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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 설교자의 고뇌

서창원박사

by 김경호 진실 2021. 4. 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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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 설교자의 고뇌

서창원 목사

     

  500년 전의 비텐베르크에는 루터라는 젊은 수도승이 있었다. 당시 거대한 종교권력과 맞서서 그의 눈을 빛나게 할 뿐 아니라 어둠 속에 감춰진 진리의 빛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들어가게 하였다.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하였고 듣지 못한 것을 듣게 하였으면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닫는 흥분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교황의 절대 권력과 교회의 부동의 속박에서 유럽을 다 건지지 못했을지라도 곳곳에서 은혜의 샘물이 솟아나게 하였다. 그것을 마시는 자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힘을 만끽하게 되었다. 영원불변한 진리의 가치를 되찾게 되었으며 우상숭배와 다를 것이 없는 미신으로 포장된 모든 교회의 예전을 생생하게 살아 역사하는 하나님의 도구로 바꾸었다. 그 방편으로 하늘로부터 임하는 은혜를 지속적으로 누리게 되었으며 환난과 핍박과 가난과 질병조차도 막을 수 없는 환희를 경험하게 하였다. 교회는 제 자리를 찾게 되었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길은 단절된 하나님과의 영적 교통함을 풍성하게 하였다.

 개혁의 최고 대상이었던 교황교회는 격렬하게 반격을 가했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동시켰다. 기득권을 지켜내는 일은 성공을 했을지라도 상당수를 잃는 아픔은 피할 수 없었다. 무지한 백성들과 권력자들의 야욕이 맞물려서 일어난 현상이었지만 개신교는 그렇게 해서 신약성경의 교훈을 발견하고 그 발견한 진리를 사람들의 손에 들려준 것이다. 교황권이나 교회의 관습과 전통이 아닌 오직 성경만이 최고의 권위를 차지하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임을 만방에 천명하게 된 것이다.

 

  그 뒤로 500년이 흘렀다. 당시에 조선반도가 어디에 있는지 종교개혁자들이나 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세속 권력자들 중에 아는 이는 한 사람도 없었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 10대 교회들 중 절반이 한국에 있고 전 세계에 선교사를 미국 다음으로 많이 파송한 나라임을 온 천하가 알게 될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고 교황교회의 위세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반면에 개신교도들이 날로 증가되는 것도 아니다.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양대 종교는 어느 일방적인 수세상태가 아니라 함께 공존을 모색해야 할 정도로 대중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종교개혁의 발상지인 독일을 포함한 유럽대륙이나 개혁의 물결을 받아서 기독교를 수용한 아시아를 비롯한 남미대륙과 아프리카 등지의 교회들마다 신음소리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또 다른 개혁이 일어나야 한다는 소리들이 지난 20여년의 세월 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면서 500주년의 뜻 깊은 해가 떠오른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종교개혁의 주 중심 도시들은 각국에서 몰려오는 손님맞이에 온통 신경을 쓴다. 생명력있는 교회의 모습, 복음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현상보다 관광객들을 향한 돈벌이가 더 중심이 되고 있다. 유럽 대륙 밖에 있는 교회들도 기념비적인 해를 맞이하여 500년 전의 광경을 그려보고자 너도 나도 방문 차비를 한다. 종교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경제 활동이 어쩌면 발 디딜 틈도 없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들 모두가 진정으로 교회 개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서 본래의 모습으로의 회귀를 꿈꾸며 실천하는 자들이라고 볼 수 없음이 사실이다. 그래도 그러한 방문을 통해서 미약하나마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성하며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지를 깨닫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개혁자들이 남겨준 것 중 위대한 가르침은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 semper reformanda)는 것이다. 교회는 부패한 인간, 죄성을 지닌 인간들이 활동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 구호가 무의미한 것으로 전락시킨 장본인들이 교회 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500년 전의 종교개혁은 완성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었고 500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교회가 개혁해야 할 필요성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기는 해도 실천할 용기와 능력을 전혀 발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여기 있는 것이 좋다고 그들의 입은 아니지만 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교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력은 스스로 만족하고 현재의 자리에 안주해 있을 것이다. 물론 신학교들마다 학회들마다 500주년을 기념하는 거창한 행사들은 많을 것이다. 언론에 발표되는 것도 그러하고 실질적으로 년 중 행사 계획표들도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행사들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사들을 준비하는 단체들마다 500주년의 뜻 깊은 해를 맞이해서 우리는 이런 이벤트를 실천했다는 업적 자랑 혹은 과시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과 의식 있는 개혁자들을 모시고 각종 단체들과 교회들이 행사를 가졌다. 강사들은 자신들의 학문적 업적을 기릴 기회가 되고 그로 인한 수입도 늘어나게 되어 반가운 일들이다. 그리고 교회들이나 단체들은 그런 행사들을 가졌다는 경력 혹은 이력을 보태게 되어 흐뭇해한다. 여기까지이다. 학자들이나 개혁운동가들을 청하여 듣게 되면서 자신들의 길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으니 정말 개혁합시다! 라고 변혁의 길을 가는 교회나 단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행사 자체에 초점이 있지 스스로의 변혁에 눈길을 두지 않는다. 나는 500주년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면서도 연례행사로 그치고 말 것을 생각하니 그 많은 재정 투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개혁의 타도대상이었던 교황교회는 여전히 건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개신교회보다 배나 더 되는 신뢰도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참 교회라고 주장하는 개신교회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성직자의 신뢰도는 불교 스님들보다 못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정말 우리는 개혁이 안되는 것인가?

 올해는 한국개혁주의 설교연구원 설립 25주년, 4반세기를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동안 줄기차게 외쳐온 강단 개혁을 필두로 진정 한국의 교회가 어떻게 개혁이 되어야 할지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이번 여름 세미나에서는 강단사역과 교회 직제, 신학교육, 사회개혁, 교회 정치, 예배개혁, 공교회 회복 등 실질적으로 교회가 실천가능한 면들을 함께 고민하며 그 대안을 찾고자 준비하고 있다. 이것 역시 하나의 행사가 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듣든지 아니 듣든지 광야의 외치는 소리처럼 분명한 나팔 소리를 내고자 한다. 그리고 참여하는 동역자들 모두가 다 필요하다면 희생을 각오하고 그리스도 예수께서 교회의 머리되신 참교회의 회복을 온 몸으로 실현해갔으면 한다. 목사의 왕국도 아니고 장로들의 왕실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왕국을 세워가는 무익한 종으로서의 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헌신이 드러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종교개혁이 발발한지 500년 후 한국 땅에는 누가 있었다고 평가될 것인가?

- 진리의 깃발 143호 

[출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한 설교자의 고뇌 - 서창원 목사|작성자 바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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