 사역자가 오면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 미리 파트타임 사역자로 청빙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실제로 필자가 사역하고 있는 교회에서는 중고등부 및 주일학교를 담당할 EM(English Ministry) 교역자의 공석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더욱 큰 문제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목회자들의 고립감과 우울감이 심해져서 번 아웃(Burn out)증상을 경험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바르나 그룹 보고서(Barna Group Report) 최신 보고에 따르면, 목회자들의 사역 만족도는 2015년 72%에서 2022년 52%로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약 41%에 해당하는 목회자들이 지난 1년 동안 사역을 그만둘 것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앞으로 한국교회는 인구감소 및 목회자 후보생 지원 숫자가 줄어듦에 따라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금 목회자 후보생들이 담임목회를 하게 되는 15년-20년 후에는 일부 대형교회를 제외하고는 각 교회마다 목회자들이 부족해서 더욱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한 목회자 후보생들이 줄어들면서 신학교 유지에도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면 좋을까? 현재 고려신학대학원에서 목회자 후보생 발굴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제외하고 세 가지 정도만 생각해보고자 한다.

1) 성도들을 훈련 시키기

목회자 후보생들이 줄어들고, 목회자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 예상이 되면, 교회에서는 자질이 있는 좋은 성도들을 선별해서 신학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국에서 M.A과정의 숫자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개인의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평신도로 교회를 섬기고 있는 분들이 목회학 석사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신학과 교회 사역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과정이 M.A.과정이다. 많은 신학교들이 M.A과정에서도 성경과 교리, 교회역사, 상담 등과 같은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일반 성도들이 훈련을 받아 교육부서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M.A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 M.div 과정 보다는 학생의 수가 많지 않고, 학교나 교단 내에서도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 않다. 하지만 목회자들의 부족 현상이 장기화 될 경우 일반 성도들을 M.A과정이나 여성지도자과정 등을 통해 훈련시킨다면, 교회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성도가 교회를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사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며, 목회자 부족의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2) 신학교의 다변화

목회자 후보생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신학교 운영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많은 신학교들이 재정난으로 인해 캠퍼스를 팔거나 학교 문을 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신학교들을 보면 좋은 신학적 전통을 유지하며 국제학생들을 섬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실제로, 필라델피아에 있는 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의 경우에도 한국어 목회학 박사 과정을 비롯해서 한국어 문학 석사과정(Korean Master of Arts in Theological Study)을 제공하고 있다. 버지니아에 있는 Liberty University의 경우 온라인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미시건에 있는 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의 경우 각 대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남아메리카)에 있는 현지신학교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캠퍼스를 구축하여 학위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각 신학교 마다 집중과정(상담, 크리스천 리더십, 변증학, 선교, 사회정의 등)을 제공해서, 학업하는 학생들의 필요를 보다 세밀하게 채우고 있다.

한국도 신학교의 다변화를 위하여 법령, 재정, 제도 등 여러가지 어려움은 있겠지만, 한국 목회자 양성 일변도에서 벗어나서  동남아시아에 있는 신학교들과의 연계라던지, 온라인 학위 과정, 사회의 다양한 필요들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노력들이 따라와야 할 것이다.

3) 신학교의 통합

만약 이런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신학교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이 이르게 된다면, 신학교의 통합이 필요할 것이다. 신학교의 통합이라기 보다는 한 신학교를 졸업한다면, 그 자격을 여러 교단에서 인정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는 워낙 나라가 크고, 지역마다 신학교를 세우는 것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교단별로 인정하는 신학교들이 있다.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의 경우 한국 및 미국, 해외를 포함에서 총 26개의 신학교를 졸업한 목회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이외에도 고든 콘웰 신학교나 풀러 신학교와 같은 초교파 신학교를 졸업하더라도 그 학위를 인정하고 목사 안수를 주는 교단들도 있다. 고려신학대학원의 경우에도 몇년 전에 백석대신 교단에서 위탁교육 학생들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런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

궁극적으로는 목회자들에 대한 인식 및 처우 개선이 필요

필자가 며칠 전에 30대 초반의 성도와 교제를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에 있는 본인 친구가 목회자의 사모로 살아가고 있는데, 한국에서 나름 규모가 있는 교회에서 사역을 했다가 지금은 학위 공부를 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학위 공부를 위해 이스라엘로 간 것은 아니고 한국 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위계질서적이며 강압적인 교회 분위기, 적은 사례와 높은 업무 강도, 관계의 갈등으로 인해 도피성 유학을 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성도는 "요즘 같은 시대에 목회자가 되겠다고 헌신하는 것이 참 대단해보인다, 본인은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다" 고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목회데이터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부교역자 생활에서 힘든점 1순위가 업무량이 너무 많음(47%), 사례비가 적음(46%), 자율성이 없음(27%), 담임목사와의 관계,갈등(21%), 교인들의 갑질(9%) (* 상위 5위 기준, 1+2순위 중복응답)으로 나타났다. 또한 1평균 근무시간은 9.8시간, 주 평균 근무시간은 5.7일, 월 평균 사례비는 260만원, 월 평균 가구소득은 33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국가 통계에서 정규직 근로소득이 월 379만 5천원으로 집계된 것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이다.


PCUSA 피츠버그 노회 2021년 목회자 사례 가이드라인(자료출처=PCUSA PGH Presbytery)
미국 교회도 상황이 비슷하긴 하지만 한국 보다는 더 나은 상황이다. 미국의 한인 교회들을 제외하고 일반 미국 교회는 교단별로 최저 임금에 대한 가이드 라인이 있다. 일례로 PCUSA의 피츠버그 노회의 경우 2021년 기준 풀타임 사역자는 모든 베네핏을 다 포함할 경우 1년에 $80,032의 금액과 2주간의 재교육 휴가, 4주의 휴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다. 물론 여기에는 의료보험이나 세금 지원, 목회자가 선지출 후 교회 청구 금액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금액 모두를 사례비로 받지는 않겠지만, 피츠버그 세대별 평균 수입이 1년에 $59,037인 것과 비교해본다면 충분히 생활을 할 수 있는 금액이 목회자 한 사람을 위해 책정이 되어 있다.  한국도 이정도 수준은 아니더라도, 목회자의 인식과 처우개선 없이는 목회자 후보생들의 감소 추세는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모든목회자들이 처음부터 돈을 기대하고 사역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순종함으로 목회자로 헌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선배 목사님들은 지금보다도 더 열악한 환경에서 모든 것을 헌신하고 희생함으로 한국 교회를 세워온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후배 목회자들 또한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이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목회자 후보생들이 왜 줄어드는 것인가? 그 이유를 생각해볼 때, 현재 목회자들이 처한 현실이 어쩌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당장 교회의 중직자 자녀들이 목회자가 되겠다고 이야기를 한다면, 과연 부모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해보면, 이 시대가 목회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목회자들의 소명 및 희생과는 별개로, 목회자들에 대한 인식 및 처우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목회자 후보생들의 수는 계속 줄어들게 될 것이다.

출처 : 코람데오닷컴(http://www.kscoram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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