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목사/합신 신약신학
뉴스란 놈은 충격적인 것을 보도할 때 주가가 올라가는 줄로 생각해서 특종
거리를 발굴해내기 위해 항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물론 우리는 뉴스의 이
런 기질 덕분에 심심지 않게 눈이 번쩍 뜨이는 일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예
를 들면 어떤 아이가 최연소로 대학에 합격했다느니, 어떤 청년이 최연소로
국회의원이 되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소식들 말이다. 사실 이런 일들이 대단
한 것임에는 의심할 바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런
뉴스거리들이 성공의 척도를 너무나 일방적으로 잡아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에서는 성공이라는 것이 오직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높은
자리에 도달할 수 있느냐에 의해서 이해되고 만다. 여기에서는 사람이 어떤
자리에 도달한 후에 오랜 시간 동안 인격적으로 행동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은
성공의 축에 들지 못한다.
그러나 교회의 원리는 다르다. 사도 바울은 새로 입교한 자를 감독으로 세
우는
것을 엄격하게 금했다. 교회에서는 신입교우가 단시간 내에 감독과 같
은 직분을 얻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신입교우의 성공은 얼
마나 짧은 시간 안에 감독과 같은 직분을 얻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다. 오히
려 교회는 새 신자가 충분한 연습을 통하여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바른 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신자가 거듭난 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든지 반드
시 어린아이의 단계를 거쳐서 신령한 젖을 마심으로써 성장하는 것이 정상적
인 일이기 때문이다 (벧전 2:2 참조). 물론 너무나 오랜 동안 어린아이의 상
태에만 머문다면 그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지만 말이다 (고전 3:1; 히 5:11-
14).
사도 바울이 신입교우를 감독으로 세우는 일에 쌍수를 들고 반대한 까닭은
매우 자명하다. 그것은 새 신자가 교만해질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이다. 교만
은 눈을 어둡게 만들고 마음을 둔하게 만든다. 만일에 신입교우가 교회에서
너무나 빨리 감독과 같은 직분을 얻으면 세상에서 성공할 때처럼 우쭐해져서
비신앙적인 세도를 발휘하게 된다. 오늘날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는 대부분 이
런 점에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사람들을 직분자를 세울 때 신앙
의 성숙함이 아니라 사회적인 신분이나 물질적인 풍요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
에, 결국은 그렇게 세움 받은 직분자들이 교회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사례들
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적으로나 교회적으로나 다같
이 큰 불행을 초래한다.
이런 경우로부터 초래될 무서운 불행을 사도 바울은 "마귀를 정죄하는 그
정죄에 빠질까 함이요"라고 설명한다. 사실 이 표현은 원어로 볼 때 마귀가
정죄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마귀를 정죄한다는 것인지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아무튼지 간에 사도 바울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신입교우가 감독과 같
은 직분을 얻게 되면 교만해지고 그 결과는 엄청난 영적인 손상을 입게 될 것
이라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문제의 배후를 교회의 조직에서 사람의 마음으
로, 사람의 마음에서 영적인 차원으로 파고 들어간다 (직분 -> 교만 -> 마
귀). 교만해진 신입교우는 마귀의 공격을 받아서 정죄에 빠지든가 아니면 하
나님께서 마귀를 정죄하는 그 정죄에 빠지고 말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신입교
우가 너무 빨리 감독과 같은 직분을 얻는 것은 성공이 아니
라 실패이다.
때로는 교회의 사정에 따라 일찍 직분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
은 인생의 많은 시간을 주님께 헌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한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감사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교만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교만은 좀도둑과 같아서 우
리가 잠시만 방심을 해도 우리의 마음을 훔쳐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만한
마음을 가지면 그 때부터는 영적 성숙이란 것을 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교만
으로 말미암는 영적 성장의 정지는 마귀의 책략 중에 가장 흔한 것이다. 혹시
라도 우리는 지금 마음 속에 세속적인 성공의 야심이 스며들어 마귀의 책략
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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