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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가서 1장>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남녀의 존귀한 사랑

송영찬목사(서울)

by 김경호 진실 2012. 9. 13. 08:53

본문

아가서 1

 

 

아가서 1장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남녀의 존귀한 사랑

 

송영찬 목사, 기독교개혁신보 편집국장 

 

 

 

()의 형식을 가진다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단어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가서 역시 시 형식을 갖춘 노래들로 구성되었으며 그만큼 상징성과 함축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아가서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 속에서 독자들이 본문과 본문 사이에 담겨 있는 행간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아가서는 일종의 서정시들의 모음집과 같은 형식과 목가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왕과 한 여인 사이의 사랑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정서와 의식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아가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암시한다고 말한 루이스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은 솔로몬을 또띠’(ידוד), 나의 사랑하는 이, 술람미 여인을 라에티’(יתיער), 나의 사랑으로 각각 부르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여기에서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은 각각 그 무엇을 상징하고 암시하는 인물임이 분명해진다.

다양한 형식을 갖춘 아가서는 이런 점에서 충분히 암시적이며 예표적인 특성을 가진다. 동시에 저자의 숨겨진 의식들의 흐름이 이 아가서를 하나로 묶고 있는 연쇄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아가서가 희곡으로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일 아가서가 무대에 오른다면 돌발적인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상징성과 암시로 가득 차 있는 아가서의 내용들을 무대라고 하는 한정된 공간에서 결코 묘사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1장의 구조 역시 아가서의 난해함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면밀하게 그 내용을 살피지 않으면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를 식별할 수 있는 시간표가 그 안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가서는 저작자의 내면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의식적인 활동을 깊이 관찰해야 한다. 1장의 개요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최상의 노래임을 밝히는 책의 제목(1:1)

2) 아가서의 배경을 해설하는 합창과 술람미 여인의 아리아가 솔로몬의 궁정에서 솔로몬을 그리워하며 친구들에게 솔로몬에 대한 사랑을 회상하고 있다(1:2-8).

예루살렘 여인들의 합창(1:2-4) : 아가서의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가 합창으로 울려 퍼지며 아가서의 주제를 알린다.

술람미 여인의 등장(1:5-7) : 술람미 여인의 독창(아리아)이 시작되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술람미 여인은 자신이 시골 출신임을 독자들에게 알리며 사랑의 대상인 솔로몬을 소개한다.

예루살렘 여인들의 합창(1:8) : 술람미 여인의 소원에 대한 합창단의 응답이 전개된다.

3) 연인간의 상호적 사랑을 노래하는 아리아를 통해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자신들의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1:9-2:7).

솔로몬의 등장(1:9-11) :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등장하면서 장차 전개될 아가서의 주제를 예고한다.

술람미 여인의 고백(1:12-14) :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의 노래에 응답하며 사랑하는 솔로몬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솔로몬의 응답(1:15) :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뻐하고 있음을 응답한다.

술람미 여인의 노래(1:16-2:1) :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찬양하며 솔로몬에 대한 사모하는 마음을 노래한다.

이어서 솔로몬의 화답(2:2)과 이에 대한 술람미 여인의 솔로몬에 대한 평화로운 사랑이 계속되기를 소망하는 내용(2:3-7)으로 전개된다.

 

1. ‘솔로몬의 노래에 담긴 의미(1:1)

 

1:1 솔로몬의 아가라

 

(필자역)

<책의 이름>

솔로몬의 노래들 중의 노래.

 

아가서가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 내용에 담긴 사랑의 감정을 극대화시킴에 있어 유력한 형식임에 틀림없다. 특히 아가서를 솔로몬의 노래들 중의 노래라고 하는 것은 이 노래가 수많은 시인들이 불렀던 사랑의 노래와 그 차원이 다름을 지시하고 있다. 솔로몬은 가장 지혜로운 인물이며 아가서는 솔로몬이 지은 노래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노래이기 때문이다.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내가 네 말대로 하여 네게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을 주노니 너의 전에도 너와 같은 자가 없었거니와 너의 후에도 너와 같은 자가 일어남이 없으리라 내가 또 너의 구하지 아니한 부와 영광도 네게 주노니 네 평생에 열왕 중에 너와 같은 자가 없을 것이라”(왕상 3:12-13)고 말씀하신 것처럼 이 지상에서 솔로몬과 같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솔로몬은 다윗의 아들이자 왕의 권세를 지녔으며 성전을 지어 여호와께 헌당하기에 합당할 정도로 최고의 지혜와 부귀를 누렸다. 그만큼 솔로몬은 하나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고백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만큼 솔로몬은 여느 사람들과 다른 독특한 위치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솔로몬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 아가서 역시 독특한 위치에 서 있으며 이는 아가서를 가리켜 최상의 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성경에서 노래 중의 노래’(the song of songs)로 표현되는 쉬르 하쉬림’(םירשׁה רשׁ)과 같은 표현 방식은 최고의또는 최상의’(superlative)라는 의미로 종종 쓰인다. 그 예로 다니엘 237절의 열왕 중의 왕’(the king of kings, אוכלמ ךלמ), 출애굽기 2633절의 지성소’(the holy of holies, 혹은 the most holy, םישׁדקח שׁדק), 에스겔 167절의 심히 아름답다’(the Ornament of Ornaments 혹은 the most beautiful, םיידח ידחב)를 들 수 있다.

