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교수/ 합신 신약신학
늦은 밤에 낯모르는 이십대 청년이 예고도 없이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 청년은 불쑥 자신은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한 마디 던져놓고
는 의자에 앉자마자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기 시작하였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의 부모가 어느 교인에게서 빚을 졌는데 이자를 가당치 않게 너무 많이 요
구할 뿐 아니라, 부모가 제때에 이자를 갚지 못하자 가차없이 자신의 월급에
차압을 가해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청년은 나에게 눈물을 씹으며 말했다. "목사님, 예수 믿는 사람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빚을 안 갚겠다거나 이자를 안내겠다는 것이 아닌데... 조금만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면 안되는 겁니까? 게다가 교회에서 무슨 집사라는 분
이...".
사도 바울은 교회에서 직분을 얻으려는 사람은 외인에게서도 선한 증거를
얻은 자라야 한다고 못박는다. 이만큼 사도 바울은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의
시
각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예수를 믿지 않는 이웃들의 시선은 아무
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가 아니다. 어찌 보면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의 평가
는 하나님의 평가일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 불신자들을 통하여 신자를 바라보
는 눈길이라는 말이다. 사실 이것은 일상생활이 신앙생활의 표현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내용이다. 신앙과 일상은 같이 가는 것
이다. 그래서 신앙은 일상에서 증명된다. 다시 말해서 일상을 보면 신앙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의 삶을 보면 교회에서의 삶을 알 수 있다. 교
회에서는 잘 하는데 세상에서는 잘못 한다면 그것처럼 거짓된 것이 없다.
따라서 교회의 일군을 세우려면 교회에서 투표를 할 것이 아니라 동네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 교회의 일군으로 세우려고 하는 사람에 대하여 과일가게
아주머니는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경비원 아저씨는 뭐라고 평가하는지, 동네
꼬마들은 어떤 점수를 줄지, 편지를 배달해주는 우체부의 생각은 어떠한지,
옆집 학생은 무엇이라고 말하는지, 슈퍼마켓 점원의 의견은 무엇인지 들어보
아야 한다. 잃어버린 사람을 찾을 때 하는 것처
럼 교회의 일군으로 추천받은
사람의 사진을 크게 확대해 가지고 다니면서 동네사람들에게 설문지를 내밀
며 물어보아야 한다. 교회의 일군으로 세우려고 하는 사람의 생활전선으로 찾
아가서 그의 동료, 선배와 후배, 그가 상대하는 고객들과 업체들에게 과연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아야 한다. 교회의 일군을 세우려면 교회
에서 투표할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투표를 해야 한다.
사도 바울은 감독과 같은 교회의 직분을 받으려는 사람은 교회 밖의 사람들
에게서도 선한 증거를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교회
의 일군은 교회 밖의 사람들도 잘 사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는 교회 밖의 사람들로부터 아예 아무런 평가도 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
다. 오늘날 교회는 신자들이 불신자들과 사귀는 것을 터부시하고 있다. 이런
행위를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두려워하게 만든다. 그러나 사도 바울의 생각
은 다르다. 옳은 신앙정신과 바른 생활원리를 지닌 신자가 불신자를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매우 우스운 일이 될 것이다. 신자가 분명한
신앙고백과 정직한 생활윤리를
따라서 불신자들과 사귐으로써 선한 증거를 얻
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에 교회 밖의 사람들로부터 선한 증거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교회에서
일군이 된다면 마귀는 너무나도 즐거워할 것이다. 이것은 마귀가 불신자를 통
해서 교회를 비방할 빌미를 얻은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야 말로 마귀에게 교
회를 올무에 빠뜨릴 절호의 찬스가 주어진 것이다. 마귀는 불신자를 통해서
교회를 공격한다. 교회가 사회보다도 못하다고. 그러므로 우리는 기억해야 한
다. 교회가 하기에 따라서 세상은 복음을 받을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복음을
버릴 원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세상을 얻느냐 잃느냐 하는 것은 교회가
하기 나름인 것이다. 나는 불신 청년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게 한 그 신자
가 지금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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