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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부

조병수박사

by 김경호 진실 2014. 8. 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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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의 목회편지(90)

인명부

조병수 교수_합신 신약신학

우리에게는 고대문명을 얕잡아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크나큰 오
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고대문명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
서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없는 문자가 나왔고 수학, 기하학, 천문학, 철학 그
외에 수많은 문명을 거기에 빚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주 초대교회
를 원시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이것도 오해 중의 오해이다.
초대교회를 절대로 허술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비록 초대교회가 규모에 있
어서는 우리시대의 교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작은 것이었지만 질적
인 면에서 있어서는 여러모로 우리를 앞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앞
지름 가운데 하나가 교회의 조직 또는 구조와 관련된 것이었다.

최고의 비구조적 조직 갖춘 초대교회

초대교회는 조직적이며 구조적인 교회였다. 초대교회는 우리와 달리 그 나름
대로 탄탄한 체계를 소유하고 있었다. 사도들을 구심점으로 하여 아래로 퍼

가듯이 시리아, 이집트, 소아시아, 그리스, 로마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네트
워크는 정말 놀랍게도 정교한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사람의 머리에서 의식적
으로 구상된 조직과 구조는 아니었다. 이것은 일종의 하나님의 은혜로부터 시
작한 신적 체계로서 비조직적 조직이었으며 비구조적 구조였다.
그러나 이것은 심지어 시스템으로 말하자면 가히 압권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로마정부조차도 두려워한 조직과 구조였다. 그래서 핍박의 시기에 로마정부
는 실낱같으면서도 산산이 땅 속 깊게 파고드는 나무뿌리처럼 잘 짜여진 초대
교회를 추적하기 위해서 전전긍긍했었다. 이 때문에 로마정부는 마침내 초대
교회의 비조직적 구조와 비구조적 조직 속으로 전문적인 스파이까지 침투시켰
던 것이다.
초대교회의 조직과 구조에 관해서 말하려면 지면이 모자란다. 단지 한 가지
만 언급하자면 그것은 특히 인명부와 관련해서 잘 드러난다. 초대교회에는 인
명부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초대교회를 이끄는 사역자들의 인
명부 가운데 열두 사도 인명부는 아주 유명한 것이었다. 또한 예루살렘 교회
에는 사도들 외에도 누구나 인정하
는 일곱 명의 사역자들이 있었고, 이와 비
슷하게 안디옥 교회에서도 다섯 명의 선지자와 교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
당하였다.
사도 바울이 로마서를 마치면서 로마 교회를 대표하는 사역자들의 이름을 열
거하는 인명부는 매우 인상적이다. 사도행전에는 사도 바울이 제3차 전도여행
을 마치고 아시아로 가는 길에 동행한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된다: 베뢰아 사
람 부로의 아들 소바더, 데살로니가 사람 아리스다고와 세군도, 더베 사람 가
이오와 디모데, 아시아 사람 두기고와 드로비모(행 20:4). 이 인명부에서 흥
미로운 것은 사역자들의 출신지역까지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초대교회의 인명부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
다. 그것은 초대교회가 대적자들의 인명부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예
를 들어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내는 둘째 편지에서 부겔로와 허모게네(딤
후 1:15), 후메내오와 빌레도(딤후 2:17), 구리 장색 알렉산더(딤후 4:14) 같
은 대적자들의 이름을 자세히 제시한다. 이것은 이들과 유사한 대적자들에 의
하여 공격을 당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대상을 적시하고 있

n는 것이다.
어쨌든 초대교회의 인명부를 살펴보면 초대교회가 얼마나 신중하고 정확했는
지 알 수 있다. 초대교회는 사도 인명부, 사역자 인명부, 동역자 인명부 등
을 작성함으로써 역사적인 교훈을 남겼다. 인명부는 후세의 신자들이 예수 그
리스도의 교회를 이루고 그의 복음을 위해 사역함에 있어서 어떤 사람을 모범
으로 여겨야 하는지 알려준다.

후세의 모범이 되는 초대교회 인명부

오고 오는 시대의 신자들은 초대교회의 인명부를 보면서 교회를 위하여 일하
면서 누구를 본받아야 할지 배우게 된다. 우리는 특히 인명부에 세밀하게 기
록된 적요(摘要) 사항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일군들이 갖추어야 할 자격과 조
건을 교훈 받는다. 이런 점에서 초대교회는 인간의 사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체득한 신적 역사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는 바로 이런 인명부에서 절대로 경시할 수 없는 초대교회의 한 가지 체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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