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자유주의의 선구자 에라스무스(Desiderius Erasmus, 1466/1469–1536)는 그의 저서 [우신예찬(Moriae Encomium)]에서 당시 교회의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또한 [기독교 전사를 위한 소책자(Enchiridion Militis Christiani)]에서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순수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생각은 그의 후배이자 종교 개혁자인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와도 공유되었습니다. 루터는 에라스무스에게 공개적인 지지를 요청했고, 에라스무스는 교황에게 루터의 파문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처럼 두 사람은 당대 사회와 교회의 부패에 대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핵심 관심사는 달랐습니다. 에라스무스는 당대 최고의 인문주의자로서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는 인간의 자유 의지와 도덕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루터는 종교 개혁자로서 하나님의 진리와 주권적인 은혜에 주목했습니다.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은혜에 더욱 집중한 루터는 에라스무스와는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에라스무스는 평화와 공존을 강조하며 점진적인 개혁을 지향했지만, 루터는 진리의 순수성을 지키며 오직 성경만이 구원의 길임을 믿고 종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결국 에라스무스는 종교개혁의 주류에서 밀려났지만, 르네상스와 인문주의 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예로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의 할아버지가 에라스무스를 존경해 자신의 이름을 그 이름을 따서 에라스무스 다윈(Erasmus Darwin, 1731-1802)이라고 개명할 정도였습니다. 에라스무스 다윈은 시인이었으나, 손자인 찰스 다윈에게 진화론적 사고에 기초한 초기 이론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루터는 로마 가톨릭과 맞서 싸우며 유럽의 정치적, 사회적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의 뒤를 이어 츠빙글리, 칼빈, 청교도, 위그노, 개혁 교회들이 나타나 유럽 사회를 바꾸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현대는 인문주의와 세속적 가치를 중시한 에라스무스의 제자들과 성경의 진리를 고수하는 루터의 제자들 간의 싸움으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이 큰 간극은 '관심'의 차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관심이 우선인가, 아니면 사람에 대한 관심이 우선인가? 이 질문이 두 인물의 미래를 결정짓는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오는 9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천과 서울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개최됩니다. 이에 대해 한국 교계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복음 전도의 우선순위보다 사회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는 총체적 선교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에라스무스처럼 인간과 사회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포용적입니다. 성경의 완전 무오성을 믿지 않는 자들과의 연합을 추구하며, 자연 철학에 기반한 신복음주의, 종교 다원주의, 에큐메니칼 운동도 용납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사도 운동, WCC, 심지어 로마 가톨릭까지도 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은 이러한 차이를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진리의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것'이 없습니다. 옳거나 틀립니다. 예 이거나 아니오. 입니다(고후 1:19). 그리스도와 벨리알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으며,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가 어떻게 함께할 수 있겠습니까? (고후 6:15) 진리와 비진리는 함께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진리의 문제에 있어서 타협할 수 없으며, 진리와 비진리가 결코 함께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에라스무스의 후예가 아니라 루터와 칼빈을 잇는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고수하기 때문입니다.
서동수 목사 (한마음교회 담임목사/고신문학회 회장)
출처 : 코람데오닷컴(http://www.kscoram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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