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1년을 보냈다. 연초부터 끊임없이 확산된 코로나19는 국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일상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역대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로 발생한 수천명의 이재민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 2020년은 잔인했다.
하지만 시련 속에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 있다. 역병과 수해로 지쳐 쓰러져갈 때 우리 곁으로 다가와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일으켜준 영웅과 형제가 바로 그들이다.
본지는 한 해를 마감하며 ‘고맙습니다! 우리의 영웅’과 ‘고맙습니다! 우리의 형제’ 특집을 마련했다. 두 번째 주인공은 우리의 형제 임병만 목사(한마음교회)다.
임병만 목사가 담임하는 경기도 포천 한마음교회는 올 여름 기록적인 집중호우 당시 누수와 낙뢰 사고가 발생했지만, 오히려 제방 붕괴로 마을 전체가 수장되며 예배당과 사택이 침수되는 등 더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 철원 이길교회를 돕기 위해 달려갔다.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진짜’라는 말처럼 고난 중에 빛난 형제애를 나눈 주인공을 만나보자. <편집자 주>
군 검문소를 통과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민통선 이북마을 이길리. 이곳은 지난여름 열흘 동안 10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이어지며 인근 제방이 붕괴돼 전체가 수장됐다. 어른 키만큼 차오른 빗물에 마을의 유일한 교회인 이길교회 역시 예배당과 사택이 모두 잠겼다. 4개월이 지나 다시 찾은 이길리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얄미우리만큼 고요했다. 수해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던 마을 어귀하며, 침수된 가전제품이 줄이어 있던 골목, 햇볕에 말리려 갖가지 가재도구를 내놓은 집집마다 앞마당도 모두 깨끗이 정리된 채 일상으로 돌아가 있었다.
임병만 목사
골목을 돌아 나타난 교회 앞에는 이미 권영일 목사(이길교회 은퇴)가 나와 차를 이리 대라며 손짓했다. “목사님 그간 평안하셨어요?” 임병만 목사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권 목사의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권영일 목사는 마치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막내아들을 맞이하는 양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임병만 목사는 주머니에서 소독 스프레이를 꺼내 시범을 보인 뒤 권 목사에게 건네며 신신당부를 했다. “목사님, 이거 항상 갖고 다니시면서 식당 같은 데 가시거나 차에서 손잡이 잡으실 때 뿌리세요.” 권영일 목사는 아들뻘인 임 목사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었다. “고맙습니다.” 언뜻 보면 부모와 자식 간으로 오해할 만큼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 같은 시찰임에도 차로 1시간 반 거리 떨어진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지만 임병만 목사는 지난 수해 이후 수차례 이길교회를 찾았다. 단지 선배 목회자에 대한 안부 차원이 아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직접 구비한 방역장비를 차에 싣고 먼 길을 달려와 교회와 마을을 소독했다.
순종 그리고 하나님의 일하심
한마음교회는 그동안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 및 발마사지 사역, 학생들을 위한 토스트 사역 등 지역 섬김을 실천해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더이상 진행하기가 어려워졌다. 임병만 목사는 대신 감염이 본격 확산된 2월말부터 후원 및 지원 받은 소독기와 소독수로 포천시 곳곳을 발로 뛰며 활발한 방역 사역을 펼쳤다. 지금까지 다닌 곳만 1700곳에 달한다. 교회는 또한 지자체의 협조를 구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생필품 박스를 만들어 전달하는 등 지역 섬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임병만 목사와 권영일 목사, 박문진 목사(오른쪽부터)가 수해 아픔 속 형제애를 나누기 위해 손을 맞잡고 있다.
