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구약학자 반 게메렌 목사(Willem A. VanGemeren, 74세)가 총신대학교(총장:김영우 목사)의 초빙교수로 임명됐다. 반 게메렌 교수는 미국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활동을 했으며, 그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 학자만 2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많은 한국인 제자를 두었다. 저서로는 <구원계시의 발전사>, <예언서 연구>, <시편 주석> 등 다수가 있다. 그는 총신신대원 뿐만 아니라, 화란 캄펜신학교, 우크라이나 신학교 등을 순회하면서 후학을 지도하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총신신대원 교수로 임명되신 것을 축하합니다. 교단 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갖는 기대도 큰데,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십니까?
=한국에 머무는 동안 총신신대원 강의와 더불어 주일에는 규모 있는 교회들에서 설교를 하므로 한국교회를 섬기고 싶습니다. 한국교회는 큰 성장을 이뤘으나 세속화가 스며들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세속화된 사회 속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이 염려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와 복음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도록 돕고 싶습니다.
한국교회가 가진 문제점들은 사실 한국교회이기에 더 심한 것이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 특이한 모습이 있는데 성도들이 서로 고소고발을 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교회와 성도들이 분열되는 것을 볼 때 안타깝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부패와 여러 가지 잘못된 일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젊은이들을 크게 고민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 고소의 문제로 인해 성도들이 사회 안에서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인 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라도 들어와서 회복과 영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소로 인한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교회가 안정감을 주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교회에게 요구하는 일들은 매우 많고 크지만 복음은 그보다 더 위대하기에 어떠한 문제에도 충분히 답을 줄 능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첫째 이미 교회 안에 세속화된 본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복음에 의해서 충분히 변화받지 못했습니다. 둘째 권력에 대한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에 대한 욕심은 있을 수 있는 일이나 힘있는 그룹이 약한 그룹에 압력을 가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인용하여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복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해야 하며 용서하는 모습을 보이고 용서를 외쳐야 합니다.
▲어떻게 총신신대원에서 교수활동을 결심하게 되셨는지요? 또 총신의 국제화를 위해 제언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사실 저는 지난 35년간 총신대학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총신은 좋은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개혁주의적이며 보수적인 신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총신 출신의 많은 학생들이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았고 수십년동안 그들로 인해 한국에서의 특강을 여러번 요청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 총신대를 특강차 왔을 때 김영우 총장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까지 저는 오래 기다려야 했습니다. 수개월을 기다리면서 저는 유럽과 달리 한국사회는 의사결정이 여러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오래 기다리신 그리스도의 삶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모든 결정이 되어져서 최근 총신신대원의 영어 M.Div 학생들을 대상으로 2주간의 인텐시브코스 강좌를 했는데 즐거웠습니다.
저는 총신이 국제화를 꾀하고 앞으로 저와 같은 외국인 학자들을 더 많이 초빙하려면 학교가 양지 시내 호텔과 계약을 맺거나 학자들이 편하게 먹고 쉴 수 있도록 되어있는 건물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총신대신학대학원의 중요성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첫째 총신은 개혁주의 신학교이기에 중요합니다. 학교 구성원들은 학교의 정체성을 인식적으로만 아는데서 그쳐서는 안되며 삶의 모든 면에서 개혁주의적 시각과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둘째 총신은 역사적으로 중요합니다. 한국의 역사 속에서 총신은 수난을 당하기도 했으나 신앙의 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한국사회의 자유와 발전, 독립을 위해 공헌했습니다. 이러한 정체성과 역사성을 앞으로도 발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총신이 추진하는 국제화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국제화라는 것은 총신에 외국 학생들이 많이 입학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총신에서 공부하고 있는 신학생들이 세계를 향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세계를 생각하는 의식을 갖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국제화의 더 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년쯤 전에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은 IMF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인들은 국제화에 대해 많이 배웠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여겨지는 오늘날 한국사회와 교회는 세속화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속적인 사조가 숭배의 대상이 됐습니다. 국제화라는 단어 자체가 능사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총신이 지금 시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은 겸손하고 능력이 있는 목회자와 교회의 리더를 키워내는 것입니다. 총신은 매우 역동적인 공동체여서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 새로운 다음세대를 가르치고 그들이 복음의 능력을 힘있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총신은 전통을 고수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내다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총신이 100년을 지켜왔던 커리큘럼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자면 현재 커리큘럼을 보면 구약과 신약이 별개로 취급되고 있는데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최근 한국교계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일입니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교회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째 과잉대응을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문제가 있을때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동성애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성적 정체성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결여됐을 때 성적 정체성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동성애 문제는 그 사람이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을때 동성애의 문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동성애자들이 내놓는 이슈마다에 반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970~80년대에 미국에는 도덕적인 다수가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정치적인 이슈들에 관심을 갖고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호의를 베풀지는 못했고 결과적으로 (승리들을 얻었지만)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동성애 문제를 대응해서 교회가 힘을 드러내는 것처럼 비춰서는 좋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여유를 가지는 태도는 어떨까요? 문제 자체를 놓고 바라볼 때 해결되지 않는 것이 교회가 빛과 소금의 삶을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신뢰를 회복하면 풀릴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동성애에 대한 대응은 신학적이어야 하고 공동체적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동성애자들의 프로그램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든 사랑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동성애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기 이전에 우리 교회가 어떤 공동체가 되어야 할지를 더 많이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동성애 문제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으며 필요하다면 정치적인 협상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소통의 단절을 초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들과 대화하면서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회심은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 가능한 일입니다.
▲끝으로 목회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성경 안에서 살아야 하고 그리스도에 우리 삶의 뿌리를 두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경건에 대해 깊은 수준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건의 초점이 때로 명확하지 않습니다. 초대교회는 그 초점이 분명했습니다. 그들의 삶은 성경과 그리스도의 삶에 강하게 결합되어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수님을 너무 빨리 믿지만 예수님을 따르는데는 너무 느립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저는 한국의 다음세대 기독교인들을 한 사람이라도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의 안타까움을 들었습니다. 한국의 목회자들께서 젊은 세대가 따르고 본받고 싶어하는 지도자가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젊은이들은 신뢰하고 따를 지도자를 간절히 찾고 있습니다.
통역=안인섭 교수(총신신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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