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노회 목사회와 교육부는 설립 4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2일부터 12일까지 11일 동안 유럽 종교개혁지를 탐방하는 뜻깊은 여정을 가졌다. 체코 프라하를 출발해 드레스덴, 비텐베르크, 에르푸르트, 아이젠나흐, 보름스, 하이델베르크, 스트라스부르, 취리히, 루체른, 인터라켄, 제네바, 파리, 노용에 이르는 긴 일정 속에서 50여 명의 목사와 사모들이 함께하며, 종교개혁자들의 숨결과 신앙의 현장을 직접 밟았다. 신앙의 선진들이 남긴 삶과 발자취를 통해 오늘의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깊이 성찰하는 시간이 됐다.
이번 탐방은 종교개혁이 단순히 루터 한 사람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사건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미 그 이전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려는 개혁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다. 영국의 위클리프는 성경 번역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백성에게 돌려주려 했고, 스위스의 츠빙글리는 교회의 미신적 의식을 제거하고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체코의 요한 후스는 프라하 예루살렘 채플에서 “신앙과 생활의 유일한 법칙은 하나님의 말씀”임을 담대히 선포하다가 1415년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화형을 당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 “지금은 거위가 불에 타 죽지만 장차 백조가 나타날 것”이라 말했는데, 정확히 100년 뒤 루터가 등장함으로써 그의 신앙적 예언은 성취됐다.
루터는 1517년 비텐베르크 성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하며 면죄부 판매와 교회의 부패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돈으로 죄 사함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은 성경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외쳤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을 강조했다. 인쇄술의 발전은 그의 메시지를 순식간에 전 유럽으로 확산시켰고, 수많은 신자들이 그의 개혁 사상에 공감했다. 루터의 신학은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라는 세 가지 중심 원리 위에 서 있었으며, 그는 독일어 성경 번역을 통해 일반 신자들이 직접 성경을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 교회의 권위보다 말씀을 높이게 했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불씨를 당겼다면 요한 칼빈은 이를 체계화하고 열매 맺도록 발전시켰다. 그는 본래 조용한 학자의 삶을 원했으나, 파렐의 강권과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제네바 종교개혁에 헌신하게 됐다. 칼빈은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강조하며 교회와 사회의 모든 영역이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음을 가르쳤다. 그의 교리는 전적 타락, 무조건 선택, 제한 속죄, 불가항력적 은혜, 성도의 견인이라는 ‘5대 교리’로 정리됐고, 이는 오늘날까지 개혁주의 신학의 핵심 원리로 전해진다. 칼빈의 영향은 제자 존 녹스를 통해 스코틀랜드까지 이어져 장로교회 전통이 뿌리 내리게 했으며, 그의 가르침은 신앙을 넘어 정치·경제·교육·문화와 같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쳐 근대 사회 형성에 이바지했다.
이번 유럽 종교개혁지 탐방에서 참가자들은 루터와 칼빈의 개혁이 “개인의 용기”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와 동역자들의 협력”에 의해 가능했음을 확인했다. 루터 곁에는 멜랑히톤과 프리드리히 제후가 있었다. 또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달이 없었다면, 루터의 주장은 순식간에 사라졌을 것이다. 루터는 성경에 입각한 참된 구원론으로 교회를 새롭게 했고, 칼빈은 교회의 본질과 역할, 곧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의 균형을 세웠다. 교회가 단순한 집회와 성장만을 추구할 경우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 됨을 경고하며, 그는 신앙이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돼야 함을 강조했다.
종교개혁은 교회의 변혁에 그치지 않고 당시 유럽 사회의 정치적 혁신, 근대국가 성립, 학문과 문화의 발전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기독교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운동은 교육, 복지, 사회윤리, 시민의식에까지 영향을 줬고 서구 문명을 새롭게 빚어내는 동력이 됐다. 그래서 종교개혁은 단순히 교회의 운동이 아니라 인류사 전체에 영향을 준 거대한 신앙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기독교의 역사는 언제나 순교의 역사를 품고 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라는 말처럼, 신앙을 지키려 흘린 피는 오늘의 교회를 있게 한 근원이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이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 번영과 외적 성장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된 개혁주의 신학으로 무장해 말씀 중심, 하나님 중심, 교회 중심의 신앙을 지켜내야 한다. 진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순교적 각오마저 준비해야 한국교회가 시대적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이번 동대구노회 종교개혁지 탐방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이 시대 목회자와 성도에게 참된 개혁자의 길을 다시 세워주고,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신앙의 본질을 새기게 하는 귀한 계기가 됐다.
윤삼중 목사(신창교회)
출처 : 주간기독신문(https://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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