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인터뷰 열 네 번째 인터뷰
고려신학대학원 문화랑 목사
지난 2월 28일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입학식이 있었다. 새로운 학생들이 입학한 것과 더불어 새로운 교수도 임용이 되었다. 바로 오늘 인터뷰 대상인 문화랑 교수이다. 문화랑 교수는 실천신학 분과 중 예배학과 교회교육학을 맡았다. 특별히 예배학 담당 교수가 오랜 기간 부재했던 고려신학대학원과 학생들에게는 문 교수의 임용이 큰 기쁨이다.
Q 반갑습니다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신앙이력을 소개해주시겠습니까?
A 문화랑 목사: 저는 모태신앙으로 자랐습니다. 특별히 외가가 복음을 일찍 받아들이셨습니다. 외증조부께서는 그 옛날에 일본 기독교 사립대학인 동지사 대학에 유학도 다녀올 정도이셨습니다. 그리고 친할머니, 외할머니 모두 권사님이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릴 때부터 교회를 친근하게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자랐지요. 계속 고신 소속이었고 세례를 집례하신 분은 얼마 전에 은퇴하신 이용호 목사님이셨습니다. 이후 성안교회로 이동했고 윤장운 목사님 지도를 받았습니다.
첫 사역은 박삼우 목사님 요청으로 서울시민교회에서 시작했습니다. 중등부 사역이었습니다. 그리고 신대원 3학년 때 윤목사님께서 다시 내게 와서 훈련 받으라고 하셔서 성안교회로 이동했습니다. 박삼우 목사님 통해서 설교를 잘 배웠습니다. 박 목사님께서는 교단의 대표적인 설교자 아닙니까? 설교의 맛과 깊이, 성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설교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윤장운 목사님 통해서는 교회를 향한 헌신과 열정, 기도의 중요성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신대원 57회 입니다. 2000-2002년 동안 학교를 다녔고 2003년에 졸업했습니다. 짧은 강도사 생활 이후 군목으로 임관했습니다. 4월 24일 3사관학교에 입대해서 3달 동안 군사훈련을 받았습니다. 훈련이 끝난 뒤 1사단 15연대에 배치 받았고 최전방, 서부전선, 임진강을 지키는 부대에 있는 교회의 담임목사로 섬겼습니다.
Q 그러시군요. 사역 연혁을 소개해주셨는데, 언제, 그리고 어떻게 목회자로의 부르심이 있으셨습니까?
A 문화랑 목사: 어머니께서 제가 한 살 무렵 서원 기도를 하셨다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머니의 그 말씀을 듣고 목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선 주변 목사님들께 여쭤보았습니다. 당시 문현제일교회 담임이셨던 김석영 목사님께서는 기왕 신학을 하려면 고신대 신학과를 가서 원어나 다른 내용들을 차분히 준비하라고 하셨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처음부터 헌신해서 차분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신대 신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제가 당시에 교단 최초로 군목 시험 전국 수석을 했습니다. 군목 시험은 전 교단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인데요. 제 이전에는 수석이 없었습니다.
#영혼에 대한 열정을 훈련 받던 군목 사역 당시 모습
Q 엄청난 이력인데요. 웃음. 군목 사역을 하셨는데 군대교회 생활은 어땠습니까?
A 문화랑 목사: 군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영혼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육군은 1년에 60명 이상 자살합니다. 대조적으로 공군, 해군은 1-2명 정도입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있는 병사들을 대상으로 사역을 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다른 종교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영적 전투 현장이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뛰지 않고, 심방하지 않으면 죽어가는 부적응 병사들을 생각하면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2천명 넘는 연대에 4개 교회를 담임했습니다. 주일에 6번 설교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참 힘들었습니다. 마이크가 없는 야전에서 복음 선포 사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드린 예배가 병사들에게 참 의미 있게 다가갔습니다. 그러면서 죽어가는 병사들에게 예배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예배학을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안했지만, 적어도 실천신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본 시기이도 했습니다.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군에서 불신자들에게 핍박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교회 성도들이 불신 지휘관들에게 고통당하는 것도 보면서 고통당하는 성도들의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그러면서 목회자가 바로 서지 않으면 전도의 문이 막히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설교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군에서 설교할 때 5분 안에 승부를 보지 않으면 그날 설교는 끝이었습니다. 어떻게 깨울 것인가가 주요한 고민이었습니다. 6번 설교해 육체적으로 참 힘들기도 했습니다.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러면서 설교가 늘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설교하니 어려웠지만, 오히려 반복으로 설교에 능숙해졌습니다.
힘든 시기였지만 군 생활이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공부만 하던 신학생을 목회자로 변화시키는 시간이었습니다.
Q 힘들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군 제대 후 유학을 떠나셨는데요,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A 문화랑 목사: 군에서부터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학을 떠났습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공부가 잘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군에서 초코파이 개수 헤아리고, 간식 구매하는 것들만 머리에 가득 차 있다가, 외국에 공부하러 가니 참 힘들었습니다.
저는 미국 칼빈 신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때 당시 주변 선배들이 조언을 해주어서였는데요. 당시 우수한 예배학 교수가 왔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존 위트플릿(John D. Witvlet) 교수님이십니다. 이분 소식을 듣고 개혁주의 예배학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CRC교단 예배의 변화가 무엇인지 배워보자 싶었습니다. 여러 군데 합격했지만 칼빈 신학교로 갔습니다.
