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포럼 제25차 정기세미나가 11월 30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은혜교회 교육관에서 개최됐다.
‘개혁교회와 다문화사회’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는 개회예배 후 최더함 박사(마스터스세미너리 책임교수)가 ‘다문화사회와 개혁교회의 사명과 역할’, 김은홍 교수(백석대)가 ‘다문화 선교의 성경적 근거와 한국교회의 선교 전략’을 각각 발표했다.
◈다문화사회, 개혁교회 사명과 역할
타종교 이주민들, 전혀 다른 갈등
기독교, 비진리에 배타적일 수밖에
우리 체질과 교리교육부터 강화를
이주민과 교제 나눌 정책들 개발
이슬람 집단과 공존·기독교화도
개혁교회 통해 진리의 빛 비춰야
최더함 교수는 “다문화사회의 원초적이고 가장 심각한 갈등 요인은 바로 종교 문제에 있다. 이는 일반적 정책과 문화적 융합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본질상 기독교와 타종교의 관계는 진리와 비진리의 대결이기 때문”이라며 “기독교는 태생적으로 비진리에 배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사회에서의 종교 갈등은 사회적 문제를 넘어선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한국 국민은 유·불·선을 제외한 타종교를 외래 종교로 인식하고 매우 배타적이었으나, 기독교에 대해서는 예외였다. 기독교는 한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고 사회 발전에 공로가 크기에, 여전히 기독교의 위치와 역할에 큰 기대를 갖는다”며 “그러나 20세기 후반부터 교계 지도자들의 부패상과 교회의 문란, 기독교인들의 사회적 일탈 행위가 언론에 거듭 공개되면서 국민 인식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큰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첫째는 지나친 개교회주의로, 총회에는 이름만 소속된 채 정책 수립과 운영, 의사결정 등 모든 것을 개교회 단독으로 하고 있다. 둘째는 무법과 탈법으로, 교회법을 지키지 않고 직분을 계급제로 변형시켰다. 셋째는 교리교육 부재로, 덩치만 큰 어린아이에 머무르며 미숙한 교회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가운데 다문화사회에서 개혁교회가 담당해야 할 과업으로는 먼저 “우리 자신의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체질 강화를 위해선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며 “하나님의 자녀이자 백성들의 모임,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말미암아 죄 사함을 얻음, 종교개혁의 후손, 장로정치를 지향하는 개혁파, 언약의 자손 등 개혁교회의 다섯 가지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로 “교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교리가 아닌 종교적 감정과 생활을 더 강조한 결과,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들로 채워진 거대한 숲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바른 신앙을 잃어버리지 않고, 이단들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믿음의 선조들이 세우고 물려준 신조와 신앙고백서 교육은 교리교육의 시금석”이라고 전했다.
셋째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교육방식을 정비하고 강화시켜야 한다”며 “다음 세대에 성경을 가르치고 교육하기 위해, 교회도 디지털 교육에 눈을 떠야 한다. 아이들에게 디지털 성경과 각종 기독교 서적들을 제공하지 않으면, 이들의 세계에서 성경은 점점 멀어져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째로 “내부적 준비가 됐다면, 이제 밖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교회 차원에서 소위 ‘다문화사회위원회’ 같은 기구를 구성하고 다문화 이주민들과 교제를 나눌 수 있는 정책들을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 가능자들을 집중 양성해 그들을 위한 ‘기독교 예배’를 마련한다 △그들 삶의 현장부터 문화와 생활방식, 관습, 이념, 종교 등과 교제하고 소통하는 일에 적극 임한다 △열악한 경제 환경에 처한 이주민들의 생계를 돕는 ‘구제기금’을 마련하고, 적절하게 그들을 도울 방안들을 구축한다 △수직적 집단주의 문화에서 벗어나 이주민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수용한다 등을 꼽았다.
특히 “이슬람 집단과의 공존 혹은 기독교화도 모색해야 한다. 이주민들이 사회에 녹아들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 그들에게 진리와 생명의 길인 복음의 소식을 전하면서, 좋은 교제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이주민 지원기금’ 등을 총회 혹은 연합기구 이름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 다문화가정과 ‘자매결연’ 등을 통해 교회로 끌어들일 전략을 수립하고 끈기 있게 교제의 장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개혁교회는 성경이 무오한 하나님 말씀임을 믿고,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며 모든 교회를 선도해야 한다. 다문화사회를 맞이한 오늘날 한국에서 여전히 개혁교회를 통한 진리와 생명의 빛이 비춰져야 한다”며 “이 빛과 따뜻함으로 우리 안에 서서히 스며든 이주민들을 감싸안고 그들을 돌보는 일에 헌신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한국교회의 다문화 선교 전략
정주 이주민, 통전적 사역 포함
비정주 이주민, 역파송에 집중
경제 이유로 고향 떠난 나그네들
타향살이 불안감과 스트레스
다름 존중하면서 교류 접근해야
자신을 드려 하나 되는가에 성패
이어 김은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1988년 석탄공사가 인력 수입을 시작하면서 한국사회에 본격적으로 이주민들이 들어오게 됐다. 국내 이주민 통계는 2007년 8월 100만 명, 2016년 6월 200만 명을 각각 돌파했고, 2019년 12월 250만 명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4.9%”라며 “이주민 비율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분류되므로, 우리나라는 이미 다문화사회 초입에 들어섰다”고 전제했다.
