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발령한 2024년 12월 3일을 포함하여 123일 만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12·3사태에 관한 법적인 판단은 끝났다. 이번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행동하면 될 테다.
사회적으로는 6월 3일 이전까지 대선이 마무리돼야 할 테고, 사회 정치적 갈등은 이어질 것이다. 올해 서부지법에서 발생한 1·19사태와 같은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위법을 판결한 마당에서 유죄 판결도 감수하고 그런 행동도 감행할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정치 사회적 극우 성향과 그 집단은 장기적으로 존재할 것이다. 유튜버처럼 돈이 들어오는 구조가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고, 정치적인 이익이 걸려 있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 사회의 중장기적인 과제는 극단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함부로 나서지 못하게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라는 세대에게 법치의 민주주의를 충분히 교육하는 일, 지방자치의 구조 안에서 참여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자, 이제 교회 문제다. 한국교회는 코로나19 기간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중 하나는 사회적 공공성에 상충하는 신천지의 활동으로 인해 받은 피해였다. 이른바 ‘가나안 교인’이 코로나 기간에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정통 기독교에서야 신천지를 이단 집단으로 보지만 일반 사회에서는 신천지도 기독교 집단의 하나다. 사회적 공공성을 무시하는 경향은 신천지만이 아니라 제도권 교회에도 있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심각했던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 하락은 가속됐다.
탄핵 국면에서 한국교회의 상당 부분이 윤석열 전 대통령 내외와 그 추종 집단을 지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매체에서 ‘모든 대형교회가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표현이 아주 흔하다. 교세가 큰 대형교회를 다 싸잡아서 윤석열 편이라고 매도한다. 사실은 상당히 다르기도 한데, 사실과 상관없이 이런 비난은 사회적 경향으로 일반화됐다.
여기에 교계의 부정적인 사건들이 비판을 키웠다. 장로교의 한 주요 교단 총회장의 성적인 비위 사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은 뼈아픈 일이다. 우상숭배를 결사 거부한 출옥 성도들에 의해 세워진 한 보수 교단이, 무속과 주술에 매인 것이 아주 명백한 윤석열 내외를 지지했다는 것은 기독교의 정체성에 심각한 타격이었다. 한국교회 교인의 95퍼센트가 포함된 한국교회총연합은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명확한 비판을 한 번도 공적으로 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표현하면, 전략적으로도 큰 실수였다.
작년 12월의 비상계엄을 기독교의 관점에서 비판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우선, 교회와 그리스도인도 민주공화국인 이 나라 안에 있는 사회단체이며 국민이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사태가 세계에 생중계된 상황에서 이를 보고도 괜찮다고 하면 법치의 민주주의에 관한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러나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보면 훨씬 엄중하다. 저 비상계엄은 하나님의 계시를 거스른 죄악이다.
기독교 신앙은 계시에 근거한다. 계시의 중심은 유일하고 완결된 구원의 계시인 66권 성경 말씀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특별계시와 일반계시를 가르친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특별계시의 심장이다. 한국교회는 여기에 집중력이 강하다. 감사한 일이다. 한편 일반계시는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알도록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시는 것이다.
21세기의 사반세기 즈음을 걸어가는 인류에게 적어도 다음의 네 가지는 성경이 가르치는 일반계시의 가치에 속한다. 인도적 인륜도덕, 생태적 환경윤리, 법치의 민주주의, 상생의 시장경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일반계시의 가치에 관해 인식이 부족하고 또는 무지하기도 한 것은 큰 약점이다. 사회적 공공성은 이런 일반계시의 가치 위에 세워진다. 한국교회는 신앙의 정체성은 강하지만 사회적 연관성은 약하다.
마태복음 5장과 요한복음 17장 등 여러 본문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현주소가 사회 한가운데라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어느 때부터인가 사회 속의 동떨어진 섬이 되었다. 선교적 교회는 복음의 정체성과 사회적 연관성이라는 두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대통령 파면 이후의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먼저는 교회 안의 많은 현안 문제를 성경 말씀의 관점에서 엄정하게 처리하는 것이다. 다음은 중장기적인 과제인데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행위가 우상숭배의 죄악임을 깨닫고 회개해야 한다. 한 십여 년 무섭게 성경을 연구 묵상하여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삶으로’ 이어지도록 바른 신학에 근거해 올곧은 신앙을 세워가야 한다.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s://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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