만남의 축복이 중요한데요. 하나님께서 제게 좋은 스승을 만나게 하셨고, 좋은 책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기가 막히게 검색이 되고, 선택한 책이 좋은 책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대학교 1학년 때 권찰회 가셔서 담임목사님 간증을 들으셨습니다. 담임목사님께서 학부 때부터 좋은 책을 만나고 좋은 스승을 만나게 해달라 기도하셨다는 얘기였습니다. 제가 생각해보니 대학 때부터 예배 때마다 그런 기도를 했었습니다. 그 응답을 유학 가서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박사과정은 게렛 신학교에서 이수했습니다. 예전학 분과에서 최고는 노틀댐(Notre-Dame)이었습니다. 그 학교에는 예전학 분과에만 5명의 교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게렛 신학교는 종합대학이 아님에도 4명의 교수가 있었습니다. 예배학 내에서도 많은 분과들이 있는데요 저는 거기서 각 분과별로 좋은 스승들을 만날 수 있어서 예배학을 풍성히 잘 배울 수 있었습니다.
12과목을 코스웍으로 이수 하면서 예배, 역사, 성례 신학을 잘 배울 수 있었고 조교나 티칭 세미나 등을 통해 풍성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학위과정 동안 외국 저널에 논문도 기고하고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교수님들의 추천과 다듬어주고 평가해주고 조언 해주시는 것들을 통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존경하는 스승님들과 함께(왼 Dr. Ron Anderson, 오 Dr. Don Saliers).
Q 기고하셨던 논문은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그리고 학위논문은 어떤 주제를 담고 있습니까?
A 문화랑 목사: 제 학위 논문은 예배가 얼마나 신앙형성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주제입니다. 개혁신학 전통의 학자들인 월터스토프나 제임스 스미스의 사상을 바탕으로 연구했습니다. 우리가 드리는 예배, 그 요소들이 신앙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연구했습니다. 사례 연구로는 어린이, 지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했고, 그들 역시 인지적 환경이 부족하지만 신앙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출간물도 있습니다. “Engraved Upon the Heart”(Wipf and Stock) 입니다. 외국 저널들에서 제 책에 대해 서평을 작성해주었습니다. 외국 학계의 관심을 끌었고 교재로 사용하는 신학교도 있습니다. 구매는 아마존에서 가능합니다. 웃음.
그 외에 미국 기독교 교육학의 양대 저널 중 하나인 크리스챤 에듀케이션 저널에는 발달 단계에 따라서 신앙 개념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연구 논문을 기고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경험인데요. 하나님의 은혜로 세계적으로 예배학 분과의 최고 저널인 워십지에 논문이 게재된 일입니다. 이 저널은 개신교뿐만 아니라 로마교회나 다른 기독교 예배를 모두 포함하는 저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에 한 번이라도 게재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저널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월터스토프와 같이 논문이 실렸습니다. 제 평생의 목표 중 하나가 여기에 다시 글을 기고하고 게재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Q 어마어마한 일입니다. 출간하신 책 같은 경우에는 번역 예정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앞으로 연구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으십니까?
A 문화랑 목사: 아쉽지만 번역 계획은 당분간 없습니다. 웃음. 대신 지금 기독교보에서 종교개혁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종교개혁의 예배 사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6월까지 연재 계획이고 그 원고들을 더 보완해 출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십시오.
그 다음 출판 계획으로는 예배학 교과서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내년 출간을 목표로 작업하려고 합니다. 예배학은 다양한 분과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한 권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수준별,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예배학 책 한권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아직 추천할 수 있는 책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하는 교과서는 다양한 분과를 포괄하는 내용을 담을 것입니다.
그 외에 예배 역사, 교회 음악, 워십 플래닝 등을 연구해서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것을 하기 위해 학생들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함께 연구하고 작업한다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고 사역하는 교회의 예배에 활력이 생겨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아카이브를 형성해 학생들, 졸업생들, 목회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자료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교수님에게 있어 개혁신앙이란 무엇입니까?
A 문화랑 목사: 너무 포괄적인 질문이네요 웃음. 저는 개혁주의 예배로 한정해서 대답해볼게요. 저는 칼빈 신학교에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그곳은 카이퍼, 바빙크를 비롯한 개혁주의 전통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개혁주의 예배라고 느꼈습니다. 성경에 충실한 진리 위에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으로 개혁정론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와 기도제목을 알려주십시오.
A 문화랑 목사: 마무리 인사 전에 감사 인사를 전할 분들이 계셔서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고신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유학가서 학교에서 배운 글쓰기 방법, 신학 사고 훈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언어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것도 개혁신학이라는 사고의 틀을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교수님들의 가르침은 학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갔을 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또 유학 시절 후원해주셨던 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성안 교회 등 여러 성도님들과 담임목사님들, 스승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유학 다녀와 신대원에서 강의 할 때 잘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강사 초년생인데 잘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수업했던 그분들을 다시 또 만나고 싶습니다.
#월터스토프 교수와 함께
제가 칼빈 신학교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월터스토프 교수가 80이 넘은 노구를 이끌고 바람을 뚫으며 교내에서 리서치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나이가 많다고 늙은 것이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젊은 것이 아닌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눈에는 그분이 젊은 분으로 보였습니다. 저도 초심을 잃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하려는 자세를 취하겠습니다.
개혁정론이 참 귀한 언론입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다들 하나님 은혜 가운데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교수로서는 햇병아리와 같으니 교단과 한국교회에 필요한 학자가 될 수 있도록 꼭 기도해주시길 바랍니다.
윤웅열: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개혁신앙 위에서 현대와 소통하는 예배를 잘 가르치시는 교수님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어: 윤웅열(다우리교회 강도사)
http://reformedjr.com/board07_2/5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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