특히 아가서가 최상의 노래로서 가지고 있는 계시적 의미를 가장 잘 반영하는 곳은 창세기 131절과 223절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 131절은 하나님께서 천지 창조를 마치신 후 하나님의 형상남녀를 향하여 말씀하신 표현이다. 다른 피조물들은 보시기에 좋았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반면 하나님의 형상인 남녀를 만드신 후에는 이제껏 만든 모든 피조물들 중 최상의 피조물이라는 의미로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은 창조를 마치신 후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형상인 남녀를 바라보시며 친히 부르신 하나님의 노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창세기 131절에서 표현된 피조물들 중에 피조물이라는 최상의 노래에 대해 아담은 창세기 223절에서 뼈 중의 뼈’(bone of my bones, יםצעמ םצע), ‘살 중의 살’(flesh of my flesh, ירשׂבמ רשׂב)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아담은 하나님께서 아담 앞으로 보내신 모든 동물들(피조물들)을 보며 그 본질들을 파악하였는데 자기와 상응하는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고 그에게로부터 여자를 만드신 후 아담에게 보였을 때 아담은 경탄하며 이 노래를 부른다. 아담은 그 여자를 향하여 이번에야말로”(םעפה תאז)라고 하면서 자신과 상응하는 존재를 찾았다고 노래한다. 이 같은 아담의 노래는 하나님의 형상인 하와를 향하여 부른 노래일 뿐만 아니라 상호간에 최상의 존재임을 고백하는 최상의 노래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아가서에서는 창세기에서 보여주고 있는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남녀가 가졌던 상호존중과 깊은 사랑의 관계를 시문학적 특성을 통하여 풍부하게 표현하고 있다. 솔로몬은 자기만이 가지고 있는 각별한 시어를 사용하여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한 몸을 이룬다고 하는 숭고한 사랑의 관계를 다양한 소재와 표현을 통해 노래하고 있다.

아가서의 내용이 계시로서 주어졌고 정경으로서 우리에게 전해진 것은 바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남녀의 완벽한 사랑을 경이롭게 노래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2.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의 사랑 나눔에 담겨있는 의미(1:2-8)

 

1) 하나님의 형상을 대표하는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1:2-4)

 

1:2 내게 입 맞추기를 원하니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나음이로구나

1:3 네 기름이 향기로워 아름답고 네 이름이 쏟은 향기름 같으므로 처녀들이 너를 사랑하는 구나

1:4 왕이 나를 침궁으로 이끌어 들이시니 너는 나를 인도하라 우리가 너를 따라 달려가리라 우리가 너를 인하여 기뻐하며 즐거워하니 네 사랑이 포도주에서 지남이라 처녀들이 너를 사랑함이 마땅하니라

 

(필자역)

<1.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

여인들의 등장(합창)

그로, 그의 입맞춤으로 내게 입 맞추게 하소서.

참으로 당신의 사랑이 포도주보다 나음이니이다.

당신의 기름은 향기롭고

당신의 이름은 쏟아 놓은 향유 같으니

처녀들이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당신이 나를 이끌어 주소서.

우리가 당신을 따라 달려가리이다.

왕이 나를 그의 방으로 이끄셨으니

우리가 당신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나이다.

우리가 당신의 사랑을 포도주보다 더 기억하리니

정직한 자들이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사랑에 대한 최상의 노래는 팡파르가 울리면서 여인들의 웅장한 합창으로 시작된다. “내게 입 맞추기를 원하니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나음이로구나”(1:2)라고 시작되는 합창은 아가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룻기에서 보는 것처럼 여인들의 노래가 장차 이루어질 일에 대한 예언과 성취를 예표하고 있다는 점(4:14-15)에서 여기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합창은 본 아가서의 표제임과 동시에 앞으로 전개될 아가서의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수사학의 한 기법인 예변법(豫辯法, prolepsis)으로 앞으로 이야기가 어디로 진행될 것인가를 예견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합창단에 따르면 주인공인 술람미 여인은 사랑의 대상인 솔로몬이 자기에게 그의 입으로 진한 입맞춤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술람미 여인이 기대하는 솔로몬의 진한 입맞춤은 솔로몬의 기품 있는 인격적 사랑에서 행해지는 입맞춤이다. 그렇게 진한 남자의 입맞춤을 술람미 여인이 기대하는 이유는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나음이로구나와 같이 그의 입맞춤이 잘 숙성된 맛 좋은 포도주보다 더 좋게 느끼는 것으로 암시하고 있다.