지난 여름 이길리 수해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달려갈 수 있었던 것도 평소 교회가 앞장서온 나눔과 섬김 사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는 한마음교회 역시 건물 곳곳에서 빗물이 새고 십자가 종탑에 낙뢰를 맞아 흘러들어온 전류로 전자제품이 고장 나는 등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임병만 목사와 성도들의 마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당연히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길리를 향하고 있었다.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너희도 어렵지만 더 힘든 그곳을 도우라’는 마음을 강하게 주셨어요. 성도들과 회의를 하면서 단순히 교회에 후원금을 전달하기보다는 마을 전체를 섬기기로 뜻을 모았죠. 이후 지인들과 지역에 광고하고 SNS에 알렸더니 함께 돕고 싶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났어요.”
생필품 박스 전달.
물과 휴지 등 여러 후원이 잇따랐고 구제 헌금으로 그 밖의 생필품을 구입해 박스를 꾸렸다. 그렇게 마련한 여든 개의 박스는 이웃교회와 함께 트럭 세 대에 싣고 가 이길리 전체 70여 가정에 빠짐없이 전달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만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다 마치고보니 박스에 담긴 물품을 돈으로 환산하면 2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 가운데 어떻게 돕나 생각할 수 있는데 일을 행하시는 분이 여호와시니까 그냥 순종만 하면 되더라고요. 섬기겠다고 나서니까 하나님께서 채워주시고 또 일할 수 있도록 도우셨어요.”
그렇다면 한마음교회가 입은 피해는 어떻게 됐을까. 본지에 보도된 소식을 접한 강원도 고성 용촌교회(이상용 목사)에서 선교비를 보내와 부족한 수리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용촌교회는 지난해 산불로 피해를 입었을 때 역시 한마음교회가 물질과 마음으로 도움을 베푼 교회다. 어려울 때 받았던 도움을 잊지 않고 이번에는 반대로 어려움을 당한 한마음교회의 아픔에 함께한 것이다. 두 교회가 주 안에서 한 형제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섬김, 예수님의 마음을 느끼다
한마음교회의 또 다른 형제 이길교회를 찾은 임병만 목사는 권영일 목사와 인사를 마치자마자 교회 구석구석을 살피며 방역을 진행했다. 완전 침수로 장의자 하나만 건진 예배당 내부는 한마음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의 후원과 봉사자들의 손길로 깨끗이 정돈돼 있었다.
임병만 목사가 이길교회 예배당 내부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잠시 뒤 예배당 안으로 권 목사와 함께 들어온 낯선 인물이 임 목사에게 인사를 건넸다. 불과 한 달 전 이길교회의 담임으로 부임한 박문진 목사였다. 수해 당시 권영일 목사는 이길교회 담임목사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명은 “후임 목사님이 사역을 이어가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교회를 온전히 복구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임자를 세우는 것은 이미 여든을 앞둔 나이로 은퇴시기를 훌쩍 넘긴 권 목사의 오랜 기도제목이기도 했다. 권영일 목사가 박 목사에게 “굉장히 겸손하시고 우리 시찰에서 가장 착한 목사님”이라며 임병만 목사를 소개했다. 박문진 목사는 “어려운 교회를 돕기 위해 희생하고 수고하시고 섬겨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신실하신 젊은 목사님이 곁에 계시니까 힘이 납니다. 외롭지 않습니다”라며 악수를 청했고, 이에 임 목사는 “변화된 그리고 다시 세워진 마을과 교회를 보니 너무 감사하다”면서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던 권 목사는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방역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임병만 목사에게 꾸준한 나눔과 섬김의 비결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껏 경험했듯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다는 건 아니에요.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네가 도우라’는 마음을 주셨고 또 동역자들을 붙여주심으로 사역들을 계속 감당할 수 있었어요. 다만 항상 부족하고 모자라는 것 같아 아쉬워요. 더 주고 싶은데 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고. 아마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마음, 예수님의 사랑도 그러시지 않을까요?”
[후원계좌]
신협 131-018-393532(예금주:한마음교회) 연락처:010-6272-9125(임병만 목사)
국민은행 307001-04-191901(예금주:이길교회) 연락처:010-2626-6632(박문진 목사)
출처 : 기독신문(http://www.kid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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