김은홍 교수는 “이주민 252만 4,656명 중 장기 체류는 173만여 명(68.6%)이고, 단기 체류는 79만여 명(31.4%)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110만여 명으로 43.6%이고, 그 중 70만여 명(63.3%)은 조선족이다. 이어 베트남(22만), 태국(20만), 미국(15만), 일본(8만) 순”이라며 “외국인 유학생도 2020년 15만 3,695명까지 늘었다. 불법체류 외국인도 늘어나 2020년 39만여 명이 됐다.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 이주민 선교 역사는 오래 되지 않았다. 1988년 이후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면서 1990년 11월 중국어문서선교회가 발족됐고, 1991년 중국교포선교회의가 시작됐다. 필리핀인들을 위한 ‘희년선교회’도 설립돼 영어예배와 함께 인권 상담과 의료 지원 및 쉼터 사역이 시작했다”며 “이주민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와 선교회 수도 2000년대 초 96곳에서 2020년 1천 곳으로 늘었다. 그만큼 많은 교회들이 이주민 사역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이주민 선교는 완전히 정착한 정주 이주민(다문화가정·난민)인지, 잠시 머물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비정주 이주민(근로자·유학생)인지에 따라 적합한 선교 전략이 요청된다”며 “정주 이주민 사역은 통전적이어야 한다. 복음 전파뿐 아니라 언어, 의료, 복지, 직업, 자녀교육, 정체성, 경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는 사역들을 포함해야 한다. 반면 비정주 이주민 사역은 복음화·제자화·선교동역자화를 거쳐 본국으로 역(逆)파송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은홍 교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에 왔으니) 우리와 동일하게 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선교 방법이다. 교회는 그들을 ‘외국인’으로서 대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그들은 거의 모두 10/40창에서 경제적 이유로 고향을 떠난 나그네들이다. 타향살이만으로도 굉장한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언어와 문화와 생각이 다름을 존중하면서 상호 교류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너는 우상숭배자’ 식으로 우월적 감정을 갖고 대해선 안 된다. 마치 우리가 외국에 나가 있는 것처럼, 그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낮아져야 한다. 여기서 이미 절반의 승부가 나지 않을까”라며 “‘교회식’ 접근보다, 오히려 ‘선교적’ 접근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기초적 지식을 기반으로, 여러 국가 출신보다 한 국가에 집중하고, 되도록 전문가에게 사역을 맡기며, 그들 삶의 문제에 진정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통전적 접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주민들에게는 그들끼리 따로 모일 수 있는 중립적이고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이 타종교인들인 이주자들을 고려하면,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모일 장소가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쉼터 같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며 “또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유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고, 비자나 생활 정보 등 다양한 자료와 함께, 본국 소식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좋다. 여기에는 그들 나라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사역의 성패는 얼마나 자신을 드려서 그들과 하나 되는가에 달려 있다. 일례로 중국선교교회 사역자는 외국인 노동자 30여 명과 숙식을 함께하며 그들을 선교하고 있다”며 “의료진, 법률가, 한국어 강사, 언어권별 통역자, 차량봉사자, 요리사, 유아 또는 탁아 교사, 상담원, 영어 교사, 찬양팀, 복지사 등 팀을 이뤄 사역해야 하고, 부문별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은홍 교수는 “개교회나 교단 차원을 넘어 한국교회와 전문 선교단체, 공단지역 선교센터가 세 축을 이뤄 협력 선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을 단순히 선교 대상으로만 규정해 복음을 미끼 삼아 접촉해서는 안 된다”며 “이들을 둘러싼 환경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각 사람마다 법률적 문제, 의사소통 문제와 문화적·종교적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다문화 이주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다양해지는 가운데, 전문적이고 다양한 선교사역이 준비되고 효과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선교라는 미명 하에 유행처럼 대책 없이 다가간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치밀하게 연구·준비해야 한다. 교회는 이주민들 영혼과 마음을 위로하고 구원하는 영적 사역과 함께, 의료활동을 통한 육신의 치유와 인권 상담, 구제 사업 등 총체적 사역(마 9:35)을 감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 손승호 선교사(울산경남 세계선교협의회 사무총장)가 ‘이주민 선교의 성경적 근거와 분야’를 발표했으며, 참석자들과의 좌담회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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