솔로몬의 인격은 마치 그의 몸 전체에 기름이 쏟아져 적셔짐으로써 진한 향기를 풍겨내는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솔로몬의 입맞춤은 술람미 여인뿐 아니라 예루살렘의 모든 여자들까지도 흠모할 만큼 훌륭한 인격적인 사랑을 가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개역성경의 내게 입 맞추기를 원하니라는 말은 히브리어 성경에 그의 입의 입맞춤들로 그가 내게 입 맞출 것이다로 되어 있다(RSV 참조). 여기에서 주인공인 술람미 여인은 사랑의 대상인 솔로몬이 자기에게 열정적이며 인격적으로 입맞춤할 것을 예견한다.

술람미 여인이 예견하고 원하는 솔로몬의 입맞춤은 단순한 성적 충동에 의해서 행해지는 길고 진한 입맞춤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과 인격적 존중에서 비롯되어 행해지는 잘 숙성되고 무르익은 전인격적 열정에서 나오는 입맞춤이다. 그러므로 아가서의 노래는 수메르의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노래라든지 이집트의 사랑 노래의 저급한 수준과는 비교가 안 되는 하나님의 형상인 남녀 안에서만 가능한 거룩한 노래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여인들의 합창은 솔로몬의 사랑이 단순한 평범한 연애 감정을 넘어선 수준의 것이며 당시 이방 민족들의 신전 아래에서 포도주를 입에 머금고, 온 몸에 기름을 바르고 향내를 내며, 성적으로 문란하게 행하는 쾌락의 자태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진실한 사랑의 속성을 오랜 기간 동안 숙성된 포도주의 향과 맛보다도 더욱 진한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사랑은 싸구려 연애 감정이 아니며 문란한 향락에서 오는 쾌감과 비견할 수 없는 기품 있는 인격에서 나오는 사랑으로 술람미 여인이 안심하고 믿고 존경하고 의지하며 따라갈 만한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네 기름이 향기로워 아름답고 네 이름이 쏟은 향기름 같으므로 처녀들이 너를 사랑하는구나”(1:3)라는 표현은 한 대상의 지위와 인격을 높이는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은 구약성경뿐 아니라 신약성경에서도 나타난다(7:46; 12:1-3; 14:1-6; 26:6-11을 보라). 또한 기름앞에 라는 인칭을 사용함으로써 라는 대상을 향기롭고 아름다운 기름으로 묘사하는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은 기름그 자체를 말하기보다는 남자의 기품 있는 인격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함이다.

이름은 존재의 가치를 말해준다. 아담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각종 들짐승들과 공중의 새들, 곧 모든 생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아담이 일컫는 바가 곧 그들의 이름이 되었다(2:19-25). 그렇지만 아담은 각종 생물들의 이름을 지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 안에서 자신과 같은 존재는 발견하지 못했다. 그 후에 하나님께서는 아담에게 하와를 데리고 왔고 그때야 비로소 아담은 자신과 상응하는 존재를 발견하였다고 하면서 그 여성의 이름을 남자(שׁי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השׁא)라 칭하리라고 하였다.

이처럼 네 이름이 쏟은 향기름 같으므로라는 말은 앞에서 말한 기름에 대한 또 다른 강조의 형식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존재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가서의 저자는 의도적으로 이름기름의 언어유희(言語遊戱)를 통하여 주인공인 여자가 그 상대자인 남자의 인격적 가치를 보다 훌륭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전개될 아가서의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히브리어로 기름은 쉐멘’(ןמשׁ)이고 이름은 ’(םשׁ)으로 발음한다. 여인들의 합창에서 표현된 바에 의하면 여자의 상대인 사랑스런 남자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기름이며 동시에 그 이름은 쏟은 향기름이다(1:3). 이러한 표현은 전도서 71절에서도 아름다운 이름이 보배로운 기름보다 낫다고 하면서 이름을 강조하여 사람의 존재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처럼 본문에서도 쉠(이름)과 쉐멘(기름)이라고 하는 언어유희’(言語遊戱)를 통하여 청중들로 하여금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동시에 이 합창은 왕이 나를 그의 방으로 이끌어 들이시니 너는 나를 인도하라 우리가 너를 따라 달려가리라 우리가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며 즐거워하니 네 사랑이 포도주보다 더 진함이라 처녀들이 너를 사랑함이 마땅하니라”(1:4)고 하며 여 주인공인 술람미 여인의 상대인 남자 주인공의 등장을 예고하듯이, 이 남자는 말로만 포도주처럼 달콤하게 하거나 기름을 바른 듯이 번지르르한 외모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매한 인격을 가진 자이며 그 인격에서 나오는 모든 언행이 향기가 되어 자신뿐 아니라 세상의 여자들이라면 모두가 흠모할만한 대상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여자 주인공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

아가서는 여기에서도 시문학적 표현을 통해서 남자의 아름답고 격조 높은 인격이 사랑에 눈 먼 한 여자에게서나 있을 법한 주관적인 평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처녀들이 너를 사랑하는구나라는 표현을 덧붙이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남자를 생각하는 여자 주인공의 식견을 객관적 사실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로써 술람미 여인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믿음직하고 사랑스러운 인격자인 솔로몬이 자신을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며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충분히 행복하게 해줄만한 인물이며 그들 사이에는 실제로 숭고한 사랑이 가득 채워져 있음을 느끼게 한다.

