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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 소리 들어도 상관없어요" 보수 텃밭에서 손현보 비판하는 인권 운동가

사회

by 김경호 진실 2026. 4. 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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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제75회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최성은 총회장) 총회가 열린 고려신학대학원 앞에 LED 광고 차량 한 대가 들어섰다. 누군가 선거 유세를 하려는 줄 알았지만, 전광판에는 뜻밖에도 손현보 목사(세계로교회)가 등장했다. 곧이어 손 목사의 문제적 설교,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가 반복 재생되기 시작했다.

"나라가 중국이나 북한처럼 전체주의 국가로 들어가는 길목 앞", "이재명 한 사람 때문에 입법·사법·행정 없이 가면 이 나라는 망한다"는 등 말씀이 아닌 정치 구호가 가득 쏟아졌다. 이를 지켜보던 총대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어떤 이는 한참 동안 내용을 듣다가 한숨을 쉬었고, 일부는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기도 했다. '광고 효과' 덕분이었을까. 그동안 손현보 목사의 행보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던 총회는 그의 설교와 정치 활동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1년간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큰 반발은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낸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은 인권실천시민행동 김승무 대표였다. 예장고신 소속 교회 교인인 그는 20년째 총회를 개근하며 교단뿐 아니라 한국교회를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동시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30년 넘게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 왔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 대구경북기독인연대 총무 등을 맡아 노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민 등을 위한 인권 운동에 매진해 왔다.

중학생 시절 교회 개혁 단체 조직
"신앙과 삶 일치" 다짐하며 인권 운동의 길로 

김승무 대표가 교회 개혁 운동을 시작한 건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종교개혁사와 신학 서적을 읽으며 한국교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80년대 교회는 경제성장과 함께 빠르게 부흥했지만, 세상에서 빛과 소금 역할은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회에서 손가락질받는 교회의 모습을 보며 "한국교회가 중세 교회와 똑같다. 뒤집어엎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를 느낀 그는 한 행사를 기획했다. 대구·경북 지역 교회 중등부 회장들에게 "한국교회에 문제가 있다. 성경과 순수한 신앙으로 바로잡자"는 공문을 보내 대회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약 300명이 뜻에 공감해 모였고, 대구경북기독교연합회를 조직했다. 회장직을 맡은 김승무 대표는 1년간 대구 곳곳을 돌며 순회 예배를 열고 교회 개혁을 외쳤다. 하지만 패기 있는 도전은 목회자의 방해로 오래가지 못했다. 노회 교육부장이 젊은 교역자들에게 '동참하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활동이 가로막혔다. 결국 대구경북기독교연합회 활동은 흐지부지 마무리됐다.

 
학창 시절 불타올랐던 김 대표의 신앙은 성인이 되면서 더욱 견고하고 단단해졌다. 특히 30개월의 군 생활은 인생 방향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24시간 타인과 부대끼며 살면서 이기적이고 부족한 자신의 본모습을 발견했다. 교회와 학교에서 칭찬받던 모습이 사실은 바리새인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입대 전에는 학과 친구들과 교회가 좋아하는 모습만 보였어요. 그래서 신앙이 바르고 인격이 좋은 사람으로 통했어요. 어떻게 보면 사기를 친 거죠. 군대에서도 말씀처럼 살려면 내가 힘들 때 희생해야 하는데, 끝까지 나서지 않았어요. 교회 다니는 척하면서 소금으로 살지 않는 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거죠. 교회 개혁이나 사회운동을 삶으로 실천하지 않고 머리와 입술로만 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바리새인처럼요. 군 생활을 하면서 신앙이 뒤집어졌고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한국 사회에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자가 누구인지 관심을 기울이게 됐죠."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겠다는 다짐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제대 직후인 1991년, 김승무 대표는 노동조합 설립을 목표로 대구 성서공단에 위장 취업했다.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야말로 가장 소외된 이들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예수가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과 함께 계시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정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단에서 일하며 동료들의 고충을 듣고 회사 측에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등 현장을 바꾸는 데 힘썼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인 노숙자들을 돕는 일에 나섰다. 2000년에는 한 노숙자 쉼터 소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쉼터를 운영하던 목회자의 재정 전횡으로 갈등을 겪었다. 결국 그는 독자적인 활동을 결심했고, 2002년 동료들과 함께 인권실천시민행동을 창립했다.

