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열 /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조직신학)
▲ 정홍열 목사 |
오늘 본문 말씀은 그 앞의 상황을 보면,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제자들에게 십자가에 대해서 말씀하시니까 제자들, 주로 베드로로 대표되는데, ‘그러시면 안됩니다’라고 저지를 하자 예수님께서 노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지 않고 사람의 일을 생각한다’라고 꾸짖으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거기에 이어서 최종적으로 주시는 말씀이 바로 제자도에 관한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주님을 따르는 조건으로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지는 일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목회를 할 때, 이 사역을 하나님의 사역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사람의 비즈니스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는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느냐 아니면 자기를 내세우고 자기 십자가가 아니라 자기 면류관을 쓰고 주님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느냐의 문제라고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오늘 안수 받으실 목사후보자들에게 목회자로서 감당해야 할 십자가가 어떤 것인지 주님의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로, 자기 부인의 십자가입니다. 24절의 본문을 병행구적 표현으로 보면,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동일한 내용의 병행적 반복과 강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목회자가 자기를 내세우면 이는 곧바로 주님의 영광을 독차지하려 하는 패악을 저지르게 되는 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목회자들이 이런 일을 서슴지 않고 해냅니다. 많은 영광을 받는 자리가 익숙해지면 어느 덧 주님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자신이 차지하고 자기가 하나님의 자리에 들어가서 하나님의 권세를 행하려 합니다. 자기 부인이 사라진 목회자의 타락한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그러하기에 주님은 제자도의 첫 번 조건으로 자기를 부인할 것을 분명하게 명령하시고 요구하셨던 것입니다. 자기 부인이 없는 신자, 자기 부인을 거부한 목회자는 단지 종교사업가에 불과하고 자기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세속적 경영인에 불과합니다. 주님이 장차 그를 모른다고 하실 것입니다.
둘째로, 목회자가 져야 할 십자가는 자기의 양들의 십자가입니다. 목회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양을 돌보는 일입니다. 목회는 양들이 힘겹게 지고 가는 짐을 나누어 져 주는 것입니다. 양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고 양들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는 것, 양들의 십자가가 나의 십자가로 다가와서 그 십자가를 함께 져주고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십자가의 길,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뒤따라가는 것이 목회사역이고 목회자가 걸어야 할 길이고 목회자가 져야 할 십자가입니다. 양이 무거워서 신음하고 있는 그 십자가를 외면하는 목회자는 목자가 아니라 삯꾼이요 양이 아니라 이리인 것입니다. 선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목숨까지도 버린다고 하셨습니다(요10:11). 그러나 삯꾼은 목자도 아니고 양도 제 양이 아니고 이리가 오는 것을 보면 양을 버리고 도망간다고 했으니(요10:12), 진정한 목회자는 양들의 십자가를 함께 져주는 목자라 어찌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목사가 져야 할 또 하나의 십자가는 양들이 힘겹게 지고 가는 십자가를 같이 져주는 일인 것입니다.
셋째로, 목회자가 져야 할 십자가는 자기가 가르치고 선포한 말씀과 자신의 삶이 일치해야 한다는 십자가입니다. 아마도 가장 어려운 십자가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도 오늘날 공정을 문제 삼고 있는데, 자신이 평소에 한 말과 자신의 삶이 일치하느냐 일치하지 않느냐가 논란의 중심인 것입니다.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평소에 해 온 말들은 공허한 소리에 불과한 반면, 만일 일치한다면 그가 한 말은 생명이 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감동을 일으키고 실천의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의 사역은 주님이 선포하신 말씀에 대한 주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님의 사역은 가르치고 선포하시고 치유하신 것이라 보겠는데 그 모든 사역은 그가 선포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실현이었고 실천이었습니다. 그러하기에 그것이 너무나 어렵고 궁극적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라 하여도 목회자는 최대한 자신이 가르치고 선포한 말씀과 자신이 살아내는 말씀이 일치하도록 몸부림치며 치열하게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목회자가 따로 져야 할 십자가인 것입니다. 신약학자들이 하는 말로 예수님의 삶은 예수님이 선포하시고 가르치셨던 말씀에 대한 주석이라고 합니다. 예수님의 삶을 보면 예수님이 선포하시고 가르치셨던 말씀이 무슨 뜻이었는지를 알게 된다는 말로 예수님의 말씀과 삶의 일치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오늘 목사 안수 받으실 목사님들은 이 무겁고 힘든 십자가를 앞에 두고 주님께서 늘 새 힘과 새로운 위로를 주실 것을 간절히 간구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기도생활 말씀 묵상 훈련 그리고 양들을 불쌍히 여기는 공감의 능력을 얻도록 언제나 상령님의 도우심을 간구하셔야 할 것입니다. 이제 오늘 안수 받는 다섯 분의 종들을 통해 주님의 교회가 더욱 새로워지고 한국교회가 새 힘을 얻게 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면서 말씀을 마칩니다. 주님의 은혜와 은사와 위로가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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