여인들의 합창에는 , , 우리, , 처녀들이라는 명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다섯 대명사들이 말 그대로 다섯 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저자는 1인칭 공통단수와 1인칭 공통복수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당시의 시문학적 특성을 통하여 남자에 대한 완벽한 신뢰성을 돋보이게 해주려고 다양한 형태의 대명사들을 도입하고 있다. “너는 나를 인도하라고 하고서 곧바로 우리가 너를 따라 달려가리라고 답하고 있는 표현 역시 솔로몬에 대한 술람미 여인의 신뢰도가 이중적 인칭의 배열 속에서 더 강렬하게 강조되게 하기 위함이다.

술람미 여인의 솔로몬을 향한 사랑의 깊이를 높이려 할 때는 라는 1인칭 단수를 우리라는 1인칭 복수라는 인칭의 변화를 의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그 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런 다음에 솔로몬에 대해서도 라는 2인칭 남성 단수를 으로 표현하는 변화를 주어서 남자의 인격과 위상을 최상으로 높이고 있다. 고대 근동의 시문학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으로, 남자를 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높은 인격자인 왕과 같은 존재인 그 남자는 우리들의 왕이 될 수 없고, 그 남자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여야 하며 한 여자에게만 속하길 원하는 의 왕임을 지시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 양식은 결정적인 부분에서 라는 분명한 인칭을 사용함으로써 이 둘 사이에는 어느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음을 명쾌하게 선을 긋고 있다.

특별히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가리켜 이라고 호칭하고 있는 것에서 앞으로 전개될 아가서의 독특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본문에서 ’(ךלמ)은 일반적으로 신랑을 지시하는 모티프이다. 이 단어가 여기에서 솔로몬의 신분을 밝히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랑이 혼인식에서 화관을 착용하는 것이 상징하는 것처럼 신랑을 왕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이 단어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이 단어는 왕으로서의 솔로몬의 신분을 밝히기 위함보다는 술람미 여인의 남편이 될 신랑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아가서가 신랑과 신부의 이야기로 전개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어서 그 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침실이 등장하는 것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때 둘 만을 위한 특별한 장소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 장소는 신랑이 여러 명의 여자들과 함께 있지 않고 자신의 아내와 침실에서 사랑을 나누듯이, 그 왕은 그의 침실로 만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그런데 혼인식에서 신랑을 왕으로 여기는 이 장면은 또 다른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데 그것은 곧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1:28)는 말씀처럼 첫 사람 아담을 온 땅의 치리자, 곧 왕으로 세우셨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한다.

아가서는 처음부터 이 사실을 문학적 복선으로 담고 있으며, 이것은 시온의 딸들아 나와서 솔로몬 왕을 보라 혼인날 마음이 기쁠 때에 그의 어머니가 씌운 화관이 그 머리에 있구나”(3:11)에서 더 분명하게 확인된다. 특히 본문에서 신랑인 솔로몬을 가리켜 으로 부른다는 것은 온 땅의 왕으로 세움을 받은 아담이 혼인을 통해 하와와 한 몸을 이루는 혼인식을 통해 아담이 에덴동산이라는 세계의 왕으로 취임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돌아보게 한다.

