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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없는 신학, 삶의 추락 막지 못했다

목회

by 김경호 진실 2016. 2. 15.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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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직무에만 집중하면 불신앙 위험…경건생활과 교제로 자신 돌아봐야

중학생인 막내딸을 살해하고 집안에 11개월간 방치한 비정한 아버지가 목사인 것으로 밝혀져 한국교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 모 목사는 국내 정통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독일 유학을 거쳐 교단 인준 신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사역했던 인사였다. 박사 학위라는 번듯한 경력에다 교회와 학교에서 좋은 평판을 받았던 목사가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되면서 목회자가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신학과 신앙의 부조화가 비극적인 현실로 나타났다.

학생에게 인정받는 교수, 딸에게는 폭력아빠

이 목사는 2007년 독일 유학 중 부인과 사별했고, 2014년부터 현재의 부인과 함께 생활했다. 전처에게서 낳은 1남 2녀 중 큰 딸은 독일에서 유학 중이며, 가출한 것으로 보도됐던 아들은 축구선수로 지방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교 측은 “이 목사는 정식 교수는 아니고 재계약을 해야 하는 강사 개념의 겸임교수였다. 사건 발생 전 이미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회에서나 학교에서나 이 목사는 좋은 평판을 받았다. 이 목사에게 고린도전서 수업을 들었던 신학교 학생은 “원칙적인 부분도 있지만 마음은 정말 여리신 분으로 기억한다. 학생들도 다 잘 챙겨주셨다”고 회상하며 “사건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목사와 친분이 있던 교단 관계자 역시 “이런 일을 벌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인품을 가졌다고 생각했다”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경찰조사로 밝혀진 사실과 비춰보면 도저히 연관 지을 수 없는 모습이다. 경찰은 ‘이 목사가 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옷을 벗기고, 때리다 지쳐 쉬었다’ ‘때리는 과정에서 딸이 실신하기도 했다’ ‘50~70대씩 반복해서 때렸다’고 발표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찾아오는 이중성

오랫동안 신학을 공부하고 하나님의 종으로 사역하던 목사가 이런 끔찍한 ‘이중성’을 보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머리로 공부하는 신학과 삶 속에서 나타나는 신앙이 일치하지 못한 것이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그것을 자신의 실제 모습으로 착각하는 현상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총신대 상담대학원 김준 교수는 “많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외면과 내면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겉으로 저지르고 있는 잘못에 무뎌지고 있다. 외부에서 받는 존경에 합리화가 이루어져 내면을 성찰하지 못하는 나락으로 빠졌다”고 지적했다.

목회자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판단과 기대에 끌려가기 좋은 위치에 있고, 또한 교회 규모나 학벌 차이 등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내면과 외면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목사 역시 공부나 목회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오랜 시간 자신을 서서히 잃어가지는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건생활과 교제로 자기 자신 돌아봐야

머리로 배운 신학이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과 분리된 상황에서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은 어느 목회자에게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위험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목회자 스스로가 하나님을 찾고, 자신을 성찰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수다. 총신신대원 이상원 교수는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 속에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는 훈련을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앙에는 프로가 없다. 목사라도 목회라는 직무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안에 하나님이 없는 불신앙으로 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혼자 고립되기 쉬운 목회자의 특성을 탈피하고 교제의 폭을 넓히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서로의 상황을 잘 아는 목회자들끼리 멘토링을 통해 마음을 나누면 간접체험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진단할 수 있다. 김준 교수는 “함께 모여 좋은 경험, 아픈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도전과 위로를 받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말씀도 나누고, 운동도 하고, 가족끼리 만나는 것도 추천한다”고 권했다.

생각지 못한 끔찍한 사건에 다수의 목회자들이 회개와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목회자들이 강단 위에서 보이는 모습이 가정과 사회에서도 동일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다스리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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