인권실천시민행동은 24년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노숙자 지원, 교회 개혁, 비정규직 노동 상담 등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내부에 있던 홈리스지원센터와 비정규직노동상담센터는 각각 독립했다. 현재 인권실천시민행동은 다양한 인권 침해 피해 상담을 진행하며 피해자들을 전문가와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인권 운동=빨갱이'라는 시선에도
"사회적 약자 돌봄이 곧 말씀 따르는 삶"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예장고신 교인이면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대구·경북 지역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인권 운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교회 안에서 '빨갱이'로 통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저주 섞인 말로 비난하는 교인을 만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교회 개혁과 인권 운동을 중점으로 하다 보니 늘 '빨갱이' 논쟁에 휘말리고 손가락질당했다. 심한 분들은 '그런 일 하면 애들 저주받는다'고 했다. 그게 가장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며 사람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는 교회 안팎에 연대를 요청했지만 "취지에는 동의하는데 우리가 피해를 볼 수 있어 곤란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 때문에 위축되지는 않았다. 개혁주의 신앙을 지닌 김승무 대표에게 말씀을 따르는 삶은 곧 인권 운동이었다. 그는 신앙과 인권 운동 사이에서 충돌되는 지점은 없었다고 했다. 외부 공격 역시 자신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위 반응은 (비판적이었지만) 저는 갈등이 없었어요. 야고보서 1장 27절에 하나님 앞에서의 경건은 곧 고아와 과부를 돌보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개혁주의란 결국 말씀으로 돌아가 성경대로 살자는 거예요. 성경이 말하는 경건은 인권 운동이에요. 그런데 한국교회는 그런 활동을 빨갱이 취급하죠."

"손현보 목사 설교, 상식도 복음도 없다"
교회가 지향해야 할 역할은 '소금'

말씀으로 돌아가 약자와 함께해야 한다는 김승무 대표의 신앙은 교단 개혁을 외치는 일에도 맞닿아 있다. '고신을사랑하는성도들의모임(고사모)' 활동이 대표적이다. 2025년 김 대표는 손현보 목사가 동성혼 법제화 반대를 명분으로 10·27 연합 예배를 준비하자, 이를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예장고신 소속 교인·단체들에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막는 활동을 하자며 연대를 제안했다. 하지만 논의는 무산됐다. 당시에는 "아직 무리다.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후 고사모를 탄생시킨 결정적 계기는 손현보 목사의 설교였다. 10·27 연합 예배 당시 조직 결성을 망설였던 교인들은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 같은 정치적 설교에 큰 충격을 받았고, 역으로 김승무 대표에게 고사모 조직을 제안했다. 이렇게 시작한 고사모는 손현보 목사가 강단을 정치 선동장으로 변질시켰다며 지속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사모에서 실무를 맡은 김승무 대표는 손 목사의 설교가 복음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 목사 발언은 누군가 죽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런 말은 설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설교와 복음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에요. 그런데 누군가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근본적으로 설교가 아닌 거죠. 손현보 목사는 복음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설교를 하고 있어요. 하나님과 복음이 없는 설교는 결국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서운 행위예요. 그래서 극우적인 형태로 흘러가는 거죠. (손 목사의 설교에는) 상식도, 성경도 없어요. 참 안타까워요."

강단에서 정치적 발언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김승무 대표는 정치적 문제를 다룰 때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손현보 목사의 편파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손 목사가 스스로 선지자 행세를 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저는 (설교에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고 봐요. 그런데 편향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게 문제죠. 손현보 목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았어요. 그런데도 자신이 순교자나 선지자인 것처럼 말하고 있어요. 구약의 선지자들은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싸웠어요. 하지만 손현보 목사나 고신 교단은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거의 없고 오히려 늘 권력에 빌붙어 왔어요. 그게 무슨 선지자입니까."

 

40년 넘게 교회 개혁을 외쳐 온 김승무 대표는 교단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는 교회가 그동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사라지는 '소금'보다는, 밝게 드러나는 '빛'이 되려고 했다고 말했다. 교회라면 성육신해 자신을 희생한 예수처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예장고신 교단과 한국교회가 녹아 없어지면서 부패를 막고 맛을 내는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라지는 소금의 역할은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들 폼나는 빛이 되려고 하죠. 하지만 복음의 출발은 성육신이잖아요. 신은 인간이 되고 타인을 위해 낮아졌어요. 소금 같은 역할이에요. 이런 생각으로 새롭게 시작하지 않으면 교단이든 한국교회든 희망이 없다고 봐요."

 

 

"빨갱이 소리 들어도 상관없어요" 보수 텃밭에서 손현보 비판하는 인권 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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