이 왕의 개념은 그러나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에서 명확하게 밝혀지고 있다. 나아가 이 왕의 개념은 그들이 세세토록 왕 노릇 하리로다”(22:5)에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왕의 개념은 우리가 너를 인하여 기뻐하고 즐거워하리니”(1:4c)에서 다시 강화되고 있다. 본문에서 주의할 점은 너를 인하여라는 히브리어 바크’(󰗗󰔯)에서 2인칭 남성 단수인 ’(󰗘)가 아닌 2인칭 여성 단수인 ’(󰗗)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표현은 여자가 남자를 인하여 기뻐한다는 표현 대신에 자신의 남자를 높이고 찬사를 보내는 곳에서 인칭의 변화를 주었던 것처럼 자신이 그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하여 스스로 자기를 향하여 찬사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내가 비록 검으나 아름다우니 게달의 장막 같을지라도 솔로몬의 휘장과도 같구나”(1:5)나는 사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구나”(2:1)라는 표현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한 표현 기법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너를 인하여 기뻐하고 즐거워하리니라는 표현은 이제 혼인식을 통해 솔로몬이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온 땅의 통치자인 으로 세움을 받게 되었다는 점을 함의하면서 동시에 솔로몬의 고귀하고 진실한 사랑을 받고 있는 술람미 여인의 가슴 벅찬 기쁨과 즐거움이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점을 우리라는 인칭의 변화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그 강조는 ’(󰗗)라는 2인칭 여성 단수를 사용하는 시문학적 표현 기법을 통해서 절정에 도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절에서도 술람미 여인은 2절에서 표현하였던 대표적 사랑의 방식을 따라 솔로몬의 사랑이 잘 숙성된 포도주보다 더 기억될 만한 사랑임을 다시 한 번 노래한다. 그리고 3절에서 말하였던 처녀들이 너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4절에서는 그들(처녀들)이 너를 사랑함이 마땅하다는 표현을 통해서 그 솔로몬의 술람미 여인에 대한 사랑의 고귀함을 마땅히 기억될 만한 가치 있는 사랑임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라는 표현 대신 그들이라는 인칭의 전환을 통해서 솔로몬이 마땅히 사랑받을 만한 자임을 예표하고 있는데 이러한 찬사의 이면에는 혼인식을 통해 온 땅의 으로 세움 받는 모든 신랑이 마땅히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

 

2) 솔로몬을 기다리는 술람미 여인의 소원(1:5-7)

 

1:5 예루살렘 여자들아 내가 비록 검으나 아름다우니 게달의 장막 같을지라도 솔로몬의 휘장과도 같구나

1:6 내가 일광에 쬐어서 거무스름할지라도 흘겨보지 말 것은 내 어미의 아들들이 나를 노하여 포도원지기를 삼았음이라 나의 포도원은 내가 지키지 못하였구나

1:7 내 마음에 사랑하는 자야 너의 양 떼 먹이는 곳과 오정에 쉬게 하는 곳을 내게 고하라 내가 네 동무 양 떼 곁에서 어찌 얼굴을 가리운 자 같이 되랴

 

(필자역)

술람미 여인의 등장(독창. 아리아)

나는 검지만 아름답다오.

, 예루살렘의 딸들이여.

게달의 장막들처럼, 솔로몬의 휘장들처럼.

나를 보고 검다고 하지 마오.

해가 나를 태웠기 때문이라오.

내 어머니의 아들들이 내게 노하여

나를 포도원지기로 삼았으나

나는 나의 포도원을 지키지 못했다오.

나에게 말해주오.

내 마음에 사랑하는 이여.

어디서 당신이 양떼를 치시며

어디서 당신이 정오에 (양떼를) 눕게 하시는지.

어찌하여 내가 당신 동료들의 양떼들 옆에서

(얼굴을) 가린 여인처럼 되어야 하리이까.

 

아가서의 시작을 알리는 합창단의 노래에 이어 여 주인공이 등장하며 이 이야기의 배경이 포도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예루살렘 여자들아 내가 비록 검으나 아름다우니 게달의 장막 같을지라도 솔로몬의 휘장과도 같구나 내가 일광에 쬐어서 거무스름할지라도 흘겨보지 말 것은 내 어미의 아들들이 나를 노하여 포도원지기를 삼았음이라 나의 포도원은 내가 지키지 못하였구나”(1:5-1).

2-4절에 나오는 왕(king)5-6절에 와서 솔로몬(Solomon)으로 구체화되고, 포도주(wine)는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있는 포도원(vineyards)으로 발전된다. 그리고 술람미 여인은 자신을 포도원지기로 표현하면서 자신의 피부가 게달의 장막처럼 검다고 말한다. 이것은 솔로몬이 왕이라고 하는 고귀한 신분임을 돋보이게 하며 동시에 자신은 평범한 한 여성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아가서의 이야기가 신분 갈등을 뛰어 넘은 숭고한 내용이 될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 이유로서 술람미 여인은 그러한 외적인 요소로 인하여 자기 또래의 처녀들(예루살렘의 딸들)에게 자신이 부당하게 평가받기를 거부하고 있다. 왜냐하면 자기는 외양상 그렇게 보일지라도 마치 당시 가장 아름다운 솔로몬 왕실의 휘장처럼 아름다운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멸시받는 자신의 검은 피부는 오빠들이 자기를 포도원지기로 삼았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변증한다.

술람미 여인은 오빠들에 의해 포도원지기로 있으면서 검게 그을린 자신의 몸을 내 자신의 포도원”(1:6)으로 묘사하고 있다. 정작 돌보고 지켜야 할 자신의 몸과 피부는 지키지 못하고 오빠들에 의해 포도원지기가 되어서 포도원만 지켰기에 피부가 게달의 장막처럼”(1:5) 되었고 그 결과 예루살렘의 딸들에게 멸시받을 정도”(1:6)가 되었음을 변명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술람미 여인은 자신이 예루살렘의 처녀들에게 내가 검게 보일지라도 나를 멸시하지 마라”(1:6)고 주장할 수 있었다.

술람미 여인이 자신을 솔로몬의 휘장처럼”(1:5) 아름답다고 한 표현은 왕이 나를 침실로 이끌어 갔다”(1:4)는 합창단의 예언을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관된 표현에서 얻을 수 있는 해석이라 할지라도 솔로몬으로 볼 수 있게 하지는 못한다. 4절에서는 솔로몬의 가치를 최상으로 높이는 차원에서 이라는 용어로 묘사한 것이고, 5절에서는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을 최상으로 높이는 차원에서 솔로몬의 휘장 같다라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솔로몬은 두 남녀의 가치를 정당하게 높이는 차원의 표현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포도원을 돌보는 일임을 밝힌 술람미 여인은 내 마음에 사랑하는 자야 너의 양 떼 먹이는 곳과 오정에 쉬게 하는 곳을 내게 고하라 내가 네 동무 양 떼 곁에서 어찌 얼굴을 가리운 자 같이 되랴”(1:7)라고 하면서 사랑하는 남자인 솔로몬이 하는 일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서 솔로몬은 양떼를 돌보는 목자로 묘사된다. 이 목자는 술람미 여인이 사모하여 만나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바로 그 솔로몬이다. 술람미 여인은 이 사랑하는 목자를 양떼가 쉬는 때에 만나게 될 것이라고 소망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목자들이 쉬는 시간은 태양 볕이 가장 뜨거운 한 낮인 정오 즈음이었다. 이때 양떼를 누어서 쉬게 하고 목자들은 천막을 치며 휴식을 취했다. 그렇다고 사랑하는 솔로몬을 만나기 위해 무턱대고 목자들의 천막으로 다가갈 수는 없었다. 목자들이 천막을 치고 쉬는 곳에 얼굴을 가리고 나타나서 남자를 찾는다는 것은 당시 정황으로 볼 때 몸을 파는 창녀의 행동이었기 때문이다(38:14; 7:11-13).

때문에 술람미 여인은 왜 내가 네 동무 양떼 곁에서 얼굴을 가린 자같이 되어야 합니까?”라고 하며 자신을 그렇게 만들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그 목자가 어디에 있는지를 내게 고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술람미 여인이 솔로몬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기보다는 솔로몬이 스스로 자기를 초대하기를 소망하고 있는 술람미 여인의 간절한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마치 남자의 청혼을 간절히 고대하고 있는 여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3) 술람미 여인의 소원에 대한 여인들의 응답(1:8)

 

1:8 여인 중에 어여쁜 자야 네가 알지 못하겠거든 양 떼의 발자취를 따라 목자들의 장막 곁에서 너의 염소 새끼를 먹일지니라

 

(필자역)

여인들의 응답(합창)

, , 여자들 중의 가장 아름다운이여.

네가 알지 못하겠거든 양떼의 발자국을 따라가

목자들의 장막들 옆에서

네 새끼 염소들을 치려무나.

 

8절은 대부분의 주석가들도 솔로몬의 말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가서 전체적인 내용과 본 문맥을 통해 볼 때 8절은 바로 위의 5-6절에 이어서 나온 내용으로 보아 술람미 여인의 소원에 대한 여인들의 응답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은 아가 216절과 63절에서 똑같은 표현인 여자들 중 어여쁜 자야라는 표현에서도 확인된다. “여자들 중 어여쁜 자야라는 말은 앞선 5절에서 술람미 여인이 자신은 게달의 장막같이 검어 볼품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하여 술람미 여인이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너 자신을 위하여) 너의 작은 염소들을 먹이라는 표현을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시문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으로 염소 떼에게 자기 유방의 젖을 먹이는 여신의 행위나, 꽃나무의 꽃을 따먹기 위해 달려든 염소 떼의 행동을 마치 여인을 취하는 성행위로 묘사하고 있는 이방의 시문학 세계와 같은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다지 추천할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술람미 여인의 하는 일이 포도원을 지키는 일인데(1:6), 술람미 여인에게 목자들의 천막 옆에서 “(너 자신을 위하여) 너의 작은 염소 떼를 먹이라”(1:8)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전개될 아가서의 이야기가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 사이에서 발생하게 될 극적인 사랑에 대한 암시를 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 이야기는 아가서의 여자 주인공이 그처럼 극적으로 자신에게 과분한 신랑을 맞이하였다는 사실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전개될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이 문구는 어떤 특별한 의미를 제시하기보다는 술람미 여인과 솔로몬의 만남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도록 할 뿐이다.

 

3. 연인간의 상호적인 사랑 노래(1:9-2:7)

 

1) 술람미 여인을 그리워하는 솔로몬의 노래(1:9-11)

 

1:9 내 사랑아 내가 너를 바로의 병거의 준마에 비하였구나

1:10 네 두 뺨은 땋은 머리털로, 네 목은 구슬꿰미로 아름답구나

1:11 우리가 너를 위하여 금사슬을 은을 박아 만들리라

 

(필자역)

솔로몬의 등장(독창. 아리아)

내가 보니, 그대는 바로의 전차들 안에 있는 암말 같구나.

내 사랑아.

그대의 두 뺨은 보석으로, 그대의 목은 구슬꿰미로 아름답구나.

우리가 너를 위하여 은을 박아 넣은 금 고리(사슬)를 만들리라.

 

9-11절은 솔로몬을 간절히 기다리는 술람미 여인의 소원이 담긴 노래(1:2-6)와 술람미 여인의 기대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예루살렘 여자들의 노래(1:7-8)가 끝난 뒤에 솔로몬이 등장하여 자신의 사랑스런 여자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노래이다. “내 사랑아 내가 너를 바로의 병거의 준마에 비하였구나 네 두 뺨은 땋은 머리털로, 네 목은 구슬꿰미로 아름답구나 우리가 너를 위하여 금사슬을 은을 박아 만들리라”(1:9-11)라는 이 노래는 술람미 여인에 대한 솔로몬의 확고한 신념이 담겨 있어서 술람미 여인에 대한 합창단의 예견이 그대로 성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9절에서 술람미 여인에 대한 비유로 등장하는 바로의 병거의 준마들에 대한 이야기는 BC 1450년에 이집트의 전쟁사에 있었던 유명한 역사적인 사건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당시 이집트가 시리아 지역에서의 한 싸움에서 이집트의 병거인 전차부대를 이끄는 준마들을 혼란시키기 위해서 시리아 군대는 심히 아리따운 암말 하나를 갈기를 땋고 두 뺨에 장식을 하고 목에 사슬을 하여 바로의 병거를 이끄는 준마들 속에 보냈었는데, 이 매혹적인 암말로 인해서 바로의 준마들(당시 바로의 병거 준마들은 수컷들이었다)이 모두 날뛰게 되었고 이집트 군대는 심각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 때 암메넴헵(Amenemheb)이라는 이집트의 장군이 바로의 병거를 끄는 준마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이 매혹적인 암말을 잡아서 그 말의 꼬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서 죽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집트는 시리아와의 싸움에서 힘들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은 역사적으로 매우 인상 깊은 격전으로, 당시 이집트의 승리를 기념하는 비문에 그 내용이 기록될 정도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근거로 하였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심히 아름답게 보석으로 장식한 암말에 비유하여 자신의 사랑스런 여자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술람미 여인을 자신의 신부로 여기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사실 혼인식장에서 신부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장식함으로써 그 날의 주인공임을 누구나 알아보게 하는 것처럼 솔로몬의 노래는 아가서의 주인공으로 술람미 여인을 돋보이게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어 등장하는 화려하게 장식한 여자에 대한 찬가(1:10-11)는 당시 왕실의 말들을 구슬 달린 목걸이와 귀걸이로 장식하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킴으로써 솔로몬은 술람미 여인을 최상의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너를 위하여 금 사슬에 은을 박아 만들리라”(1:11)는 말은 솔로몬을 비롯하여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최대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2) 술람미 여인에게 존귀한 남자, 솔로몬(1:12-14)

 

1:12 왕이 상에 앉았을 때에 나의 나도 기름이 향기를 토하였구나

1:13 나의 사랑하는 이는 내 품 가운데 몰약 향낭이요

1:14 나의 사랑하는 이는 내게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 송이로구나

 

(필자역)

술람미 여인의 응답(독창)

왕이 그의 (둥근) 상에 있는 동안에

나의 나르 향이 그 향기를 토하는구나.

내 사랑은 내 품 가운데 몰약 향낭이니

그는 나의 가슴 사이에서 온밤을 지새우리라.

내 사랑은 내게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 꽃송이로다.

 

술람미 여인에 대한 솔로몬의 과찬으로 말미암은 급작스런 상황의 반전에 이어 술람미 여인은 다시 솔로몬을 왕으로 표현하면서 4절에서 밝힌 대로 솔로몬을 최상의 남자로 높여 표현하고 있다. “왕이 상에 앉았을 때에 나의 나도 기름이 향기를 뿜어냈구나”(1:12)라는 이 노래에서 은 솔로몬의 신분을 말하기보다는 술람미 여인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남자를 지칭하는 시문학적 표현으로 보아야 한다. 술람미 여인은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그의 상에 앉았을 때에 자신의 귀한 나드 기름의 향을 쏟아 붇는 것으로 이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본문의 으로 번역된 메사브(בסמ : circle)라는 단어는 보통 다소 둥근 것으로 상상할 수 있는 연회 혹은 침상이나 식탁 등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 단어는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있는 성의 주위 또는 외곽을 가리키거나(왕하 23:5) ‘여자가 남자를 둘러싸리라’(31:22)는 표현처럼 여인이 남자를 안은 것을 묘사하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여기에서는 식사나 잠을 자기 위해 사용하는 다소 둥근 모양의 식탁이나 침상의 의미를 가지거나 혹은 비유적으로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의 품안으로 오고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자 하는 복합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12절의 내용과 상황은 예수께서 십자가 사건을 앞 둔 유월절 일주일 전에 베다니 시몬의 집에 유하며 식사하려 상에 앉으셨을 때, 마리아라 하는 여인이 예수의 죽으심에 대한 말을 듣고 주님의 발과 머리에 나드 기름 향유 한 근을 쏟아 붓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12:1-3; 14:1-6; 26:6-11). 이런 점에서 아가서가 전통적으로 유월절에 불리고 읽혀진 노래가 되었다는 사실을 더 강화시켜주고 있다.

예수께서는 그 여인의 행동을 복음이 전파되는 곳이면 언제든지 함께 전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그 여인의 행위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준비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누가복음 737-50절에서도 예수님이 한 동네의 바리새인 집에서 식사하려고 상에 앉아 있을 때에 그 동네의 죄인인 한 여자가 예수의 발에 비싼 향유를 붓고 그 발에 입 맞추고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주기를 원했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주님은 이 여인의 많은 죄가 다 사하여졌다고 선언하셨다.

이러한 신약성경의 기록들을 참고해 볼 때 12절의 표현은 여자가 자기의 존귀한 남자에게 자기 인격 전부를 드린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이러한 상징적 표현 속에서 나의 사랑하는 이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구나”(2:16; 6:3; 7:10)는 의미가 깃들여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점에서 13절과 14절은 같은 의미를 달리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의 사랑하는 이는 내 품 가운데 몰약 향주머니요 나의 사랑하는 이는 내게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 송이로구나”(1:13-14)라는 술람미 여인의 노래는 사랑하는 솔로몬이야말로 가장 보배로운 존재임을 고백함으로써 앞선 솔로몬의 노래(1:9-11)에 대한 응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의 서로를 향한 노래(1:15-17)

 

1:15 내 사랑아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 네 눈이 비둘기 같구나

1:16 나의 사랑하는 이여 너는 어여쁘고 화창하다 우리의 침상은 푸르고

1:17 우리 집은 백향목 들보, 잣나무 석가래로구나

 

(필자역)

솔로몬의 노래(독창)

그대, 내 사랑아,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구나.

너의 눈은 비둘기 같도다.

 

술람미 여인의 노래(독창)

, 나의 사랑하는 이여,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우리의 침상이 얼마나 무성한지요.

우리 집의 들보들은 백향목들이며

우리 집의 서까래들은 잣나무들이로구나.

 

솔로몬의 노래(1:9-11)와 이에 대한 술람미 여인의 응답(1:12-14)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계속해서 서로를 향하여 부르는 사랑의 노래가 27절까지 이어지고 있다. 먼저 솔로몬은 내 사랑아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 네 눈이 비둘기 같구나”(1:15)라며 사랑하는 여자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데 특히 그녀의 눈이 비둘기 같이 예쁘다고 말한다. 여기에서는 술람미 여인의 눈만 언급하고 있지만 41-5절에서는 눈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술람미 여인의 아름다움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솔로몬의 노래에 이어서 술람미 여인은 나의 사랑하는 이여 너는 어여쁘고 화창하다 우리의 침상은 푸르고 우리 집은 백향목 들보, 잣나무 석가래로구나”(1:16-17)라며 솔로몬의 멋진 모습에 대한 노래로써 응답하고 있다. 술람미 여인은 이 노래에서 사랑하는 솔로몬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의 침상은 푸를 뿐만 아니라 즐겁다는 표현은 구약 성경 안에서 자주 나오는 이방신의 신당과 그 푸른 나무 아래에서 성적인 관계를 하였던 이방 종교의 성향과 향락을 연상케 하는 표현이기도 하다(12:2; 왕상 14:23; 왕하 16:4; 2:20; 3:6, 13; 57:5). 그러나 이러한 묘사들이 당시 시대의 정황에 있어서는 유사성을 내포하면서도 그 본질에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아가서가 지닌 시문학적 특성이며 동시에 성경 계시로서의 특성이기도 하다.

특히 이 표현은 우리 집은 백향목 들보, 잣나무 서까래로구나”(1:17)에 의해 강화되는데 이러한 표현이 정상적인 가정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술람미 여인의 노래는 제의적이거나 성적인 문란(紊亂)을 염두에 두고 있다기보다는 하나님 안에서 정상적인 남녀가 온 인격을 다하여 서로를 사랑하며 부르는 아름다운 가정에 대한 노래라 할 것이다.

출처 : 교회와 성경
글쓴이 : 송영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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